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자음지황환 - 김계진 원장의 처방 이야기 81편
본문
우리 몸이 천냥이라면, 눈이 구백냥이라고 합니다. 우리 몸을 집약한 것이 눈입니다. 눈은 오장육부의 精氣가 모두 모이는 곳이면서, 12경락의 기운이 모두 눈으로 모입니다. 그래서 눈을 精明이라고 합니다. 봄이 되면 이렇게 소중한 눈에 병이 급증하기 시작합니다. 안구 건조증은 봄철에 더 심해지고, 여기에 날이 점점 더워지면 각종 결막염 등이 유행하기 시작합니다. 특히나 알러지 병력이나 아토피 병력이 있는 아이들은 알러지비염과 함께 결막염등이 심해지는 시기입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로 눈의 문제는 계절과 상관 없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될 무렵, 한의원에 상비해 두고 믿고 쓰는 처방이 있습니다.
바로 ‘자음지황환’입니다.
《東醫寶鑑》 外形篇卷之一 > 眼 > 內障 > 滋陰地黃丸
"혈허나 신(神)이 피로하거나 신허(腎虛)하여 눈이 어둡고 눈동자가 커지며, 눈이 흐리고 꽃이 보이는 것을 치료한다. 혈을 기르고 혈을 식히며, 화를 흩어 주고 풍을 제거해야 한다. 숙지황 1냥, 시호 8돈, 생건지황(술에 담갔다가 약한 불기운에 말린 것) 7.5돈, 당귀(몸통 부위를 술로 씻은 것)ㆍ황금 각 5돈, 천문동ㆍ지골피ㆍ오미자ㆍ황련 각 3돈, 인삼ㆍ지각ㆍ감초(구운 것) 각 2돈. 이 약들을 가루 내고 꿀로 반죽하여 녹두대로 환을 만든다. 100알씩 찻물로 먹는다. 《단심》"
눈의 병은 많은 경우에 火熱로 인해서 발생합니다. 봄철이 되면서 이 화열의 기운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하는데, 특히나 몸에 精血이 부족한 상태라면 더더욱 급속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양생을 하는 경우라면 겨울 동안 갈무리된 水氣가 봄이 되면 陽氣와 함께 상승하여 몸 구석구석을 적셔줘야 하는데, 겨울 동안 精血을 모으지 못하면 봄이 되어 눈병이 급속히 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눈병의 원인을 단계 선생님은 이렇게 정리하셨습니다.
《東醫寶鑑》 外形篇卷之一 > 眼 > 眼病所因
"눈병은 풍열과 혈허, 신이 피로한 것[神勞], 신허에 속한다. 《단계》"
이런 원인에 종합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처방 바로 ‘자음지황환’입니다.
자음지황환은 "養血, 涼血, 散火, 除風"한다고 하지만, 직접적으로 풍을 다스리는 약은 아닙니다. 풍은 기본적으로 혈부족에서 시작하고, 열로 심해지는 것이므로 혈허와 열을 다스림으로써 풍이 동하는 것을 제어한다는 정도의 개념이지만, 요즘 한의원에서 보는 눈병 대부분이 내장병에 속하는 것이다 보니 이 처방 만으로도 한의원에서 볼 수 있는 눈병 대부분을 조리할 수 있습니다. 혹 풍열을 좀 더 다스려야 할 경우라면 방풍통성산 Ex제 정도를 같이 쓰는 정도로 많은 눈 질환에 일차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눈이 건조하다고 하는 경우, 눈이 피로하다고 하는 경우, 안검이 떨린다고 하는 경우, 눈이 흐릿해졌다고 하는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눈이 침침하다거나, 눈앞에 뭐가 어른거린다거나 눈이 아프다고 하는 경우까지 어느 경우에서든 응용이 가능한 처방입니다. 심지어 시험 준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총명탕’을 보조하는 약으로도 매우 좋습니다. 눈에 눈곱이 끼면서 충혈이 심하면서 가렵다고 하는 경우라면 방풍통성산 정도를 같이 써줘도 좋습니다.
이 처방을 눈병에 쓴다는 것은 누구나 보면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처방을 쓰다 보면 신기한 경험을 종종 하게 됩니다.
개원 초기 이 처방을 처음 구비하고 쓸 때, 한 환자가 눈이 자꾸 충혈되고 피곤하고 눈곱이 많이 난다고 해서 이 처방을 쓴 적이 있습니다. 아토피 피부염과 아토피성 관절염, 천식, 알레르기 비염을 모두 앓고 있던 환자였습니다. 명동 남대문에서 사금융으로 외환 (환전) 일을 하는 여성분이었는데, 밤에만 주로 일을 해서 그런지 온몸이 성한 데가 없었습니다. 스테로이드를 쓰다가 부작용으로 중단하고 한의원에 왔던 환자로, 눈 때문에 내원한 것은 아니고, 관절이 여기저기 아프니, 침 치료나 해보겠다고 내원한 환자였지요. 한 번 두 번 침 치료하다가, 눈 그렇게 두면 불편할 것 같으니 이 약을 며칠만 써보자고 하여 평생 처음 한약을 먹게 된 분이었지요. 이 환자가 거의 3달 정도를 이 약을 꾸준히 먹게 되었습니다. 눈이 좋아지는 것뿐 아니라 비염과 아토피 피부 증상이 같이 좋아졌거든요. 당연히 관절 통증도 더불어 많이 경감이 되었죠. 한약을 쓰다 보면 가끔 경험하는 일이죠. 생각하지 않았던 병증이 회복되는 경우. 이 환자분 덕에 배운 것이 많았습니다.
예전 취연탕이라는 처방을 이야기할 때, 콧병을 치료할 때 補血이 중요할 때가 있다 했습니다. 그럴 때 취연탕을 쓴다 했었는데, 이 취연탕은 당귀를 군약으로 합니다. 다른 약재를 모두 합쳐도 당귀의 반밖에 안 되는 처방이죠. 코는 肺의 구멍입니다. 그런데 血을 用事한다 합니다. 이를 현동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시길 ‘코는 體는 肺이고 用은 肝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눈은 體는 肝이지만 用은 心이라고 합니다. 처음 들어 보는 이야기 같겠지만, 다 아는 내용입니다. 五藏 相通을 말하는 것이거든요. 폐와 대장이 表裏가 되고 대장은 간과 相通합니다. 간은 담과 表裏가 되고 심과 相通합니다. 그것을 말한 것입니다. 體用이라고 하는 것은 오장육부의 표리 상통간을 축약해서 표현한 내용입니다. 이를 그대로 응용해 보면, 귀는 體는 腎이지만 用은 肺가 되는 것입니다. 신이 방광과 표리가 되고 방광은 폐와 상통하니까요.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三 > 五臟六腑 > 臟腑相關
"〈오장천착론〉에, "심(心)과 담(膽)은 서로 통한다. 그래서 심병으로 가슴이 두근거릴 때는 담(膽)을 데우는 것을 위주로 하고, 담병으로 덜덜 떨고 전광이 있을 때는 심을 보하는 것을 위주로 하여야 한다. 간과 대장은 서로 통한다. 그래서 간병에는 대장을 소통시켜야 하고, 대장병에는 간경을 편안하게 하는 것을 위주로 하여야 한다. 비와 소장은 서로 통한다. 그래서 비병에는 소장의 화(火)를 빼내야 하고, 소장병에는 비토(脾土)를 윤택하게 하는 것을 위주로 하여야 한다. 폐와 방광은 서로 통한다. 그래서 폐병에는 방광의 수(水)를 시원하게 내보내고, 방광병에는 폐기를 맑히는 것을 위주로 하여야 한다. 신과 삼초는 서로 통한다. 그래서 신병에는 삼초를 조화시키고, 삼초병에는 신(腎)을 보하는 것을 위주로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것이 원칙에 부합시키는 묘한 이치이다. 《입문》"
윗글을 실제에 응용한 내용인 셈입니다.
위 상황을 조금 더 쉬운 사례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아침만 되면 코를 훌쩍훌쩍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연히 비염인가 싶겠죠. 근데 이 사람이 눈이 건조하고 자꾸 가렵고 한 사람이라면 이 사람의 콧물은 눈물이 눈에서 스며들지 못하고 코로 흘러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노인 분 중에 그런 분들 많죠. 그러다가 결국에는 비루관이 막혀서 눈물을 흘리는 상황으로 가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코를 훌쩍훌쩍하는데 맑은 콧물이 아침만 되면 어디서 그렇게 나오나 싶을 정도로 나오는 분들 많이 보셨을 겁니다. 이 환자분들 다 눈병입니다. 증상이 코로 드러날 뿐이죠. 비염처럼 보이는 눈병입니다. 반대로 鼻淵이 오래되면 또한 눈이 어두워집니다. 이 눈병은 코의 병이 악화된 셈이죠. 이런 관점으로 만들어진 처방 중 한 가지가 바로 취연탕입니다. 취연탕이 다른 비염 처방과 다른 독특한 점이죠. 눈이 건조해져서, 눈물이 눈에서 흘러내려 버리니 이 눈물이 코로 흘러 들어가 아침만 되면 콧물이 주르륵 나오는데 이를 비염이라고 환자분이 오신다면 자음지황환으로 비염(?) 증상이 낫는 경우를 경험하게 됩니다.
눈은 體는 肝이지만 用은 心이라고 한 것은, 이미 앞에 단계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신이 피로한 것[神勞]’이 눈병의 원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眼門의 조문들을 보면 심장과 神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지요.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처음 케이스로 돌아가서 그 환자의 사례를 고찰해 본다면, 이 환자가 자음지황환을 드시고 눈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코가 편해졌지요. 숨 쉬는 것이 좋아지고 나서 피부도 좋아진 상황으로 이어진 그런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요약
1, 눈 치료의 기본처방 자음지황환
2. 눈이 불편한데 맑은 콧물이 나온다면 비염이 아닐 수 있습니다.
3. 체용은 오장 육부의 표리 상통 관계입니다.
ps) 표리는 오행이 같은데 음양이 다른 것을 말하고,
상통은 오장이 藏을 하기 위해서 瀉가 필요한 육부의 관계입니다.
즉, 담이 잘 소통될 때 심이 神을 잘 藏할 수 있고, 심이 神을 잘 藏하고 있을 때, 담이 편합니다. 마찬가지로 대장이 잘 소통될 때 간이 血을 잘 藏할 수 있는데, 상한론 해석에서 승기탕으로 血을 보한다고 하는 내용을 이론적으로 이렇게 설명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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