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이진사물탕(이사탕) - 김계진 원장의 처방 이야기 64편-68편
본문
#1 이사탕 (이진사물탕)에 대한 소개
드디어 이사탕이라는 처방을 한번 들여다 보겠습니다. 칠정병 치료의 기본 처방으로 이 처방을 이야기한 이유를 설명하다 보니 배경이 되는 칠정 칠기 육욕과 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설명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짧게 요약해본다면,
-칠정은 血을 動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陰血을 고갈시킵니다. (사물탕)
-칠정이 鬱結되면 氣가 滯하여 매핵기와 담음이 맺히는데 이를 七氣로 표현합니다. (이진탕)
상당히 거칠지만 이렇게 요약하면, 이사탕 이라는 처방은 결국은 칠정이 어떤 형태로는 병을 이루기 시작하는 것을 다스리는 기본 처방이 됩니다. 비록 의서에서는 대부분 혈과 담이라고 구분해서 이야기하지만, 血을 동하게 하고 痰을 생성하는 출발점이 대게는 칠정입니다.
神은 칠정을 거느리는데, 칠정이 상하면 병이 든다고 했습니다. 神病은 경계로부터 시작됩니다. 경계가 심해지면 정충이 되고 이것이 심해지면 건망이 됩니다. 그 경계의 병리에 대해서 단계 선생님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一 > 神 > 驚悸
"단계가, "경계는 때때로 생긴다. 혈이 허하면 주사안신환을 써야 하고, 담이 있으면 가미정지환을 써야 한다. 대개 경계는 혈허와 담에 속한다. 마른 사람은 대부분 혈허로 인한 것이고 살찐 사람은 대부분 담음으로 인한 것이다. 때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는 것도 혈허로 인한 것이다"라 하였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계는 혈허와 담에 속한다고 했습니다. 모든 神病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경계증에 대한 설명입니다. 정충 건망 전광등 神病이 진행되는 과정이 모두 이 병리가 심화되는 과정일뿐 이 기본 병리에서는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사탕의 첫번째 챕터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사물탕과 이진탕 조합의 처방들이 사용되는 경우들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편두통이 생기거나 어지럽거나, 손발이 저리거나, 등허리가 아프거나, 위로 열이 오르내리면서 오한 발열 하거나 기침을 하거나 등등의 증상에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들에서 공통점을 뽑아 볼 수 있을까요?"
물론 위 경우에 쓰이는 이진탕 합 사물탕의 처방들은 본 처방에 몇 가지의 약물들이 가미가 된 것들입니다. 다만, 위에서 쭉 전제한 내용을 기반으로 생각 해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머리가 지근거린다, 어지럽다, 손발이 저리다, 등허리가 아프거나, 해질 무렵이 되면 열이 오르내리거나, 기침이 나거나 오한 발열이 나거나 등등의 증상을 칠정과 같이 한번 생각해 봅시다. 칠정이라고 할 때 이미지가 확 잡히지 않는다면,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개념으로 한번 다시 살펴봅시다. 아니면 여성 갱년기 증상이라고 하고 살펴봐도 비슷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육욕이 칠정을 자극하면 火가 妄動 하게 됩니다. (지모 황백)
이 한 줄을 덧붙이면, 아래와 같은 처방과 함께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東醫寶鑑》 雜病篇卷之五 > 咳嗽 > 咳嗽諸證 > 勞嗽
"음허화동으로 기침할 때는 사물탕에 이진탕을 합한 것에 황백ㆍ지모를 넣는다."
이 음허화동은 본래 고치기가 참 어려운 병입니다.
《東醫寶鑑》 雜病篇卷之三 > 火 > 陰虛火動 > 陰虛火動者難治
"요즘 음허화동으로 인한 병이 들었을 때 열에 하나도 살리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처음에는 예전처럼 음식을 먹고 평상시처럼 생활을 하며 단지 담수(痰嗽)만 1~2번 하여 스스로 병이 없다고 여겨 질병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의사를 피하다가 죽을 때까지 깨닫지 못하다가, 마침내 병세가 만연하고 오래되면 침상에 누워 굳은 얼음처럼 이미 죽음에 이르게 되어 다시 치료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헤아려 보니 병이 시작될 때 반드시 3가지를 조심하면 나을 수 있다. 3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명의를 만나는 것이고, 둘째는 약을 잘 먹는 것이고, 셋째는 금기를 지키는 것이다. 3가지 중 하나라도 지키지 않으면 치료할 수 없다. 《의감》"
칠정과 육욕이 동하면 화가 망동하게 되는데 이를 고치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칠정을 처음 이야기 할 때 칠정을 고치는 것은 뛰어난 명의라도 쉽지 않다고 했었죠. 제가 육욕 덕에 한의사가 밥을 먹고 산다고 했었는데, 우리가 다스린다고 하는 칠정은 사실 칠정이 아니라 이 육욕으로 인한 음허화동을 그나마 다스릴 수 있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위장에서 화가 오를 때, 신장에서 화가 오를 때, 간에서 화가 오를 때와 같이 사실 육욕으로 인한 상화가 망동하는 것을 칠정이라는 더 큰 카테고리 하에서 다스리고 있을 뿐, 본디 칠정 자체의 병이라면 약만으로 고치는 것은 어림없는 것입니다. 오로지 수심 양심 정심하고 수양 청정함을 통해서 다스려지는 것이 마음이지요. 몸의 병이기 때문에 한약으로 낫는 것입니다. 마음은 형체가 없어서 다스리기가 어렵지만, 몸은 形이 있기 때문에 다스리가가 마음에 비해서는 용이 합니다. 다만, 이렇게 몸이 다스려지면, 그 몸에 깃든 마음이 또한 다스려지는 기틀이 생기게 되는데 한약으로 칠정을 다스리는 접근 법이 이와 같습니다.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一 > 身形 > 虛心合道
"백옥섬(白玉蟾)이, "사람이 마음을 비우면 도(道)와 하나가 되고 마음을 두면 도와 어긋난다. 이 '무(無)'라는 글자는 모든 유(有)를 남김없이 포괄하는데 만물을 낳고도 고갈되지 않는다. 천지가 비록 크다고는 하지만 유형의 것을 부릴 수 있어도 무형의 것은 부릴 수 없고, 음양이 비록 묘하다고는 하지만 기가 있는 것은 부릴 수 있어도 기가 없는 것은 부릴 수 없다. 오행이 지극히 정미롭다고는 하지만 수(數)가 있는 것은 부릴 수 있어도 수(數)가 없는 것은 부릴 수 없고, 온갖 생각이 어지러이 일어나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부릴 수 있어도 인식할 수 없는 것은 부릴 수 없다. 지금 이 이치를 수양하는 방법 중에 형(形)을 단련하는 것이 가장 좋다. 형을 단련하는 묘미는 신(神)을 모으는 데 있다. 신이 모이면 기가 모이고 기가 모이면 단(丹)이 만들어지고 단이 만들어지면 형이 단단해지고 형이 단단해지면 신이 보전된다. 그러므로 송제구가 '형을 잊어 기를 기르고 기를 잊어 신을 기르며 신을 잊어 허(虛)를 기른다'라고 한 것이니, '잊는다'는 것은 곧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본래 아무것도 없는데 어느 곳에 티끌이 있겠는가? '라고 한 말이 바로 이것을 가리키는 것이다"라 하였다."
위 글에서, “음양이 비록 묘하다고는 하지만 기가 있는 것은 부릴 수 있어도 기가 없는 것은 부릴 수 없다. 오행이 지극히 정미롭다고는 하지만 수(數)가 있는 것은 부릴 수 있어도 수(數)가 없는 것은 부릴 수 없고, 온갖 생각이 어지러이 일어나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부릴 수 있어도 인식할 수 없는 것은 부릴 수 없다.”
같은 맥락의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氣가 있어야 부릴 수 있고, 數가 있어야 부릴 수 있으며, 인식 할 수 있어야만 부릴 수가 있는 것이지요. 의사가 다스릴 수 있는 영역이 이 부분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비울때는 반드시 먼저 형을 단련하는 것부터 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칠정병을 다스리는 데는 무엇보다 먼저 몸을 튼튼하게 하라는 것이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이야기인 셈입니다.
이사탕은 그 출발점에 서 있는 처방입니다. 칠정이 병이 되려는 시초지요. 혈이 부족해지고, 담이 쌓이기 시작하는 지점. 칠정병이 심해지면 이런 걸로 택도 없겠지요. 다만 임상에서는 칠정의 문제가 있는 제반 자율신경실조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딱히 변증이 명확하게 되지 않는다면, 우선 고려해볼 수 있는 처방이 바로 “이사탕가 지모 황백” 정도의 처방입니다. 당연히 칠정이 보다 예민한 여성들에게서 더 활용도가 높겠지요.
단계선생님의 이야기를 응용하여 마무리를 해볼게요.
"단계(丹溪) 선생이 약을 쓴 것은 기(氣), 혈(血), 담(痰)에서 벗어나지 않으므로 약을 쓰는 요점도 세 가지가 있다. 기병(氣病)에는 사군자탕(四君子湯)을 쓰고 혈병(血病)에는 사물탕(四物湯)을 쓰며 담병(痰病)에는 이진탕(二陳湯)을 쓴다. 또 "오래된 병은 울(鬱)에 속한다." 고 하여 울을 다스리는 처방을 만들었으니 바로 월국환(越鞠丸)이다.“
칠정병이 시작되려 할 때는 이사탕 혹은 이사탕 가 지모 황백을 쓴다.
#2 이사탕 66편 : 칠정과 사물탕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一 > 神 > 神統七情傷則爲病
"심(心)은 신(神)을 간직하여 우리 몸의 군주가 되어 칠정을 거느리고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칠정이란 희(喜)ㆍ노(怒)ㆍ우(憂)ㆍ사(思)ㆍ비(悲)ㆍ경(驚)ㆍ공(恐)이다. 또한 혼(魂)ㆍ신(神)ㆍ의(意)ㆍ백(魄)ㆍ지(志)의 주인은 신(神)이기 때문에 이것들을 모두 신이라 부르기도 한다. 《내경주》"
너무 잘 알고 있다 생각하기 때문에 간과하고 넘어가기 쉬운 글입니다.
心藏神, 爲一身君主, 統攝七情, 酬酢萬機. 이 원문을 풀어 쓴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표현이 있지요.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一 > 神 > 五藏藏七神
"《내경》에, "오장이 간직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심(心)은 신(神)을 간직하고, 폐는 백(魄)을 간직하며, 간은 혼(魂)을 간직하고, 비는 의(意)를 간직하며, 신은 지(志)를 간직한다"고 하였다. 또, "비는 의(意)와 지(智)를 간직하고 신(腎)은 정(精)과 지(志)를 간직하니, 이것을 칠신(七神)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오장에 모두 神이 있다는 것은 칠정 손상은 “오장을 직접 훼손”한다는 것입니다. 칠정상이 있으면 오장변증을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지요. 삼인방에서 오직 칠정만이 내인이라고 한 이유도 오직 칠정만이 오장을 바로 손상시키기 때문입니다. 비위상이 결과적으로 기혈진액의 회복과 흐름을 방해하여 오장에 문제를 일으킨다라는 개념과는 조금 차이가 나죠.
그리고 “神統七情傷則爲病”이 말이 중요한 것은 오장이 모두 神을 가지고 있지만 이 모든 神을 통섭하는 神은 心에 저장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칠정은 오장을 손상시키는 것이지마는 결국에는 반드시 心傷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심상으로 귀결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냐? 모두 色으로 병이 드러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기색을 살핀다고 하지요. 이 氣를 살피는 것이 칠기, 色을 살피는 것이 칠정입니다.
의서에서 진실로 心이 병이 된 것은 다스릴 수가 없다 하였습니다. 진심통은 불치다 하였지요. 그리고 장자화 선생님께서도 칠정을 다스리는 기술이 있다 하여도 진실로 다스리기는 참으로 난해하다 하셨다는 것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心醫가 된다는 것이 단지 환자를 긍휼히 여기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칠정이 병이 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가장 극명하게 서술하신 분이 이제마 선생님이신데, 이분이 설명하신 글을 잠깐 읽어 볼께요.
《東醫壽世保元_辛丑本》 東醫壽世保元 卷之一 > 四端論(26條)
"태양인의 슬픔이 극에 달하여 그치지 않으면 분노(忿怒)가 밖으로 격동하고, 소양인의 성냄이 극에 달하여 이기지 못하면 비애(悲哀)가 마음 가운데 일어나고, 소음인의 즐거움이 극에 달하여 이루지 못하면 희호(喜好)가 일정하지 못하고, 태음인의 기쁨이 극에 달하여 누리지 못하면 치락(侈樂)이 끝이 없다. 이렇게 동하는 것은 칼로 장을 베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한 번 크게 동하면 10년을 가도 회복하기 어렵다. 이것이 죽고 사는 것과 단명하고 장수하는 것의 관건이니 몰라서는 아니 된다."
칠정이 동하면 칼로 장을 베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했습니다. 한 번 크게 동하면 10년을 가도 회복하기가 어렵다고 했고, 이것은 죽고 사는 것과 단명 장수 하는 것의 관건이라고 하셨습니다. 칠정이 동하면 각기 그 해당되는 장부를 칼로 긁어 버린 것과 같다는 것이죠. 이 표현보다 더 강렬하게 칠정병의 문제를 설명한 내용을 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영추 本神篇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원문으로 볼 때가 더 이해하기가 좋으므로 읽기 다소 번거롭겠지만 원문으로 살펴 볼께요.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一 > 神 > 神統七情傷則爲病
靈樞曰,
心怵惕思慮則傷神, 神傷則恐懼自失, 破䐃脫肉, 毛悴色夭, 死于冬.
脾憂愁而不解則傷意, 意傷則悗亂, 四肢不擧, 毛悴色夭, 死于春.
肝悲哀動中則傷魂, 魂傷則狂忘不精, 不精則不正, 當人陰縮而攣筋, 兩脇骨不擧, 毛悴色夭, 死于秋.
肺喜樂無極則傷魄, 魄傷則狂, 狂者意不存人, 皮革焦, 毛悴色夭, 死于夏.
腎盛怒而不止則傷志, 志傷則喜忘其前言, 腰脊不可以俛仰屈伸, 毛悴色夭, 死于季夏.
내용을 보시면,
두려움이 神을 상하면 두려움에 벌벌 떨고 (넋이 나가고), 살이 쪽 빠지고, 초췌해진다.
근심이 意를 상하면 사지를 가만두지 못하고 (넋이 나가고), 사지를 들지 못하고, 초췌해진다.
슬픔이 魂을 상하면 안절부절 못하고 (넋이 나가고), 음낭이 당기고 쳐지며, 초췌해진다.
희락이 魄을 상하면 미쳐서 사람을 못알아보고 (넋이 나가고), 피부가 거칠고, 초췌해진다.
분노가 志를 상하면 건망이 생기고 (넋이 나가고), 허리를 굴신할 수 없고, 초췌해진다.
모두 “毛悴色夭” 한다고 했죠. 어떤 경우의 칠정상이건 간에 결국은 毛悴色夭합니다. 모든 칠정병은 반드시 心傷으로 귀결되고 色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니 초기에는 붉으락 푸르락 하지마는, 이 병이 오래되면 반드시
恐懼而不解則傷精, 精傷則骨痠痿厥, 精時自下.
是故五藏主藏精者也. 不可傷. 傷則失守而"陰虛", 陰虛則"無氣", 無氣則死矣.
위 표현처럼 결국은 오장에 간직된 精을 손상시킵니다. 精이 빠져 나가버리니 氣가 의지할 곳이 없어 無氣力한 상태가 되버리다 죽는 것입니다. 이게 또한 毛悴色夭 이기도 합니다.
익국환 할 때 살펴 보았던 脫營, 失精 이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七情이라는 기운은 발하게 되면 그 臟腑의 精血을 엄청나게 소모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정혈을 소모시켜버리면 氣가 의지할 곳이 없어 무기력해지다 넋이 나가고 살이 쪽 빠져서 죽는다는 것이죠. 치법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연히 精血과 氣의 회복을 기반으로 하면서 그 감정의 해소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치법이 필요하겠지요. 칠정병 치료의 가장 베이스가 되는 기본 처방이 “사물탕” 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동의보감에 무수히 많은 처방이 있지만 여러 사물탕 아니면 사물탕 가감처방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다 이런 이유가 있겠지요.
우리가 스트레스 라는 것을 생각할 때 단지 열받는다는 상황과는 많이 다르죠?
오히려, 극도의 스트레스로 온 몸에 피가 마른다고 하는 표현이 칠정상을 설명하는데 더 적합한 표현입니다. 극도의 감정 소모로 온 몸의 진액과 정혈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칠정병의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장례식장에 가면 그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여 오열하는 사람. 시위 현장에 가면 노기를 주체하지 못하여 분신을 불사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얼굴에 드러나는 색이 이미 다르고, 발하는 소리 또한 다릅니다. 시위 현장에 노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소리가 간에서 분노에 가득찬 소리가 쩌렁 쩌렁 울리면서 나옵니다. 얼굴에는 서슬이 퍼렇구요. 이런 상황을 겪게 되면 어떻게 된다구요? "이렇게 동하는 것은 칼로 장을 베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한 번 크게 동하면 10년을 가도 회복하기 어렵다." 는 것입니다. 즉 칠정상이라는 것은 지극한 슬픔, 지극한 분노, 지극한 공포, 지극한 쾌락, 지극한 불안에 빠져서 온 몸의 진액과 정혈이 소모되면서 해당 장부에 상처를 남기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칠정상입니다. 10년이 가도 회복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마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처럼 강렬한 감정 소모는 시일이 지나도 몸과 마음에 강한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이를 치료하는데 궁극의 기술이 五志相乘治法이나 移情變氣療法 이지만, 쉽지 않다는 거지요.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一 > 集例
"도가에서는 청정(淸靜)과 수양(修養)을 근본으로 삼고, 의사들은 약이(藥餌)와 침구(鍼灸)로 병을 치료하니 도가는 그 정밀함을 얻은 것이고 의문(醫門)에서는 그 대강을 얻은 것입니다."
여기에 대입해 본다면, 五志相乘治法이나 移情變氣療法이 정미로운 치료방법이라면, 사물탕을 비롯한 정혈의 회복을 도모하는 것은 대강을 얻은 것이겠지요.
#3 칠기와 이진탕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一 > 氣 > 七氣
"《직지》에, "사람에게는 칠정이 있고 병은 칠기(七氣)에서 생긴다. 기가 뭉치면 담이 생기고, 담이 성하면 기가 더욱 맺힌다. 그러므로 기를 고르게 하려면 먼저 담을 없애야 한다. 칠기탕은 반하를 군약으로 하고 육계(향이 좋고 둥글게 말린 것)를 좌약으로 하는데 좋은 방법이다"라 하였다."
人有七情, 病生七氣라 하였습니다. 대부분 위와 같이 해석을 했는데, 병은 칠기에서 생긴다는 해석보다는 칠정이 병이 되면 칠기가 생긴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칠정이 울결된 것이 칠기거든요. 氣病이죠.
[七氣湯]
治七情鬱結, 心腹絞痛. 半夏(製) 三錢, 人參ㆍ肉桂ㆍ甘草(灸) 各七分. 右剉, 生薑 三片, 煎服. 《局方》 칠정이 맺혀 명치가 비틀듯이 아픈 것을 치료한다. 반하(법제한 것) 3돈, 인삼ㆍ육계ㆍ감초(구운 것) 각 7푼. 이 약들을 썰어 생강 3쪽을 넣고 달여 먹는다. 《국방》
칠기탕 방해에도 나오죠.. 칠정이 울결되어.. 라고. 칠기라는 것은 칠정이 울결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말로 하면 기가 막힌거죠. 내가 화가 막 나는데, 옆 사람이 '너 정말 화가 나겠구나!' 하는 경우와, '넌 그게 왜 화가 나냐?' 했을 때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너 정말 화가 나겠구나 하고 그 감정을 이어 주면 정서의 과극이 일어나기가 쉽고, 반대로 그 감정이 가로 막히면 칠정의 울결이 발생합니다. 이걸.. 우리는 '기가 막힌다.'고 표현합니다. 이런 것을 기격(氣膈)ㆍ기체(氣滯)ㆍ기비(氣秘)ㆍ기중(氣中)이라 한다고도 하는게 그냥 기가 막힌것이죠.
원래 情이라고 하는 것은 감정을 말합니다. 느끼는 정서지요. 그 정서를 느끼는 것이고 정서가 과극해지면 血의 소모가 일어나는 것이 칠정이라는 기본 개념입니다.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二 > 血 > 七情動血
"칠정으로 내상을 입는 것은 다음과 같다. 갑자기 기뻐하면 심이 흔들려 혈을 만들지 못한다. 갑자기 성내면 간이 상하여 혈을 간직하지 못한다. 근심이 쌓이면 폐가 상하고, 생각을 많이 하면 비가 상하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신이 상하는데, 이것은 모두 혈을 움직인다"
그래서 칠정은 血을 동하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칠정과 칠기가 비록 같은 희노우사비공경에서 시작했지만, 칠정은 血病으로 칠기는 氣病으로 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감정이란 것이 참으로 묘합니다. 느낌이 없을 때가 많아요. 무슨 뜻이냐면, 저 사람은 슬프다고 하는데 나는 이게 한 개도 안 슬프거든요. 누군가는 막 재밌다고 하는데 나는 이게 재미가 없어요. 그러면 이 정서의 느낌이 전달이 안되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때 이 칠정은 칠기가 됩니다. 내 감정이 옆 사람에게 傳해지지 못하고 다시 나에게로 되돌아 와서 막히는 것이죠. 그래서 칠정이 울결된 것이 칠기가 된다고 하는 것이고, 그때 최초로 나타나는 증상이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一 > 氣 > 氣鬱
"단계가, "기병(氣病)의 초기에는 그 단초가 아주 미미한데, 칠정으로 말미암거나 육기(六氣)가 침범하거나 혹은 음식으로 인하여 진액이 흘러가지 못하고 청탁이 서로 침범하여 기가 적(積)이 되고 적이 담이 된다. 이렇게 기가 울체되면 명치가 막히거나 아프다"고 하였다."
에 언급된 것처럼 명치가 막히거나 아프다고 합니다. 이것이 음식이 체한 것과 똑같죠? 음식에 체한것이 食滯, 기에 체한 것이 氣滯인 셈이죠.
그래서 이런 구분이 필요합니다.
《東醫寶鑑》 雜病篇卷之四 > 內傷 > 勞倦傷治法
"칠정으로 기가 동한 맥은 음식상과 같다. 음식상과 칠정상은 모두 삼초를 막고 폐ㆍ위(胃)와 숨구멍을 훈증한다. 이렇게 되면 폐는 기를 주관하는데 정상적인 전화(傳化)작용을 하지 못해 기구맥만이 긴성(緊盛)하게 된다. 그 증상은 구토하고 설사하며, 더부룩하고 막히며, 배가 아파 음식상과 비슷하다. 그러나 식상에는 음식을 싫어하고 칠정에는 비록 배부르더라도 음식을 싫어하지 않는다. 《입문》"
식상은 음식을 싫어하고, 칠정은 음식을 싫어하지 않는다. 이 조문을 꼭 명심하세요. 여기서의 칠정은 칠기를 말합니다. 칠정이 울결되어 발생한 칠기의 기체증을 말하는 것이죠.
임상에서 이런 환자들을 흔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맨날 체한다고 내원하시는데, 식욕이 너무 좋아서 살을 빼달라고 하는 분들 보신적 있다 없다? 맨날 체한다는데 식욕이 너무 좋다는 분들.. 평위산으로도 좋아집니다. 또 체하고 또 체하고 또 체하고 할 뿐이죠. 이분들은 음식상이 아니겠죠. 육울에 가까운 경우가 많고, 칠정이라는 기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의 정혈 소모의 경우를 해소해주지 않으면 계속 재발합니다. (사실 이런 분들에게 평위산만 쓰는 것보다도, 사물탕 합 이진탕 가 산사 신곡 맥아 이런 형태로 약을 쓰는 게 훨씬 잘 듣습니다.)
이렇게 氣가 체하면 곧 濕이 체하고 熱이 쌓이고, 痰이 되고. 血이 맺히고, 다시 食이 쌓여 가는 육울의 상태로 전변된다는 것을 앞서 익국환을 이야기 할때 했었습니다. 氣와 濕이 막힌것은 씻어 내리면 해소될 수 있지만, 血과 食이 울결되는 것은 이미 형체가 쌓이는 것이니 적취의 출발이 됩니다. 병이 깊어 지는 것이죠. 이 순서가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대게 맞아요. 그래서 이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면, 병의 단계를 대략 가늠해 볼 수도 있습니다.
기가 울체 되기 시작했을때 변화가 다양합니다. 그래서 정말 다양한 처방들이 나오지만, 이런 여러 처방들 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처방이 바로 이진탕입니다.
#4 이진사물탕 4편 - 육욕과 상화
칠정과 관련하여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火입니다. 사람에게는 2개의 火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君火이고 다른 하나는 相火입니다. 여기서의 君이 임금이라면 相은 재상을 말합니다. 임금과 신하라고 보기에는 재상의 힘은 임금에 못지 않은 경우가 많죠. 군화를 人火라 하고 相火를 龍火 혹은 天火라고도 하는데, 龍이라는 표현처럼 변화 막측하고 한번 드러나면 반드시 비바람과 폭풍우를 몰고 올 것 같은 그런 火가 바로 龍火입니다.
이 火는 본질적으로 겉은 陽이지만 속은 陰입니다. 즉 陰이 중심을 잡아줘야 함부로 망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陰이 말라 버리면 火는 의지할 곳이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망동하는 일이 생깁니다. 칠정은 반드시 혈을 동하게 만들다가 급기야는 陰을 고갈시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칠정이 動하면 반드시 火가 따라오고 火가 동하게 되면 陰이 더욱 빠르게 고갈이 됩니다. 책에서의 설명을 잠깐 보겠습니다.
《東醫寶鑑》 雜病篇卷之三 > 火 > 火有君相之二
"오행에는 각기 1가지 성질이 있는데 화(火)만 2가지가 있으니 군화(君火)라고 하는 것은 인화(人火)이고, 상화(相火)라고 하는 것은 천화(天火)이다. 화는 속은 음(陰)이고 겉은 양(陽)이니 움직임을 주관한다. 이름으로 말하면 형(形)과 질(質)이 상생(相生)하고 오행에 들어맞기 때문에 군화라고 하는 것이다. 위치로 말하면 허무(虛無)에서 생겨나 제자리를 지키며 명을 받아 움직여야 볼 수 있기 때문에 상화라고 하는 것이다. 하늘은 만물을 생성하는 것을 주관하기 때문에 늘 움직이고, 사람도 이 생장함이 있으므로 항상 움직인다. 늘 움직이게 하는 것, 이것이 모두 상화가 하는 일이다. 《동원》"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고 먹고 자고 싸고 하는 모든 것이 무엇의 일인가 하면 바로 相火가 하는 일입니다. 마치 하늘이 매일 똑같아 보여도 단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는 것과 같이 그 하늘의 변화되는 모습이 바로 天火이고, 변화의 지극함을 형상하는 상상속의 동물 龍을 닮은 龍火의 표현이 암시하듯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든 움직임이 다 相火, 즉 재상의 火가 하는 역할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고 느끼고 할 수 있는 모든 火는 바로 상화입니다. 따라서 상화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만 우리는 보고 숨쉬고 느끼고 먹고 마시고 싸고 하는 것들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군화는 항상 자기 자리를 지키고 벗어나지 않습니다. 하늘이 매일 매일 변하는 모습 속에서 계절의 변화가 끊임이 없지만, 그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규율이 있습니다. 낮과 밤의 변화 규칙, 그리고 계절이 변화하는 규칙은 한결같습니다. 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속에서 변화하지 않는 법칙. 그 힘이 바로 君火입니다. 자연에 비유하면 태양이죠. 태양은 저 멀리서 빛날 뿐이지만, 기후와 계절의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멀리 있어서 손으로 잡을 수도 없건만 따뜻한 빛을 보내옵니다. 우리가 목, 금, 토, 수라고 하는 것들은 다들 그 衡과 質이 제자리에 있는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태양의 형체는 분명 저 멀리서 빛나건만, 그 작용의 열과 빛은 이 땅 위에서 작동합니다. 火가 2개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이 군화라면, 그 군화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 열, 실제로 지구를 데우고 만물을 양육하는 그 모든 힘이 상화라는 것입니다. 우리 몸에 빗댄다면 심장은 우리 가슴 속에서 뛰고 있지만 내가 감각하는 모든 것, 視 聽 言 動 하는 것이 전부 心의 부림을 받아 相火가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개념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물질로 호르몬 같은 것을 예로 들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相火의 한쪽 끝에는 神이 자리하고 있고 그 반대편의 끝에는 氣가 작용하고 있는 것인데, 이 사이의 빈공간 즉 ‘허무(虛無)에서 생겨나 제자리를 지키며 명을 받아 움직여야 볼 수 있는’ 그것을 相火라고 이름한 것입니다.
《東醫寶鑑》 雜病篇卷之三 > 火 > 火爲元氣之賊
"상화는 타오르기 쉽기 때문에 오성(五性)의 궐양지화(厥陽之火)와 서로 부추기어 망동하게 된다. 화가 마음대로 타오르면 변화를 예측할 수 없고 끊임없이 타올라, 진음(眞陰)을 졸이니 음이 허하게 되면 병이 들고, 음이 끊어지면 죽는다. 《동원》"
그런데 이 상화는 또 다른 火로부터 부추김을 받으면 망동합니다. 그리고 火가 지극해지면 진음을 졸여서 병이 됩니다. 이 또 다른 火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부연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장육부의 궐양지화는 오지(五志)에 뿌리박고 있는데, 육욕(六慾)과 칠정(七情)이 격동하면 이것을 따라 타오른다. 크게 성내면 화가 간에서 일어나고 취하거나 배부르면 화가 위(胃)에서 일어나며, 성생활을 하면 화가 신(腎)에서 일어나고 슬퍼하면 화가 폐에서 일어난다. 심은 군주이니 스스로 화가 일어나면 죽게 된다. 《하간》"
육욕과 칠정이 격동하여 크게 성내면 火가 간에서 망동하게 되고,
육욕과 칠정이 격동하여 취하거나 배부르면 火가 위에서 망동하게 되고,
육욕과 칠정이 격동하여 성생활을 하면 火가 신에서 일어난다. 등등
육욕과 칠정이 격동하면 오장 내의 오지 안에 있던 궐양지화가 상화와 서로 맞부딪혀 결국 상화가 망동하여 진음을 졸여 죽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청와대의 지침은 이러한데, 지방정부의 지침과 어긋나 격동하다 보니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자가 망동하니 행정이 엉망이 되더라 머 이런 비유를 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 육욕은 무엇일까요?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一 > 氣 > 氣爲呼吸之根
"《정리》에, "사람이 처음 생명을 받을 때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어머니를 따라 호흡을 한다. 세상에 태어난 후에 탯줄을 끊으면 조그만 진령(眞靈)의 기가 배꼽 아래에 모인다. 사람에게는 기가 가장 중요하므로 호흡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 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의식(이것을 육욕(六慾)이라 한다)은 모두 기로 말미암는 것이다. 기가 없다면 소리ㆍ색깔ㆍ향내ㆍ맛ㆍ촉감ㆍ현상의 모든 것을 지각하지 못한다. 날숨[呼氣]은 하늘의 뿌리와 닿아 있고 들숨[吸氣]은 땅의 뿌리와 닿아 있는데 기는 우리 몸에서 하루에 810장(丈)을 돈다"고 하였다."
번역하면 위와 같지만, 원문으로 쓰면 眼耳鼻舌身意 혹은 色聲香味觸法 이 육욕입니다. 위 글에서는 이 육욕이 모두 氣로 말미암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상화가 神 과 氣 사이를 매개해 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 이유입니다. 육욕은 우리 몸이 감각하는 것입니다. 마음이 감하는 칠정과 조금 구별이 됩니다. 육욕은 우리 몸이 감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도 일어납니다. 때가 되면 배가 고파지고, 때가 되면 잠이 오고, 때가 되면 이성을 그리고 하는 것 처럼요. 그러나 칠정은 어떤 사물을 접했을 때 일어나는 것입니다. (所以任物者, 謂之心) 육욕은 칠정과는 분명 다른 것입니다. 육욕의 뿌리는 몸에 있는 것이고, 칠정의 뿌리는 心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요즘 일상에서 쓰는 표현으로 바꿔본다면 육욕은 본능에, 칠정은 감정에 가까운 개념입니다. 육욕 중에 가장 기본적이고 강력한 것이 色입니다. 그리고 이 色은 거의 대부분 대상이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칠정을 이야기할 때 육욕을 빼고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一 > 神 > 心藏神
"심(心)은 신명(神明)의 집이다. 속은 비어 있고 지름은 1촌도 되지 않지만 그곳에 신명이 머무른다. 신명이 일을 처리하는 것은 어지럽게 얽힌 것을 푸는 듯, 용솟음치는 큰물을 건너는 듯 매끄럽다. 하루 중에서 두려워하거나 경계하거나 기뻐하거나 성내거나 곰곰이 생각할 때는 직경 1촌이 되는 곳에서 불처럼 타오른다. 또, 욕심, 즉 좋지 않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싹이 트면 이를 돌려보내고 받아들이지 않는데, 이것은 양심과 다투는 것이다. 칠정과 육욕(六欲)이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 모두 이렇다."
마지막으로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보겠습니다.
《東醫寶鑑》 雜病篇卷之三 > 火 > 制火有方
"유학자가 가르침을 세울 때, '정심(正心)하고, 수심(收心)하고, 양심(養心)하라'고 한 것은 모두 화가 망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의사들이 가르침을 세울 때, '편안하게 마음을 비워 정(精)과 신(神)을 지키라'고 한 것도 화가 망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단계》"
"화는 스스로 망동하는 것이 아니다. 동하는 것은 마음에 달려 있으니 '정(靜)'이란 글자는 마음 속의 물[心中之水]과 같은 것이다. 《입문》"
"신(神)이 안정되면 심화가 저절로 내려가고, 욕심을 줄이면 신수(腎水)가 저절로 올라간다. 《입문》"
화를 다스릴 때 '정심(正心)하고, 수심(收心)하고, 양심(養心)'해야 하고, 화가 동하는 것이 모두 마음에 달려 있으니, 神을 안정시키고, 욕심을 줄이라고 하는 이 표현을 자세히 보시면, 위에 쭉 이야기했던 육욕과 칠정이 心을 동하게 해서 火를 망동하게 하는 그 기전들이 더욱 선명하게 이해되실 겁니다.
"칠정이 육욕과 더불어 격동하면 반드시 상화가 망동하는 문제가 생긴다."
“色의 불만족은 결국 상화를 망동하게 한다.”
그래서 진료할 때 남자는 반드시 방로를 여자는 月事를 확인해야 한다고 하는 말이 지극히 중요한 말입니다. 성적인 불만족은 방로상이 아니라 칠정상이기 때문입니다. 오장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죠.
#5 이사탕 마지막 편
드디어 이사탕이라는 처방을 한번 들여다 보겠습니다. 칠정병 치료의 기본 처방으로 이 처방을 이야기한 이유를 설명하다 보니 배경이 되는 칠정 칠기 육욕과 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설명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짧게 요약해본다면,
-칠정은 血을 動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陰血을 고갈시킵니다. (사물탕)
-칠정이 鬱結되면 氣가 滯하여 매핵기와 담음이 맺히는데 이를 七氣로 표현합니다. (이진탕)
상당히 거칠지만 이렇게 요약하면, 이사탕 이라는 처방은 결국은 칠정이 어떤 형태로는 병을 이루기 시작하는 것을 다스리는 기본 처방이 됩니다. 비록 의서에서는 대부분 혈과 담이라고 구분해서 이야기하지만, 血을 동하게 하고 痰을 생성하는 출발점이 대게는 칠정입니다.
神은 칠정을 거느리는데, 칠정이 상하면 병이 든다고 했습니다. 神病은 경계로부터 시작됩니다. 경계가 심해지면 정충이 되고 이것이 심해지면 건망이 됩니다. 그 경계의 병리에 대해서 단계 선생님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一 > 神 > 驚悸
"단계가, "경계는 때때로 생긴다. 혈이 허하면 주사안신환을 써야 하고, 담이 있으면 가미정지환을 써야 한다. 대개 경계는 혈허와 담에 속한다. 마른 사람은 대부분 혈허로 인한 것이고 살찐 사람은 대부분 담음으로 인한 것이다. 때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는 것도 혈허로 인한 것이다"라 하였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계는 혈허와 담에 속한다고 했습니다. 모든 神病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경계증에 대한 설명입니다. 정충 건망 전광등 神病이 진행되는 과정이 모두 이 병리가 심화되는 과정일뿐 이 기본 병리에서는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사탕의 첫번째 챕터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사물탕과 이진탕 조합의 처방들이 사용되는 경우들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편두통이 생기거나 어지럽거나, 손발이 저리거나, 등허리가 아프거나, 위로 열이 오르내리면서 오한 발열 하거나 기침을 하거나 등등의 증상에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들에서 공통점을 뽑아 볼 수 있을까요?"
물론 위 경우에 쓰이는 이진탕 합 사물탕의 처방들은 본 처방에 몇 가지의 약물들이 가미가 된 것들입니다. 다만, 위에서 쭉 전제한 내용을 기반으로 생각 해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머리가 지근거린다, 어지럽다, 손발이 저리다, 등허리가 아프거나, 해질 무렵이 되면 열이 오르내리거나, 기침이 나거나 오한 발열이 나거나 등등의 증상을 칠정과 같이 한번 생각해 봅시다. 칠정이라고 할 때 이미지가 확 잡히지 않는다면,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개념으로 한번 다시 살펴봅시다. 아니면 여성 갱년기 증상이라고 하고 살펴봐도 비슷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육욕이 칠정을 자극하면 火가 妄動 하게 됩니다. (지모 황백)
이 한 줄을 덧붙이면, 아래와 같은 처방과 함께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東醫寶鑑》 雜病篇卷之五 > 咳嗽 > 咳嗽諸證 > 勞嗽
"음허화동으로 기침할 때는 사물탕에 이진탕을 합한 것에 황백ㆍ지모를 넣는다."
이 음허화동은 본래 고치기가 참 어려운 병입니다.
《東醫寶鑑》 雜病篇卷之三 > 火 > 陰虛火動 > 陰虛火動者難治
"요즘 음허화동으로 인한 병이 들었을 때 열에 하나도 살리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처음에는 예전처럼 음식을 먹고 평상시처럼 생활을 하며 단지 담수(痰嗽)만 1~2번 하여 스스로 병이 없다고 여겨 질병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의사를 피하다가 죽을 때까지 깨닫지 못하다가, 마침내 병세가 만연하고 오래되면 침상에 누워 굳은 얼음처럼 이미 죽음에 이르게 되어 다시 치료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헤아려 보니 병이 시작될 때 반드시 3가지를 조심하면 나을 수 있다. 3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명의를 만나는 것이고, 둘째는 약을 잘 먹는 것이고, 셋째는 금기를 지키는 것이다. 3가지 중 하나라도 지키지 않으면 치료할 수 없다. 《의감》"
칠정과 육욕이 동하면 화가 망동하게 되는데 이를 고치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칠정을 처음 이야기 할 때 칠정을 고치는 것은 뛰어난 명의라도 쉽지 않다고 했었죠. 제가 육욕 덕에 한의사가 밥을 먹고 산다고 했었는데, 우리가 다스린다고 하는 칠정은 사실 칠정이 아니라 이 육욕으로 인한 음허화동을 그나마 다스릴 수 있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위장에서 화가 오를 때, 신장에서 화가 오를 때, 간에서 화가 오를 때와 같이 사실 육욕으로 인한 상화가 망동하는 것을 칠정이라는 더 큰 카테고리 하에서 다스리고 있을 뿐, 본디 칠정 자체의 병이라면 약만으로 고치는 것은 어림없는 것입니다. 오로지 수심 양심 정심하고 수양 청정함을 통해서 다스려지는 것이 마음이지요. 몸의 병이기 때문에 한약으로 낫는 것입니다. 마음은 형체가 없어서 다스리기가 어렵지만, 몸은 形이 있기 때문에 다스리가가 마음에 비해서는 용이 합니다. 다만, 이렇게 몸이 다스려지면, 그 몸에 깃든 마음이 또한 다스려지는 기틀이 생기게 되는데 한약으로 칠정을 다스리는 접근 법이 이와 같습니다.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一 > 身形 > 虛心合道
"백옥섬(白玉蟾)이, "사람이 마음을 비우면 도(道)와 하나가 되고 마음을 두면 도와 어긋난다. 이 '무(無)'라는 글자는 모든 유(有)를 남김없이 포괄하는데 만물을 낳고도 고갈되지 않는다. 천지가 비록 크다고는 하지만 유형의 것을 부릴 수 있어도 무형의 것은 부릴 수 없고, 음양이 비록 묘하다고는 하지만 기가 있는 것은 부릴 수 있어도 기가 없는 것은 부릴 수 없다. 오행이 지극히 정미롭다고는 하지만 수(數)가 있는 것은 부릴 수 있어도 수(數)가 없는 것은 부릴 수 없고, 온갖 생각이 어지러이 일어나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부릴 수 있어도 인식할 수 없는 것은 부릴 수 없다. 지금 이 이치를 수양하는 방법 중에 형(形)을 단련하는 것이 가장 좋다. 형을 단련하는 묘미는 신(神)을 모으는 데 있다. 신이 모이면 기가 모이고 기가 모이면 단(丹)이 만들어지고 단이 만들어지면 형이 단단해지고 형이 단단해지면 신이 보전된다. 그러므로 송제구가 '형을 잊어 기를 기르고 기를 잊어 신을 기르며 신을 잊어 허(虛)를 기른다'라고 한 것이니, '잊는다'는 것은 곧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본래 아무것도 없는데 어느 곳에 티끌이 있겠는가? '라고 한 말이 바로 이것을 가리키는 것이다"라 하였다."
위 글에서, “음양이 비록 묘하다고는 하지만 기가 있는 것은 부릴 수 있어도 기가 없는 것은 부릴 수 없다. 오행이 지극히 정미롭다고는 하지만 수(數)가 있는 것은 부릴 수 있어도 수(數)가 없는 것은 부릴 수 없고, 온갖 생각이 어지러이 일어나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부릴 수 있어도 인식할 수 없는 것은 부릴 수 없다.”
같은 맥락의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氣가 있어야 부릴 수 있고, 數가 있어야 부릴 수 있으며, 인식 할 수 있어야만 부릴 수가 있는 것이지요. 의사가 다스릴 수 있는 영역이 이 부분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비울때는 반드시 먼저 형을 단련하는 것부터 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칠정병을 다스리는 데는 무엇보다 먼저 몸을 튼튼하게 하라는 것이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이야기인 셈입니다.
이사탕은 그 출발점에 서 있는 처방입니다. 칠정이 병이 되려는 시초지요. 혈이 부족해지고, 담이 쌓이기 시작하는 지점. 칠정병이 심해지면 이런 걸로 택도 없겠지요. 다만 임상에서는 칠정의 문제가 있는 제반 자율신경실조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딱히 변증이 명확하게 되지 않는다면, 우선 고려해볼 수 있는 처방이 바로 “이사탕가 지모 황백” 정도의 처방입니다. 당연히 칠정이 보다 예민한 여성들에게서 더 활용도가 높겠지요.
단계선생님의 이야기를 응용하여 마무리를 해볼게요.
"단계(丹溪) 선생이 약을 쓴 것은 기(氣), 혈(血), 담(痰)에서 벗어나지 않으므로 약을 쓰는 요점도 세 가지가 있다. 기병(氣病)에는 사군자탕(四君子湯)을 쓰고 혈병(血病)에는 사물탕(四物湯)을 쓰며 담병(痰病)에는 이진탕(二陳湯)을 쓴다. 또 "오래된 병은 울(鬱)에 속한다." 고 하여 울을 다스리는 처방을 만들었으니 바로 월국환(越鞠丸)이다.“
칠정병이 시작되려 할 때는 이사탕 혹은 이사탕 가 지모 황백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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