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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익기안신탕 - 김계진 원장의 처방 이야기 8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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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場春夢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올해의 소원을 빕니다. 그리고 새해의 목표를 정하고, 꿈을 꾸지요. 누군가는 꿈을 이루지만, 누군가는 꿈 앞에 좌절하기도 합니다. 매년 초가 되면 그 꿈 앞에 좌절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곤 합니다. 

2011년 12년 요맘때쯤의 일입니다. 사법고시 1차 시험을 붙었는데 2차에 떨어지고 다시 응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은 졸업 했지만, 고시 합격생들은 기숙사 일부를 배정해 줬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당시 사법고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던 중이라, 매년 선발인원이 대폭 줄어가던 중이었지요. 이게 되게 부담이 많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갑작스러운 공황 상태가 와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어요. 그런데 정신과 치료를 받으니 잠을 못 자는 상태 혹은 몽롱한 상태가 지속되어 공부할 수가 없더랍니다. 그래서 한의학으로 치료해 보겠다고 내원했던 환자였습니다. 이 환자에게 썼던 처방이 바로 익기안신탕입니다. 한 달 반 정도를 썼고, 양약 끊고 기숙사 잘 복귀해서 2차 시험 잘 보고 최종 합격을 했지요. 

꿈과 현실의 괴리. 그 앞에 좌절과 불안. 이런 부분들을 생각할 때 꼭 먼저 생각해 봐야 할 처방 바로 익기안신탕 되겠습니다. 

[익기안신탕]
당귀 4, 복신 4, 생지황 3.2, 맥문동 3.2, 산조인(초) 3.2, 원지(제) 3.2, 인삼 3.2, 황기(밀초) 3.2, 우담남성 3.2, 죽엽 3.2, 감초 1.6, 황련 1.6, 생강 3, 대조 3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二 > 夢 > 魂魄爲夢 > 益氣安神湯
“칠정과 육음(六淫)에 상하여 심이 허해져 밤에 잘 때 꿈을 많이 꾸고 잠자리가 편안하지 않으며, 정신이 없고 놀란 듯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치료한다. 《회춘》”

이럴 때 쓴다고 했습니다. 잘 때 꿈을 많이 꾸고, 잠자리가 편치 않고, 정신이 없고,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많죠. 이것이 칠정과 육음에 상하여서 그런 것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 볼게요. 

우리는 꿈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꿈이 있어야 한다거나, 남자는 꿈이 커야 한다거나, 간절하게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모두 꿈의 긍정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의서에서는 꿈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二 > 夢 > 魂魄爲夢
"옛 진인(眞人)들은 잘 때 꿈을 꾸지 않았다. 잘 때 꿈을 꾸지 않는 것은 신(神)이 온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리》" 

神이 온전히 존재하는 진인들은 꿈을 꾸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아직 다 이룬 것이 아니기 때문에 꿈을 꿉니다. 꿈은 혼백이 사물에 작용하여 생기는 것입니다. 邪氣가 들어와 혼백이 불안해지는 것이 꿈이 되어 나타난다고 하는데, 魂魄은 精神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精을 따라 出入하는 것이 魂이라 하고, 神을 따라 往來하는 것을 魄이라고 하니 精神이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을 혼백이라고 한다고 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이 혼백을 다른 표현으로 얼, 혹은 넋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얼이 빠졌다, 넋이 나갔다고 하는 표현들이 모두 얼굴에 드러나는 모습입니다. ‘얼굴’이라고 하는 글자도 ‘얼이 담겨 있는 굴(구멍)’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즉 精과 神은 오장에 秘藏되는 것이지만, 혼백을 통해서 얼굴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얼굴에는 오장육부의 정기가 모두 집약된 눈을 비롯하여 五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오장의 정신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지요. 

《東醫寶鑑》 外形篇卷之一 > 眼 > 眼爲臟腑之精
"눈은 오장육부의 정이 모인 곳이고, 영위와 혼백이 머무르는 곳이며, 신기(神氣)가 생겨나는 곳이다. 그러므로 신(神)이 피로하면 혼백(魂魄)이 흩어지고 의지(意志)가 흐려진다. 눈동자와 검은자위는 음을 본받고 흰자위와 핏줄은 양을 본받아 음양이 합하여 정명(精明)이 된다. 눈은 심의 사신(使臣)이고, 심(心)은 신(神)이 머무는 곳인데 신정(神精)이 어지러워 눈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면 갑자기 이상한 것이 보인다. 이는 정신과 혼백이 흩어져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니 '현혹되었다[惑]'고 한다. 《영추》" 

神이 피로하면 혼백이 흩어지고 의지가 흐려진다고 했고, 정신과 혼백이 흩어져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것을 현혹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궁극적으로 神이 편안하면 꿈이 없겠지요. 반면에 어떤 사물을 접하고 혼백에 邪氣가 들어버리면 꿈이 많아지겠지요. 이 邪氣가 무엇일까요?

꿈은 혼백이 사물에 작용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했고, 혼백은 우리의 얼굴을 통해 드러납니다. 그 드러나 있는 공간의 이목 비구가 사물을 접하여 발생하는 色聲香味觸法의 六欲,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七情이 바로 邪氣가 되겠지요. 이 邪氣가 神精을 어지럽혀, 정신과 혼백이 흩어져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상태가 바로 ‘칠정과 육음(六淫)에 상하여 심이 허’해진 상태와 다를 바가 없겠지요. 

꿈이 실현될 때 사람들은 성취감과 보람을 느낍니다. 꿈은 六欲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꿈이 현실이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계속 꿈만 키워 간다면, 육욕이 커지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육욕이 다스려지지 않으면, 반드시 칠정의 문제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정혈의 고갈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의 문제를 다스리는 처방이 바로 익기안신탕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좀 추상적이죠. 이를 다른 표현으로 정리하면 이렇게 봐도 됩니다. 귀비탕을 써야 할 것 같은데, 왠지 온담탕을 같이 쓰고 싶다거나, 반대로 온담탕을 쓰고 싶은 환자인데 귀비탕을 같이 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귀비온담탕이 아니라 이 처방 익기안신탕을 먼저 써보시기를 바랍니다. 

요약
1. 꿈이 다스려지지 않아 생기는 제반 정서적 문제에 익기안신탕
2. 귀비탕과 온담탕 뭘 써야 할지 고민이 되는 환자라면, 익기안신탕 먼저 써보세요. 
3. 꿈이 지나치면 六淫이 커지고, 진인은 꿈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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