[기타] 고진음자 - 김계진 원장의 처방 이야기 54편
본문
동의보감에 수많은 처방이 있지만, 그 많은 처방중에서 상복하면 좋다는 처방은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그 상복하면 좋겠다는 처방중에 가히 3손가락 안에 들어갈만한 처방이라고 봅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어딘가 허한 것 같아서 왠지 보약이라도 좀 해서 먹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 때, 그 허한 마음까지 채워줄 것 같은 처방. 바로 고진음자 입니다.
동의보감에서 고진음자가 4번 언급이 되는데,
-노인 보양 편에서, 늘 지치고 힘든 사람에게 자양하여 보하는 약을 써야 할 때,
-精을 補하는 약을 설명할 때,
-음양이 모두 허할 때,
-허로를 조리할 때
고진음자를 쓰라고 합니다. 처방 구성을 먼저 보죠.
[고진음자]
숙지황 6, 인삼 4, 산약 4, 당귀 4, 황기(밀초) 4, 황백(염주초) 4, 진피 3.2, 백복령 3.2, 두충(초) 2.8, 감초(구) 2.8, 백출 2, 택사 2, 산수유 2, 파고지(초) 2, 오미자 2
육미를 바탕으로 하고 여기에 이공산이 합해져 있습니다.
거기에 황기 당귀 두충 파고지 오미자 이렇게 가미가 되어 있네요.
이 처방을 설명하면서 "맥문동ㆍ지황은 음을 자양하나 오래 먹으면 위기(胃氣)와 경락을 막아 옹저가 생기게 되고, 금석(金石)ㆍ육계ㆍ부자는 양을 도우나 오래 먹으면 온기가 쌓여 열이 되어 진음을 소모시킨다. 오직 이 처방만이 오미를 갖추고 기운을 합하여 온화하게 혈을 길러서 비위를 다스리고 주리(腠理)를 채우며 오장을 보하되, 한열이 치우쳐 과하거나 부족해지지 않으니 중년 이상의 사람들은 늘 먹어도 좋다. 《입문》" 라고 하였습니다.
처방 설명처럼 비위에 무리 없이 오장을 보하는 약입니다. 중년 이상의 사람들은 常服해도 좋다고 할 만큼 온화한 약입니다. 노인 보양에 상복하는 약으로 쓰일 만하죠.
"음양이 모두 허하고 기혈이 부족하며, 음식 생각이 적고 오심번열이 있으며, 조열, 자한이 있고 정과 기가 잘 새어나가며, 걸음걸이에 힘이 없고 때때로 설사를 하며, 맥이 침약(沈弱)하고 기침에 가래가 많아서 노채가 되려는 경우를 치료한다."고 하는데, 사실 입문에 언급된 방해는 이게 끝이 아닙니다.
-마른 기침이 나고 기혈과 정신이 부족하며, 몸이 노곤하고 머리와 눈이 흐릿하며, 식사량이 줄고 맥이 허삭하며 조열이 나고 노채가 되려는 것을 치료한다.
-맥이 약하고 허리와 등이 아프며, 움직이면 곧 코피가 쏟아지는 것을 치료한다.
-변혈이 과다하게 흐르고, 얼굴이 누렇게 뜨고 마르며, 식사량이 줄고 숨이 찬 것을 치료한다.
-부인이 음이 허하여 마르고 식사량이 줄며, 허열로 자한이 흐르며 배가 아프고 얼굴이 부으며, 허리가 아프고, 적백대하가 흐르는 것을 치료한다. (이상 의학입문의 고진음자 방해에서)
이 처방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언급된 것들을 보면 한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정과 기가 잘 새어나가며' 라고 하는 부분입니다. 처음 방해에서는 조열 자한, 설사, 기침에 가래가 많다고 했고, 입문의 다른 방해들에서는 코피가 난다, 변혈이 난다, 적백대하가 흐른다고 하고 있지요. 모두 몸에서 진액과 정혈이 새어나가는 것들입니다. 이 때 정혈을 회복하는 것 못지 않게 그 정혈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그런 역할을 해주는 약재들이 위에 언급한 약재 중에서 "황기 오미자 파고지" 같은 약들의 역할인 것이지요. 특히 이중에서 파고지가 참 묘한 약입니다.
氣門의 용약법에 파고지에 대해서 이런 설명이 나옵니다.
-단계가, "기병을 오랫동안 앓아 기가 진원(眞元)으로 돌아가지 못해서 약을 오래 먹어도 효과가 없을 때는 파고지를 군약으로 삼으면 효과가 있다. 파고지(볶은 것) 1냥, 회향(볶은 것)ㆍ유향 각 5돈을 가루내고 꿀로 반죽하여 오자대로 환을 만든다. 끓인 물로 50알씩 빈속에 먹는다"고 하였다.
-방씨(方氏)가, "기병에 기약(氣藥)을 써도 효과가 없는 것은 기를 간직하는 곳에서 기를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폐는 기를 주관하고 신(腎)은 기를 저장한다. 청목향원ㆍ목향순기환에 모두 파고지를 쓰는 것은 기를 승강시켜 신장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것이다"라 하였다.
공히 氣가 진원으로 돌아가도록 해주는데 파고지를 쓴다고 강조하고 있지요. 어제 소변을 가두어두지 못하고 새어나갈 때도 가감팔미탕에 파고지를 넣어서 쓰더라는 것을 상기해보세요.
氣라고 표현하지만, 이 氣는 또한 진액을 말합니다. 물을 거두기 위해서는 그 물을 거둘만한 腎陽의 기운이 있어야 하는데, 이 역할을 돕는데 파고지 (보골지) 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겠지요. 단계선생님 말씀의 “기가 진원(眞元)으로 돌아가지 못해서”를 회복하여 기가 진원으로 돌아게게 해준다는 개념이 바로 固眞이라는 말뜻이겠지요.
요즘 정이 새어나가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허증이 확실하다면 많이 써보고 많이 경험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요약
1. 허증이라면 상복해도 좋은 약 고진음자
2. 정과 기가 새어나가는 것을 회복해 주는 고진음자
3. 육미제를 쓰고 싶은데 소화가 걱정되면 고진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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