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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삼합탕 - 김계진 원장의 처방 이야기 5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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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하시다 보면 폐경이 한참 멀었는데도 불구하고 '선생님 저 갱년긴가 봐요' 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실 수 있을 텐데요, 오늘은 이때 응용해 볼 만한 처방 한 가지를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이것을 유사 갱년기라고 표현해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유사 갱년기를 호소하는 이유는 대부분 이유 없이 열이 오르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제일 많겠지요. 안면홍조가 발생하기도 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식은땀이 나기도 하는 등등의 증후들이 있으면 아니 벌써 갱년기가? 하면서 일단 부인과에 가서 각종 검사들을 하시고 이상이 없으면 호르몬제를 먹을까 아니면 이 기회에 그냥 피임 시술을 할지 하다가 한의원을 내원하게 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당연히 환자의 상태와 증상에 맞춰서 처방을 쓰면 되는데, 이런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 중 독특한 처방 한 가지를 공유 해볼까 합니다. 

바로 "삼합탕"입니다. 

 

 [삼합탕]
백출ㆍ당귀ㆍ백작약ㆍ황기ㆍ백복령ㆍ숙지황ㆍ천궁 각 1돈, 시호ㆍ인삼 각 7.5푼, 황금ㆍ반하ㆍ감초 각 5.5푼.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생강 3쪽, 대추 2개를 넣어 물에 달여 먹는다. 《보명》
팔물탕과 소시호탕을 합한 것이니 3가지 처방을 합한 약이다. 삼분산이라고도 한다. 《입문》

 

이 처방은 보명집에서 산후에 외감이 있으면 (맥이 浮疾할 때) 에는 삼원탕 (소시호탕 에 사물지제를 가미)을 쓰고 이러다가 시일이 오래되어 한열이 생기고 맥이 沈而數하면 시호사물탕 (사물탕을 증량) 을 쓰고 시일이 더 오래되어 침구가 모두 효과가 없다고 하면 삼분산을 쓰라고 하였는 데 이 삼분산이 바로 삼합탕입니다. 

 

즉 산후에 외감이 오래된 것을 다스리는 처방입니다. 입문에서도 산후에 외감으로 한열이 있거나 학질 이질 같은 증상이 있을 때 쓰라고 하였습니다. 

 

이 처방의 핵심은 사실 “소시호탕”에 있습니다. 산후라는 특정한 상황을 이야기 했지만, 이 상황은 “열입혈실”증의 확장판입니다. 열입혈실은 쉽게 이해하면 월사중에 감기에 걸려서 풍한의 사기가 혈실이 허한 틈을 타고 들어가서 熱을 이루게 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그 상황을 그대로 표현해서 열입혈실증이라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자궁 즉 혈실이 허해진 틈에 발생한 것이고, 이 상황은 비단 생리 때만이 아니라 산후에도 동일한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열입혈실은 아래 설명 참고)

 

《東醫寶鑑》 雜病篇卷之三 > 寒 下 > 熱入血室證
"부인은 혈을 위주로 한다. 혈실은 혈해인 충맥을 말한다. 부인이 상한으로 열이 날 때 월경이 때마침 오거나 끊어지며 낮에는 의식이 분명하나 밤에는 귀신을 본 것처럼 헛소리하는 것은 열이 혈실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위기(胃氣)와 상초ㆍ중초를 범하지 않으면 반드시 저절로 낫는다. 《활인서》에, "소시호탕에 생지황을 넣은 것으로 치료한다. 위기(胃氣)를 범한다는 것은 설사시키는 것을 말하고, 상초ㆍ중초를 범한다는 것은 땀을 내는 것을 말한다"라고 하였다. 《중경》" 

 

이 증상이 시일을 끌어 허로에 이르게 되니 소시호탕에 팔물탕과 황기를 가미한 삼합탕을 쓰라한 상황이 된 것이지요. 여기까지는 원론적인 내용입니다. 이제 임상적으로 생각해볼께요. 

(이 부분은 다소 본인의 개인적인 의견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참고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출산 후이건, 생리 중이건 간에 혈실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감기에 걸리거나, 무리하거나, 스트레스 과도한 상태가 되어 혈실에 열이 들어버린 상태를 말하는 것이 열입혈실증입니다. 굉장히 흔하게 볼 수 있는 증상입니다. 하지만 너무 흔해서 그런지 부인과에서 생리 주기 좀 안 맞거나, 생리통 같은 것은 병으로 취급되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지요. 그러다 보니 환자분들도 이런 증상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본래 열입혈실증은 생리혈이 정상적으로 배출되면 치료하지 않아도 낫는다 하였으니, 대수롭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요즘은 스트레스로 생리 주기가 정상을 잃은 사람이 많지요. 거기에 피임약이나 자궁내장치등을 사용하면서 가임기 여성이지만 생리가 닫혀 있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자궁은 혈실이라 하고, 혈해라고도 합니다. 충맥과 밀접하고 임맥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충맥은 소음의 낙맥과 함께 신장에서 시작된다고 하는데, 이 경락이 중요한 이유는 衛氣가 밤이 되면 陰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 시발점이 바로 이 신장 경락이기 때문입니다. 열입혈실이 되면 밤이 되도 위기가 음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므로 ‘밤에는 귀신을 본 것처럼 헛소리하는 것’이거든요. 우리가 익히 아는 히스테릭한 상황이 되어 가는 것이죠.

 

저는 이런한 환경이 처음 이야기한 유사 갱년기 상황이 생기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상황에 외감증이 두드러지면 (오한 발열, 한열증) 시호사물탕을 먼저 쓰고, 허로 증이 두드러지면 삼합탕을 먼저 씁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 처방의 방해를 부인 허로를 치료하는데 침구가 모두 효과가 없는 것을 다스린다고 간략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침구가 모두 효과가 없다고 하는 것은 허실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의미죠. 허로에 외감이 겹쳐 있으니 허실을 구분하기가 어렵겠죠. 영추에서 누누이 강조하듯이 침을 놓을 때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이 허실의 구분인데, 그게 잘 안되는 경우이니 침구에 효과가 떨어지겠지요. 그래서 열입혈실이 아니더라도, 내외상이 겸한 것 같을 때, 한열증이 다 있는 것 같을 때, 허실의 구분이 모호한데 보법이 필요할 때 두루 응용할 수 있습니다.

 

요약
1. 내외감, 허실, 한열의 구분이 모호한 허약자에 삼합탕. 
2. 열입혈실증이 허로 상태 우선하면 삼합탕
3. 열입혈실증이 외감 증상 우선하면 시호사물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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