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고암심신환 - 김계진 원장의 처방 이야기 55편
본문
중년이상이라면 상복하면 좋다고 하는 고진음자 못지 않게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보약처방이 있습니다. 바로 고암심신탕입니다. 동의보감 심허약에 속하는 약이고 본래 '고암심신환' 즉 환약 처방입니다.
하지만 탕약으로도 굉장히 많이 활용된 처방입니다. 과거에 보건복지부에서 전국 곳곳의 고령의 한의사와 한약업사 4천여명을 찾아 다니면서 유실될 수 있는 처방들을 찾아서 기록에 남긴 적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신문 기사 링크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https://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2921
이게 제가 졸업한 직후에 보급이 되었는데, 참 세상은 넓고 처방은 다양하구나를 느끼기 좋은 처방집입니다. 약재 몇개로 구성된 처방부터 40여가지 이상의 천라지망으로 구성된 처방은 물론, 조사한 사람이 많으니 정말 다양한 처방들이 활용되는 구나 싶을 정도인데, 이 처방집 가장 마지막 처방이 바로 고암심신환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는 고암심신탕입니다.
각설하고, 상기 조사를 할 때 이 분들이 가장 많이 쓰는 보약이 뭔가할 때에 압도적 1위를 한 처방이 바로 고암심신탕이었다고 합니다. 제가 당시에 분명 어딘가에서 글로 읽은 기억이 나는데, 지금 찾으려니 못찾겠네요. 이 부분은 검색에 능통한 분들의 도움을 구하는 바입니다.
아무튼 여러분들 어릴 때 어디 한약방에서 보약이라고.. 나는 가지도 않았는데 친척분이 지어온 보약이 있다면 이 처방이었을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죠. 실제 이 처방을 탕약으로 닳여서 먹어보면, 언젠가 한번 먹어봤던 그 보약 맛이라는 느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환자분들도 '아! 약간 쌉사름 하면서도 보약 같은 맛이다.' 하는 이야기 하시는 것을 몇번 들어본 적이 있어요.
이 처방의 방해를 읽어보면, 넓게 두루 쓰인 이유를 대략 짐작해볼 수는 있습니다. 먼저 처방 구성 부터 한번 보겠습니다.
[고암심신환]
숙지황 6, 생건지황 6, 산약 6, 복신 6, 당귀(일) 3, 택사 3, 황백(염주초) 3, 산수유 2, 구기자 2, 구판(수구) 2, 우슬 2, 황련 2, 목단피 2, 녹용(수구) 2, 감초 1, 주사 2
상기 용량 비율대로 오자대로 환을 만든 다음 주사로 옷을 입혀서 한번에 100환씩 먹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를 탕약으로 쓸 때는 주사를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주사를 빼고 용량 그대로 쓰거나, 주사의 安神 작용을 보완하기 위해서 경우에 따라 몇 몇 약물을 가미해서 사용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황련 양을 조금 늘리거나 치자를 가미하거나, 혹은 온담탕이나 청심연자음 같은 처방을 감안하여 가미해서 쓴다거나 아니면 원지 석창포 정도를 가미해서 쓰는 편이 많았습니다.
[고암심신탕]
숙지황 6, 생건지황 6, 산약 6, 복신 6, 당귀(일) 3, 택사 3, 황백(염주초) 3, 산수유 2, 구기자 2, 구판(수구) 2, 우슬 2, 황련 2, 목단피 2, 녹용(수구) 2, 감초 1, 원지(제) 3, 석창포 3
육미제 양상의 처방 구성이 보이는데 복령대신 복신을 썼습니다. 당귀 녹용 즉 흑원이 가미되어 있고, 황련 황백 우슬 구판 구기자도 가미되어 있습니다.
이 처방의 방해를 살펴 보겠습니다.
'노손으로 심신(心腎)이 허하여 열이 나는 경우, 경계, 정충, 유정, 도한, 눈이 어두운 경우, 귀가 우는 경우, 허리가 아픈 경우, 다리에 힘이 없는 경우를 치료한다. 오래 먹으면 머리카락과 수염을 검게 하고 자식을 낳게 한다.' 하였는데, 이를 구분해서 살펴본다면,
1) '눈이 어두운 경우, 귀가 우는 경우, 허리가 아픈 경우' 는 당귀 녹용의 흑원 귀룡원과 동일한 방해인걸 알 수 있습니다.
2) '유정 도한'은 육미제에 흔한 방해지요.
3) 그럼. 이 처방의 특이점은 '경계 정충'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놀라거나, 불안하고 설령 잠이 들어도 꿈자리가 뒤숭숭하고 깨면 다시 자지 못하고 등등 하는 경우가 많겠지요. 근데.. 여기 까지만 보면 왜 이 처방이 많이 쓰이지 하는 것을 이해하기가 좀 난해하죠.
4) 마지막에 첨부된 '오래 먹으면 머리카락과 수염을 검게 하고 자식을 낳게 한다.'는 구절은 이 약의 효능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이 약의 작용이 '심신의 수화를 교제'하는데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이 내용을 방해 뒷편에 길게 부연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꼭 내용 전체를 찬찬히 읽어 보시기를 바라면서, 요점만을 추려 보겠습니다.
'자식을 갖으려면 腎精이 충실하여야 하는데, 心火가 치성하면 신정을 지킬 수가 없고, 머리가 검으려면 心血이 충만해야 하는데 신정이 부실하면 심화가 타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으니, 이 둘은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이다. 이 처방은 血을 보하고 精을 만들며, 신(神)을 편안하게 하고 화를 내리니 심신(心腎)을 함께 치료할 수 있다.'고 한 내용을 방해 4)로 축약해 써놓은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상을 정리하면 고암심신환(탕)을 쓰는 첫 번째 조건은 심화가 치성하고 심혈과 신정이 고갈된 상태의 허로증에 쓰는 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음양이 모두 허한데 쓰는 약이지만 굳이 심허약에 배속된 이유겠지요.
심화가 치성한 것을 어떻게 판별하느냐? 조문에 언급된 것 처럼 머리가 빨리 희게 되는 것도 심화가 많은 것이지만, 양 눈의 내자부위, 양 미간의 색이 붉은것, 혀가 붉은 것, 오관과 면색이 전반적으로 붉은 기운이 있는 것, 맥상이 홍삭한 것, 말이 빠르고 다소 하이톤인 것등등이 모두 火가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들이고 증상으로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입니다.
이게 우리가 심화라고 표현하지만.. 쉽게 생각해보면 다 뭘까요? 감정이 편치 않은 것들입니다. 얼굴이 붉어지는거, 입술이 타들어 가고 혀가 붉어 지는 것 말이 빨라지는 거 가슴이 두근거리는거.. 누구나 다 겪어봤자요?
근데.. 그런 상황이 허로와 겹쳐 있다면 우선 고려해 볼 수 있는 처방이지요.
심화가 치성한 것이 허로가 되어 가는 징조의 한가지로 제시된 것이 머리가 백발이 되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 머리가 빨리 하얗게 되면 신정도 부실하냐? 고 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단지 머리가 하얗다고 해서 신정이 부실한 것은 아닙니다. 그 정도의 심화가 있는 사람은 그 화를 감당할 만큼의 신정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스스로 정을 잘 간직한다면 왕성한 활동력을 가진 사람이겠지만 신정을 함부로 소모하게 된다면 심화가 성한만큼 회복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럼 다시 이상의 내용을 볼 때 이 처방이 허로의 빈용 처방이 된 이유를 이해하셨을까요? 아직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아래 조문 한개를 더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東醫寶鑑》 雜病篇卷之四 > 虛勞 > 虛勞治法
"허손이 되는 것은 모두 수화(水火)가 교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가 내려가면 혈맥이 화창하게 되고 수(水)가 올라가면 정신이 충만하게 된다. 단지 심신(心腎)을 조화시키는 것을 위주로 하면서 비위를 보하면 입맛이 나면서 정ㆍ신ㆍ기ㆍ혈이 저절로 생긴다. 《입문》"
고암심신환의 마지막 설명과 동일한 내용이지요. 이런 관점이 심신의 수승화강이라는 개념과 결합하여 고암심신환이 허로 처방으로 두루 쓰인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추정해봅니다.
PS) 이 처방의 '고암'은 명나라때 단계심법부여를 지은 방광 선생의 호를 말합니다.
요약
1. 심화가 드러나는 사람의 허로증에 고암심신탕(환)
2. 허로 치법의 대요는 심신(心腎)을 조화시키면서 비위를 보하는 것.
3. 心腎 수승화강의 처방 고암심신탕(환)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