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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건협팔물탕 - 김계진 원장의 처방이야기 6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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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결실의 계절이면서 고독의 계절입니다. 1년동안 열심히 맺은 결실을 거두고 나서의 빈자리가 주는 느낌이겠지요. 그래서 낙옆이 우수수 떨어지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옆구리가 시라고 허전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만물이 알을 베고 알을 낳고 난 후에는 온 몸의 정혈이 부족해지면서 마치 쭉정이가 된 것 처럼 여위게 되는데 그 때의 허전함 허무함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옆구리가 뻐근한 사람에게 쓰는 처방을 소개해 볼 까 합니다. 

 

《東醫寶鑑》 外形篇卷之三 > 脇 > 乾脇痛
"심하게 허하여 몸이 상하고, 옆구리 아래의 한 곳이 늘 아프면서 통증이 멎지 않는 것을 건협통이라고 한다. 이것은 대단한 위증(危證)이다. 팔물탕에 목향ㆍ청피ㆍ계심을 넣어 써야 한다. 화가 있을 때는 계심을 빼고 치자인을 넣거나, 황련(오수유 우린 물에 축여 볶은 것)을 넣는다. 《입문》" 

 

《東醫寶鑑》 外形篇卷之三 > 脇 > 脇痛有虛實
"기가 약한 사람이 협하통이 있고 맥이 현세(弦細)한 것은 대부분 일을 많이 하였거나 화를 내서 그런 것이다. 팔물탕에 목향ㆍ청피ㆍ계심을 넣어 달여 먹거나, 지실산을 쓴다." 

 

[건협팔물탕]
숙지황 5, 당귀 5, 천궁 5, 백작약 5, 인삼 5, 백출 5, 백복령 5, 감초 5, 청피 4, 계심 4 (치자(초) 4), 목향 2

 

건협통은 옆구리 아래의 한 곳이 늘 아프면서 뻐근한 느낌이 드는 것을 말하는데, 그 원인이 심하게 허하여 몸이 상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위 언급처럼 일을 많이 했거나 화를 많이 냈다거나 모두 간의 혈기를 많이 소모한 경우에 속합니다. 그러니 1년~10년 이렇게 아픈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주로 우측 협늑 부위가 아픈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부분 담낭 담도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였고, 실제 병원에서 이런 저런 여러 검사 후에 대부분의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뚜렷하지 않으나 담도 혹은 담낭이 조금 부어 있는 것 같다는 소견을 받은 분이 많았습니다. 이 증상이 생기면 10중 8-9는 소화불량을 이야기 합니다. 자꾸 토한다거나, 혹은 설사를 한다거나 어떤 음식만 먹으면 체한다거나 하는 것과 같은 소화불량 증상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 이 증상으로 내원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통증이 오는 환자들 몇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첫째는 화가 나지만 화를 낼 수 없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경우가 많이 발생했어요. 텔레마케터, 비서, 선생님, 종교인, 의료인 같은 직업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화라고 하는 것은 상승 발산해야 하는 기운이고 그로 인해 간혈을 소모하는 현상인데, 그 기운이 뻗어 나가지 못해서 병이 됩니다. 사람들은 화가 나도 화를 내지 않으면 문제가 안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화가 일어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안에서는 간혈이 소모됩니다. 거기에 화를 발산하지 못하면 기의 울체가 동반되는 것은 더 심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초기라면 아래의 경우에 속하는 경우가 더 많을 거에요. 

 

《東醫寶鑑》 外形篇卷之三 > 脇 > 脇痛有虛實
"간기가 실하여 옆구리가 아프면 답답하여 손발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편안히 누울 수 없다. 소시호탕에 천궁ㆍ당귀ㆍ백작약ㆍ창출ㆍ청피ㆍ초룡담을 넣어 쓴다. 《입문》" 
 
《東醫寶鑑》 外形篇卷之三 > 脇 > 脇痛有五
 "간화가 왕성하여 양 옆구리가 아파 제대로 펴지 못할 때는 먼저 호박고를 아픈 곳에 붙인 후 생강 달인 물에 밀환으로 만든 당귀용회환을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이 약을 밀환으로 만들면 협통을 치료한다. 《단심》" 

《東醫寶鑑》 外形篇卷之三 > 脇 > 脇痛分左右
"좌협통에는 먼저 호박고를 아픈 곳에 붙이고 당귀용회환을 뜨거운 생강즙으로 먹는다. 《입문》" 

 

대동소이한 이야기들입니다. 초기의 화가 자주 나는 상태라면 대부분 위의 형태로 왔을 겁니다. 간단하게 당귀용회환 혹은 소시호탕 등으로 조리할 만한 경우겠죠. 그리고 이 통증이 초기라면 좌측에서 발하는 경우도 많았을 겁니다. 근데 이게 건협통으로 가면 대부분 우측 협늑 부위가 아픈 경우가 됩니다. 이것은 肝의 氣血의 문제로 보입니다. 肝氣의 문제가 左에서 발하고, 肝血 즉 形의 문제가 우측에서 발하고 있는 셈입니다. 

 

둘째, 너무 잘 참아서 그런지, 약을 잘 안먹습니다. 그냥 침으로 해볼께요. 하는 환자들이 많았어요. 어쩌면 지속적으로 검사하는 병원에서 한약 먹으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근데.. 시일이 걸려서 그렇지 침으로도 고쳐집니다. 약을 같이 써주면 훨씬 빨리 고쳐질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죠. 

 

셋째, 긴장도가 엄청 높습니다. 아까 이 증상이 자주 오는 직업군 중에서도 예민해서 쉽게 긴장하시는 분들이 더욱 이 증상으로 잘 가는 것 같아요. 사실 긴장 한다는 것 자체가 약하다는 반증이죠. 호랑이와 토끼가 마주보고 있으면 누가 긴장하겠습니까? 그래서 약을 쓰면 옆구리 통증이 좋아지지만, 약만 먹으면 졸린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간 이렇게 긴장하고 있었으니 졸릴 만도 하죠. 잠을 잘 수 있는 최대한에서 잠을 자라고 하시면 됩니다. 어차피 어느 정도 자고 나서 회복하면 그땐 약 먹어도 안 졸립니다. 

여하튼 이러한 경우에 건협팔물탕을 쓰는데 대게 소화불량을 같이 호소하기 때문에 산사 신곡 맥아 같은 소식이나 치자 등을 가미해서 써도 좋습니다. 

 

요약
1. 우측 옆구리의 오래된 통증에 건협팔물탕
2. 소화가 안되면 삼선(산사 신곡 맥아)과 치자등을 가미
3. 옆구리 통증이 없어지면 건중탕 특히 황기건중탕으로 조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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