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김계진 원장의 처방 이야기 70편 - 시호억간탕
본문
眼耳鼻舌身意를 六慾이라 합니다. 이는 각기 色 聲 香 味 觸 法을 지각합니다. 이 중 色이 으뜸이라고 합니다. 육욕중에서 가장 강렬한 것이 色입니다. 그래서 남자는 반드시 房勞를 여자는 반드시 月事를 살피라고 합니다.
육욕과 칠정이 모두 心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육욕은 심장에서 칠정은 마음(心)에서 일어나는 것이 조금 다른 점이겠지요. 색이 動하는 것, 어떤 것을 먹고 싶어 하는 것, 어떤 것을 만지고 싶어 하는 것 등은 본래 지극히 당연한 몸의 현상입니다. 본능에 가까운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이것이 마음과 결합하여 집착과 慾心이 생기면 육욕이 됩니다. 七情은 心이 外物을 접하여 心안의 情이 感하여 動한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구호단체의 포스터를 보고 마음속에 안타까운 마음 혹은 애처로운 마음 같은 것이 일어나는 것, 비록 처음 보는 것이지만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런 느낌을 받는 것들, 부당한 어떤 일을 접했을 때 발하는 분노하는 마음 등등이 모두 칠정입니다. 그러니 둘 다 心에서 일어나는 것이지만은 육욕은 몸의 인식과 의식과 관련하여 일어나고, 칠정은 마음의 感에 따라서 動합니다.
우리가 의서에서 칠정병을 다스린다고 하는 것들은 첫째는 七氣를 다스리는 것들을 말하거나, 둘째는 육욕으로 발하는 相火의 妄動을 다스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칠정이 병이 되면 반드시 오장의 精血을 훼손시키므로 우리가 칠정병을 다스린다고 하는 처방들은 모두 세가지 범주 안에서 조합이 만들어 집니다. 본디 칠정 자체가 병이 되면 사실상 神이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함으로 화타같은 명의라도 다스리기가 어렵습니다. 반면에 칠기병과 육욕이 발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있어서는 적용할 만한 처방들이 많지요. 우리가 칠정병을 다스린다고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칠기와 육욕의 문제를 다스리는 것이지, 칠정 자체를 다스리는 것이라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약을 통해 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그 몸이 마음을 잘 감싸 안으면서 회복하는 것입니다
이 지점이 이제마 선생님께서 이야기 하신 "대개 옛 사람들은 사람의 마음에서 생기는 사랑하고 미워하고 탐욕하며 기뻐하고 성내며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지나치게 하는 것이 병이 됨을 알지 못했다."는 표현의 뜻과 부합하는 설명이라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시호억간탕"이라는 처방을 살펴볼까, 합니다.
《東醫寶鑑》 雜病篇卷之十 > 婦人 > 寡婦師尼之病, 異乎妻妾
"제북왕(濟北王)의 시녀인 한녀(韓女)가 허리와 등이 아프고 한열이 있었다. 모든 의사들이 한열병이라고 했으나, 창공이, '남자를 원하나 얻을 수 없어 생긴 병이다.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맥을 진찰하여 간맥이 촌구에서 현(弦)한 것으로 알 수 있다'고 하였다. 남자는 정(精)을 위주로 하고 부인은 혈을 위주로 한다. 남자는 정이 왕성하면 여자를 생각하고 부인은 혈이 왕성하면 아이를 가지려 한다. 궐음맥이 현하여 촌구에 나타나고, 또 어제(魚際)까지 올라오면 음이 성한 것을 알 수 있다"
"과부나 비구니는 울적하여 병이 생긴다. 그 증상은 바람을 싫어하고 몸이 나른하며, 추웠다 더웠다 하고 얼굴이 붉으며, 가슴이 답답하거나 때로 자한(自汗)이 있고 간맥이 현장(弦長)하여 촌구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시호억간탕ㆍ부용산ㆍ억음지황환ㆍ익국환을 써야 한다."
익국환이 참 좋은 약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시호억간탕을 살펴 보겠습니다.
《東醫寶鑑》 雜病篇卷之十 > 婦人 > 寡婦師尼之病, 異乎妻妾 > 柴胡抑肝湯
"홀로 거처하여 '독음무양(獨陰無陽)'이 되어 욕망은 싹트나 대부분 이루지 못하여 학질처럼 한열이 있는 것을 치료한다.
시호 2돈, 청피 1.5돈, 적작약ㆍ목단피 각 1돈, 지골피ㆍ향부자ㆍ치자ㆍ창출 각 7푼, 천궁ㆍ신국(볶은 것) 각 5푼, 생지황ㆍ연교 각 3푼, 감초 2푼.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물에 달여 먹는다. 《입문》"
이 병증은 육욕이 어떻게 병이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위 조문의 배열을 조금 바꾸어 보겠습니다.
궐음맥이 현하여 촌구에 나타나고, 또 어제(魚際)까지 올라오면 음이 성한 것이고, 남자는 정이 왕성하면 여자를 생각하고 부인은 혈이 왕성하면 아이를 가지려 하게 마련인데, 부인이 남자를 원하나 얻을 수 없게 되면 병이 생긴다. 그리하여 과부나 비구니는 울적하여 병이 생기니, 그 증상은 바람을 싫어하고 몸이 나른하며, 허리와 등이 아프고 추웠다 더웠다 하고 얼굴이 붉으며, 가슴이 답답하거나 때로 자한(自汗)이 있고 간맥이 현장(弦長)하여 촌구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시호억간탕ㆍ부용산ㆍ억음지황환ㆍ익국환을 써야 한다.
*참고] 위 조문에서 "정이 왕성하면 여자를 생각하고, 혈이 왕성하면 아이를 가지려 한다"는 표현은 청장년의 혈기 "왕성한 시기"에 이름을 말하는 표현입니다. 본디 정혈은 음기로 秘藏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혈이 충실하면 상화가 쉽게 망동하지 않겠지요. 그래서 이 표현을 色을 밝힌다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되는 표현입니다. 육욕이 동해서 이미 상화가 망동하면 그게 色을 밝히게 하는 것이지, 정혈이 왕성하므로 색을 밝힌다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
기본적으로 혈기가 왕성한데서 시작된 병이죠. 마땅히 生殖이 왕성한 시기에 이르렀으나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六慾이 발합니다. 이 육욕은 상화를 동하게 합니다. 처방이 억간탕이라고 하였으니 분명 厥陰肝의 相火가 動한 것입니다. 이때 肝의 相火는 怒氣의 형태를 갖겠지요. 그리고 이 노기가 울결 되면 칠기병의 형태를 동반하게 됩니다.
참고2] 억간의 肝은 궐음을 말하는데 사실상 前陰을 표현하는 것이다. 전음은 종근이 모이는 곳이면서 궐음경의 부위이다. 전음과 종근은 궐음에 속하기 때문에 肝이라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생식기는 肝으로 남성의 생식기는 腎으로 표현한 경우가 많다. 난간전, 국방안신원 같은 것이 예이다.
이를 염두해 두고 처방의 구성을 쭉 봐보세요. 어느 장부의 상화가 망동한 것이냐에 맞추어 그 상화를 안정시키고 음혈을 회복하며, 울체된 기운을 소통시키면서 이 기운으로 비위의 약화가 발생하는 것 까지를 모두 살핀 처방이지요. 적응증이 잘 맞으면 정말 좋은 효과를 보여주는 처방입니다. 환자의 얼굴 색이 확 바뀌어서 옵니다.
이런 상황도 오래되면 반드시 허로가 됩니다. 칠정과 육욕은 병이 오래되면 반드시 음혈을 소모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위와 같은 경우에 시호억간탕이 주 처방이 되겠지만, 오래되면 반드시 팔물탕이 주가 됩니다. 삼합탕 (팔물탕 합 소시호탕. 부인의 병에 침구가 불효한데 쓰는 처방) 같은 처방을 쓰게 되겠죠.
요즘 비혼 추세의 확산으로 인해 독신 인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독신으로 지낸다고 하여 모두 이런 증상이 오는 것이 아닙니다. 이 증상은 그로 인한 불만족으로 육욕이 동한 것으로 인한 병증이죠. 증상은 위 조문에 언급된 거의 그대로 나타납니다. 바람이 싫고, 의욕이 없고, 얼굴에 열이 오르거나 홍조가 생기고, 그러고 나면 식은 땀이 나곤 하며, 등허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는 것이 일부만 있기도 하고 전부 있기도 한데, 현맥이 어제까지 치고 올라온다는 것이 사실 가장 포인트인 듯합니다. 궐음 상화가 동하는 가장 확실한 징표지요.
요약
1. ‘독음무양’ 육욕이 병이 되다.
2. 맥이 어제까지 뻗치는 현맥이 있는 부인에게 시호억간탕
3. 오래되어 맥이 허증에 가까워지면 삼합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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