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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김계진 원장의 처방 이야기 72편 - 귀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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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비탕은 쓰임이 굉장히 다양한 처방입니다. 칠정상에도 통용되는 반면, 보약의 개념으로도 널리 쓰입니다. 특히 심장과 비장의 부족 상태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처방인데, 이 두 장부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胞의 병리와 연관이 되는 관계로 부인의 여러 질환에도 또한 통용됩니다. 그리고 칠정은 남녀 모두에게 중요한 병인이기는 하지만 부인에게서 더욱 잘 발생하는 병인이다 보니 부인과에서 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처방이 귀비탕입니다. 

 

이렇게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에 이론이 분분한 처방이 귀비탕입니다. 어디에서는 木香을 쓰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고 하고, 다른 곳에서는 목향을 넣는 것이 묘리가 있는 것이라 하며, 누구는 숙지황을 가미하여 씀이 마땅하다 하고, 누구는 숙지황을 넣는 것은 귀비탕의 본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 합니다. 비슷한 의견이 나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대립하는 의견이 맞부딪히면 후학들은 따라가기가 어렵습니다. 

 

귀비탕에 대해서 찾아보면 귀비탕 이론이 분분한 이유는 사실 명확합니다. 처방이 한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엄밀하게 말하면 기원 처방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귀비탕의 기원 처방을 물어본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부터 먼저 살펴볼까, 합니다. 우선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귀비탕에서 출발해 보겠습니다.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一 > 神 > 健忘 > 歸脾湯
"근심과 생각으로 심비(心脾)를 상하여 건망과 정충이 있는 것을 치료한다. 당귀ㆍ용안육ㆍ산조인(볶은 것)ㆍ원지(법제한 것)ㆍ인삼ㆍ황기ㆍ백출ㆍ복신 각 1돈, 목향 5푼, 감초 3푼.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생강 5쪽, 대추 2개와 함께 물에 달여 먹는다. 《입문》" 

우리가 아는 귀비탕입니다. 입문에서 인용했다고 하지만, 입문에서 설명한 여러 가지 방해를 모두 삭제해 버리고 기본 방해 "憂思勞傷心脾, 健忘怔忡" 만 남겼습니다. 아래는 입문에서의 귀비탕 설명입니다. 

 

歸脾湯 
治憂思傷脾 內熱食少 體倦 
或 血妄行 發熱嘔吐 
或 健忘怔忡 驚悸少寐 
或 心脾作痛 自汗盜汗 
或 肢體腫痛 大便不調 
或 經侯不調 晡熱內熱 
或 唇口生瘡 流注等證

이 방해들은 설기 선생의 귀비탕 설명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校注婦人良方 1529년》 24권 제4편 婦人結核方論第四 附方藥 “歸脾湯” 
治脾經失血少寐,發熱盜汗;或思慮傷脾,不能攝血,以致妄行;或健忘怔忡,驚悸不寐;或心脾傷痛,嗜臥少食;或憂思傷脾,血虛發熱;或肢體作痛,大便不調;或經候不準,晡熱內熱;或瘰癧流注,不能消散潰斂。

人參 白朮(炒) 黃耆(炒) 白茯苓 龍眼肉 當歸 遠志 酸棗仁(炒,各一錢) 木香 甘草(炙,各五分)上薑棗水煎服。

 

위 설기 선생의 방해를 입문에서는 “治憂思傷脾 內熱食少 體倦” 이렇게 요약하고 나머지 병증들을 “或”이라며 병기해 놓은 것이고, 동의보감에서는 이를 다시 귀비탕의 원 방해 "憂思勞傷心脾, 健忘怔忡" 로 환원해 놓았습니다.  

 

이 둘 사이의 차이점을 이해하기 위해 귀비탕의 원본을 먼저 살펴봅시다. 
귀비탕은 엄용화의 제생방에 최초로 등장하는 처방입니다.

《濟生方 1253년》 驚悸怔忡健忘門. 健忘論治
夫健忘者,常常喜忘是也。蓋脾主意與思,心亦主思,思慮過度,意舍不精,神宮不職,使‘歸脾湯’ 治"思慮過度,勞傷心脾,健忘怔忡" 
白術 茯神 黃耆 龍眼肉 酸棗仁。各一兩 人參 木香。各半兩 甘草炙,二錢半

동의보감의 귀비탕과 처방은 다르지만, 방해는 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처방을 세의득효방에서 인용하면서 방해가 확대됩니다. 

《世醫得效方 1345년》 世醫得效方卷第七 > ○大方脉雜醫科 > ○失血 > 七情 > 歸脾湯
1. 治思慮傷脾, 心多健忘, 爲"脾不能統攝血心, 以致妄行, 或吐血ㆍ下血."
2. 白朮 茯神 黃耆 酸棗仁 龍眼肉 各一兩 人參 木香 各半兩 甘草 二錢半

 

제생방의 귀비탕과 처방 구성이 정확하게 동일한데, 제생방에서는 思慮過度,勞傷心脾,健忘怔忡을 위주로 하고, 세의득효방에서는 脾不能統攝血心, 以致妄行, 或吐血ㆍ下血을 주로 살피고 있습니다. 脾統血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아는 귀비탕은 위 처방을 기반으로 설기 선생이 “당귀 원지”를 가미하면서 처방 용량 구성을 조금 수정한 것입니다. 그것이 앞서 인용한 교주부인양방에 기록된 귀비탕이고 이것이 입문을 거쳐 동의보감에 수록된 귀비탕의 형태이지만, 허준 선생은 잡다한 방해를 삭제하고 최초의 방해로 환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憂思勞傷心脾, 健忘怔忡" 귀비탕의 원래 설명입니다. 
“治憂思傷脾 內熱食少 體倦” 귀비탕의 확장된 설명입니다. 

 

이 둘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두 개의 다른 버전의 귀비탕에 대해 의가들이 기원을 어떻게 분석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생방(勞傷心脾,健忘怔忡)과 세의득효방(脾不能統攝血心, 以致妄行)의 관점에서 기원처방은 보원탕입니다. 이동원 선생님의 처방입니다.  

그리고 보원탕은 동의보감에는 황기탕으로 인용된 처방입니다.

 

《東醫寶鑑》 雜病篇卷之十一 > 小兒 > 慢驚風 > 黃芪湯
"만경풍으로 푸른색의 설사를 하는 것을 치료한다. 황기 2돈, 인삼 1돈, 감초(구운 것) 5푼. 이 약들을 1첩으로 하여 물에 달여 먹인다. 백작약 1돈을 더하면 더욱 묘하게 낫는다. 보원탕이라고도 한다. 《동원》"

 

 만경풍의 특효약으로 설명되는 처방입니다. 이동원 선생은 이 처방에 관해서 설명하기를 '비위가 극히 허한데, 이것으로 말미암아 心火가 動하고 肝風이 동하는데, 우선 肺를 補하여 火를 안정시키고 脾土를 회복하면 肝風이 절로 회복된다.'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황기를 군약으로 쓰고 있는데, 실제 황기는 모든 瘡을 회복하는 성약입니다. 瘡이 발생하면 여기 저기 헐어서 진물 가피 출혈 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때 生肌內托 하는 '황기'를 중요하게 활용하신 분이 또한 이동원 선생입니다. 이런 황기의 작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처방으로 당귀보혈탕이라는 처방이 있습니다. 

 

當歸補血湯은 黃耆 5, 當歸 1의 비율로 배합된 이동원 선생의 처방인데, 그 주치가 血虛發熱이라 하여, 후대 의가들의 논쟁이 됩니다. 血虛를 다스리기에는 당귀는 너무 적고 황기는 너무 많다가 요지인데, 이 처방에 대해서 이동원 선생은 맥이 洪大而虛 하다고 하여 白虎湯을 쓰면 안되고 이 처방을 쓰라 하였는데, 이 말로 미루어 이 처방을 이해해 본다면, 저 맥상은 芤脈을 표현한 것입니다. 즉 내부 장기 어딘가에서 失血이 발생한 상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이 처방을 제시한 것이죠. 제반 점막의 헐어 있는 상태의 회복을 황기로 해소해 주어야 그 목적을 달성하는 처방인 셈입니다. 물을 아무리 담아도 금이 간 그릇에는 물을 채울 수가 없는 것이죠. 귀비탕에서 ‘황기’의 역할은 보원탕이나 당귀보혈탕에서의 황기의 역할과 같은 것입니다. 즉 脾統血의 핵심 약재가 바로 황기인 셈입니다. 그래서 귀비탕을 출혈에 응용할 때는 ‘황기’ 용량을 늘려서 쓰면 더욱 좋습니다. 

 

귀비탕은 건망에 쓰는 약입니다. 歸脾한다는 말은 益智를 말하는데, 즉 보다 지혜롭게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건망을 다스리는 약에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보원탕 (황기 2 인삼 1 감초 0.5)을 기본 처방으로 볼 때, “귀비”의 역할을 하는 것이 용안육입니다. 

 

《東醫寶鑑》 湯液篇卷之二 > 果部 > 唐 龍眼 "其味歸脾而能益志." 라 하였는데, 동의보감에서 인용한 증류본초는 1249년 간행된 [중수정화경사증류비용본초]로 알려져 있으나, 본 서적이 최초 간행된 시기는 (1097~1108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에서 용안의 설명은 "《本經》云一名益智者。蓋甘味歸脾而能益智,非今益智子爾."라 하고 있으니, 귀비탕이라는 처방이 최초 문헌에 나오기 이전에 이미 용안이라는 약재의 방해로 '맛이 달고 비(脾)로 돌아가며 사람을 더욱 지혜롭게 한다'는 내용이 알려져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귀비탕의 이름을 대표하는 약이 "용안육"이라는 것입니다. 용안육은 그 맛이 달아서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한 부작용이 있습니다. 특히나 濕이 정체된 경우라면 더욱 창만 한 양상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해소 하기 위해 들어가는 약재가 바로 ‘백출’과 ‘목향’이고, ‘용안육’의 효능을 도울 ‘복신’, ‘산조인’을 가미한 구성이 최초의 귀비탕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처방이 “칠정”이 병이 된 것을 다스리는 귀비탕입니다. 생각이 많은데 이 생각은 노심초사하는 그런 생각입니다. 그래서 心血을 소모합니다. 이에 따라 발생한 정충과 건망을 다스립니다. 마음을 졸일 때 '피가 마른다'라고 하죠. 딱 그 상황을 말합니다. 이것은 칠정 칠기로 구분하면 어디에 속할까요? 그렇습니다. 칠정에 가깝습니다. 생각이 근심되고, 근심으로 피가 마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神 불안의 문제를 다스리는 처방이 바로 귀비탕입니다. 소요산과 차이가 나는 부분입니다. 소요산은 비위가 허약한 것이 肝鬱로 인한 경우이므로 걱정보다는 노기가 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귀비탕은 칠정병의 처방입니다. 피가 말라 들어가지요. 그러니 대변이 어떻게 나올까요? 설기선생께서 적응증을 나열하시면서 '大便不調'라고 했는데, 귀비탕을 쓰는 사람은 설사인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질 아니면 변비입니다. 점막이 헐어서 이질이거나, 피가 말라서 변비가 생깁니다. 증상으로 구분할 때 소요산과 가장 크게 구분되는 증상이죠. 이 부분이 왜 가장 구분이 되는 지점인지는 다음에 소요산 내용을 읽어 보면 아 너무 당연하구나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귀비탕에 설기 선생께서 ‘당귀’, ‘원지’를 가미하면서 미세한 변화가 발생합니다. 

의학입문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醫學入門 內傷 內傷辨의 설명입니다.
 
勞倦亦有二焉 勞力純乎傷氣而無汗者 補中益氣之旨也 
勞心兼傷乎血 而有汗者 黃芪建中之義. 
心力俱勞 氣血俱傷者, 雙和散之所由名也. 

이 내용은 익숙하죠? 이전에 건중탕을 할 때 이미 몇 번 언급된 동일한 내용입니다. 오늘 보려는 것은 그 다음에 나오는 조문입니다. 

凡諸益氣湯 保元湯之類 皆自補中 建中而推之也. 
凡歸脾湯 養心湯 及節齊新立二方之類 皆自雙和而推之也. 

보원탕은 보중탕 건중탕에서 비롯된 것이고,  
귀비탕은 모두 쌍화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아시겠지만 쌍화탕은 황기건중탕에 사물탕을 합한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차이가 나는 것은 황기건중탕은 노심상의 처방이고, 쌍화탕은 기혈부족의 허로에 쓰는 처방의 차이가 있죠. 

이 말은 보원탕에 기반한 귀비탕으로 본다면 이것은 칠정상의 부족에 쓰는 처방이 되지만, 


귀비탕을 쌍화탕에서 발전한 처방으로 보게 되면 이것은 기혈부족을 다스리는 것이 기본이 되는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 지점에서 처음 이야기한 “숙지황”이 있는 것이 나은지, 없어야 하는지, “목향”을 빼야 하는지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혈 허약의 보익을 중심으로 귀비탕을 본다면 숙지황을 더 넣고 목향은 빼고 싶고, 울체를 해소하면서 심화 심혈을 안정시켜야 하는 상황에서는 울체를 조장할 숙지황을 넣을 수가 없고 목향이 중요한 약재가 되는 셈이죠. 

 

여기에서 다시 동의보감과 의학입문의 방해를 비교해 봅시다.

“憂思勞傷心脾, 健忘怔忡”" 동의보감의 설명입니다. 
 
“治憂思傷脾 內熱食少 體倦” 의학입문의 설명입니다. 

이 둘의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동의보감이 칠정에 집중하고 있다면 의학입문은 기혈부족을 중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입문 방해의 內熱이란 血虛發熱을 말하고, 食少體倦이란 氣虛의 대표 증상이지요. 

하나의 처방이지만, 두 개의 관점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전자의 효능에 집중해서 가미하면 시호 치자 향부자 목단피 같은 약재가 가미되는 것이고, 후자의 효능에 집중하자면 숙지황이 가미되고 목향이 빠지는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귀비탕이 복잡해진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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