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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향사양위탕 - 김계진 원장의 처방 이야기 8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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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산에 가보니, 그간 한기로 억눌려 있던 싹들이 갑작스럽게 확 피어오르는 느낌이 물씬 들더군요. 진달래가 피고, 몽우리가 곧 필 것처럼 물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사실 이미 꽃이 피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춘분이 지나도록 한기에 눌려 있다가 그 한기가 가심과 동시에 급작스럽게 양기가 뻗쳐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이렇게 어제까지 겨울옷을 입고 다니다가 갑작스레 반소매를 입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은 급격한 몸의 변화를 유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건강한 사람들이야 그냥 시원하게 입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특히 이런저런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출탕을 설명하면서, 비위가 허약하면 봄이 괴롭다고 했습니다. 아마 근자에 이유 없이 입맛이 없고, 소화 안 되고 하는 사람들도 종종 내원하실 텐데요, 이와 관련해서 몇 가지 살펴 보고자 합니다. 

《東醫寶鑑》 外形篇卷之三 > 胸 > 胸痞
비(痞)란 막혔다는 뜻이다. 역(易)에서 천지가 교류하지 않아 막혔다[否]고 말하는 것과 같다. 안은 부드럽고 밖은 강하여 만물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물은 계속 막혀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명치가 막히고 그득한 것이 오래되면 창만(脹滿)이 된다. 창만이 되면 치료할 수 없게 된다. 《정전》

비증은 상한론에서 상한에 걸린 상태에서 설사를 이르게 시킴으로 인해서 걸리는 것이라 하면서, 사심탕을 제시합니다. 사심탕은 황련과 건강이 같이 들어갑니다. 

비증은 위 인용 글처럼 설명할 때 주역의 否卦로 비유를 많이 들고 있습니다. 天地否卦 라 하는데, 위에 건괘 (☰)가 위에 곤괘 (☷)가 아래에 있는 괘입니다. 1년의 절기 변화를 설명할 때도 위와 같은 방식을 쓰기도 하는데, 양기가 상승하는 시기인 봄을 地天泰卦에, 양기가 지극해진 하지를 重天乾卦에, 음기가 하강하는 시기인 가을을 天地否卦에, 음기가 지극해진 동지를 重地坤卦에 비유합니다. 天地否卦를 보면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으니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일 것 같은데 이 괘는 위와 아래가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가벼운 것은 위로 다 뜨고, 무거운 것은 아래로 가라앉아 위와 아래가 각기 이분된 상태를 말합니다. 이 때는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는 그간의 일을 갈무리해야 하는 것이니, 가을과 잘 어울리는 괘입니다. 한의학적 인체관에 대입하면 열기가 위로 오르고, 한기가 아래에 맺혀있어 한열이 교류하지 않는 上熱下寒 상태를 말합니다. 즉 가슴에는 熱이 배에는 寒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이 괘를 들어서 설명합니다. 이 괘가 반대로 된 것을 地天泰卦 라 하는데, 위에는 곤괘가 아래는 건괘가 있어 음양의 교류가 활발하여 그 변화가 순조로움을 설명하고 새로운 일을 벌이기 좋으니 응당 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배는 따뜻하고 가슴은 서늘하니 우리가 이상적으로 바라는 건강 상태와 닮았죠. 

그래서 이 비증을 다스릴 때 가슴의 열을 내릴 것인가, 배의 한기를 데울 것인가 이 부분이 중요한 구분 점이 됩니다. 熱痞를 다스릴 때는 가슴의 熱을 내리는 것이고, 寒痞를 다스린 다고 할 때는 배의 寒을 다스립니다.

이 중 향사양위탕은 한열 보다도 비위의 기운을 길러서 그 교류를 돕는 처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입맛도 없고 소화도 안 된다고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 볼 수 있는 처방입니다. 

《東醫寶鑑》 外形篇卷之三 > 胸 > 胸痞 > 香砂養胃湯
"음이 숨어들고 양이 쌓여[陰伏陽蓄] 명치가 막히고 그득한 것을 치료한다. 비위의 기를 길러서 음양이 오르내리게 하여 천지가 교류하는 태괘(泰卦)의 기운을 이룬다. 

백출ㆍ진피ㆍ반하ㆍ백복령 각 1돈, 향부자ㆍ사인ㆍ목향ㆍ지실ㆍ곽향ㆍ후박ㆍ백두구 각 7푼, 감초 3푼.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생강 3쪽, 대추 2개를 넣고 물에 달여 먹는다. 가미지출환과 효과가 같다. 《회춘》" 

음복양축(陰伏陽蓄)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기실 이런 환자가 생각보다 많죠. 

작년 5월 정도에 처음 내원하셨던 일본 환자분이 있습니다. 이분의 주소증이 발이 너무 차서 잘 때도 양말을 신고 잔다고 합니다. 7~8년 정도 전부터 발생한 증상이라고 합니다. 손도 매우 차다고 하는데, 진맥하면서 손을 잡아 보면 손에 땀이 나서 살짝 젖어 있습니다. 손이 차다고 느끼지만, 이것은 땀이 식어서 그런 것이지, 땀이 난다면 진짜 찬 것은 아니겠죠. 평소에 땀이 많이 나는데 특히 머리에 땀이 많이 난다고 합니다. 이러면서 손에 땀이 난다는 것은 가슴 위로 열이 있을 가능성이 크겠네요. 하루에 2번 정도 변을 보는데, 주로 무른 변을 봅니다. 이 증상이 7-8년 전 업무상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서 발생했고, 원래 잘 먹었었는데, 식욕도 다소 떨어지고, 특히 아침마다 배가 아파 아침을 안 먹는다고 합니다. 얼굴색이 다소 위황 한데 약간 열이 있는지 붉은 기가 살짝 비쳐 보이고, 양측의 맥이 모두 촌맥이 강하고 척맥이 약한 양상입니다. 

이 환자에게 처방한 약이 바로 위 향사양위탕입니다. 원방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후 11월에 같은 처방을 이어서 더 복용했는데, 그때는 당귀와 단삼을 한돈씩 가미해서 썼습니다. 가슴 두근거리는 증상이 있다는 것과, 가을이 깊었다는 것과, 흉비를 다스릴 때는 혈을 치료하는 약을 겸해서 쓰라고 하신 말씀이 있어서 가미한 부분입니다. 

《東醫寶鑑》 外形篇卷之三 > 胸 > 胸痞
"주적이나 잡병에 설사를 지나치게 시켜도 흉비가 된다. 가슴속의 기가 허해지면 심이 다스리는 곳으로 내려앉기 때문에 심하비가 되는 것이다. 위기(胃氣)를 올리면서 혈약을 함께 써야 한다. 오로지 기약(氣藥)만으로 끌어내리면 기는 더욱더 내려앉아 반드시 중만이나 고창으로 변한다. 《동원》" 

그리고 올해 2월에 딱 입춘쯤에 약을 한 번 더 썼는데, 다시 위 처방을 본방으로 사용했습니다. 처음 복약 후로, 발 시린 것은 거의 없어졌고, 두 번째 복약하고 나서 땀나는 것이 잘 때 약간 나는 정도가 되었고, 식욕이 좋아지면서,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고 하는 증상이 없어지면서, 대변이 정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세 번째 처방 경과는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만, 아마 잘 지내고 계실 것으로 보입니다. 

봄이 되면 양기가 위로 오릅니다. 지금 산에 가셔서 나무에 물이 오르는 느낌을 한번 느껴보세요. 이 양기가 오른다는 것은 뿌리에서부터 가지 끝으로 물을 끌고 오르는 것입니다. 사람으로 본다면, 먹은 음식이 진액으로 化生하여, 위로 오르는 것이죠. 당연히 비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이후라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비위가 허약한 사람들은 중초에 습열이 쌓일 뿐 여기에서 진액을 만들지 못하니, 양기가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 과정에서 춘곤증이 발하기도 하고, 위 처방의 설명처럼 음복양축(陰伏陽蓄)하는 상태 즉 아래는 차가워지고, 위는 더워져서 생기는 제반 문제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향사양위탕은 이런 상황을 해소하는데, 있어 매우 간단하면서도, 엄청난 위력을 발하는 처방입니다. 이 처방은 기운을 위로 끌어 올리는 처방이 아닙니다. 오히려 胃가 水穀을 잘 내리는 것을 돕습니다. 비위는 태극이라고 하였듯이, 위가 잘 내리면, 비가 오르는 것을 편이 할 수 있습니다. 사심탕이 황련과 건강이라는 한열이 명확한 처방이라면, 향사양위탕은 胃의 기운을 기르고, 水穀의 運化를 도와, 기운이 정상적으로 升降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요약
1. 비위허약자의 상열하한증에 향사양위탕
2. 수습의 운화를 도와 기운의 승강을 돕는다. 
3. 한열이 뚜렷하지 않은 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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