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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당귀보혈탕 - 김계진 원장의 처방 이야기 95편

본문

이상의 처방들과 함께 생각해 봐야 하는 처방 당귀보혈탕입니다. 이동원 선생의 처방으로, 血虛發熱에 쓰는 처방입니다. 먼저 처방을 보겠습니다. 

 

《東醫寶鑑》 雜病篇卷之四 > 內傷 > 內傷病, 始爲熱中, 終爲寒中 > 當歸補血湯
"굶주린 데다 일을 많이 하여 얼굴이 붉고 눈이 벌겋게 되며, 몸에 열이 나고 물을 찾으며, 맥이 홍대(洪大)하면서 허하고 깊게 누르면 전혀 잡히지 않는 것은 혈이 허하여 열이 나는 것이다. 백호탕증과 비슷하나 맥이 장실(長實)하지 않은 것이 다르다. 잘못하여 백호탕을 복용하면 반드시 죽으니 이 약을 복용해야 한다. 

 

황기 20 당귀 8

황기 5돈, 당귀(술로 씻는다) 2돈.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물에 달여 먹는다. 《동원》" 

 

동의보감에서는 황기 5돈 당귀 2돈 인데, 최초 출전인 《內外傷辨惑論》에서는 황기(炙)가 一兩입니다. 굶주린 상태에서 일을 많이 해서 얼굴이 붉고 눈이 벌겋게 되면서, 몸에 열이 나고 물을 찾는다고 했습니다. 먹은 것이 없으니 陰血은 부족한데, 일을 많이 해서 열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陰血이 부족하니 열이 더욱 치성해진 상태입니다. 눈이 벌겋다고 합니다. 얼굴도 벌겋습니다. 그다지 열이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 항상 눈이 벌겋게 돼서 다니는 사람들 본적 없으신가요? 눈이 그 정도 충혈이 되면, 아마 인체 내부의 여기저기 점막들도 제법 충혈이 있을 가능성이 높겠죠. 그러다가 출혈이 생기는 곳도 있을 것이구요. 

 

기본적으로 먹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많이 한 것이므로, 虛한 상태입니다. 요즘 같은 때에는 이런 경우를 볼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을 텐데, 과거 못 먹는 시절에는 꽤 큰 비중을 차지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에도 시장이나 시골에 가면 어르신 중에 간혹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혹은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면서 일을 무리하는 때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몸에 열이 많이 나고 갈증이 나기 때문에 백호탕증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그 맥이 다른 것으로 구분하라고 하였습니다. 그 맥이 얼핏 보면 洪大하여 백호탕의 맥상과도 혼동할 수 있지만, 깊이 누르면 전혀 잡히지 않는 것이 확연히 다르다고 하였습니다. 

 

맥을 洪大하다고 써 놓은 것은 백호탕과의 구분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인 듯 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실은 이 맥은 芤脈을 다르게 설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규맥은 맥이 浮大하지만, 누르면 軟弱하여 마치 속이 비어 있는 상태가 파 뿌리 같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맥으로, 脫血 失血 상태에서 나타나는 맥상입니다. 이런 맥이 나타나는 데, 얼굴과 눈이 벌겋게 달아 오른다면, 몸 어딘가의 다른 혈관들도 이렇게 벌겋게 충혈되고 어딘가에서는 출혈이 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입니다. 비록 혈부족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 경우는 급히 脫血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십전대보탕 설명에도 나옵니다. 귀비탕 설명에도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처방들에서 공통된 약재가 바로 ‘황기’입니다.

 

 

다음은 황기라는 약재의 설명에 자주 인용되는 내용으로 이동원 선생의 스승인 장원소 선생의 설명입니다. 

《本草綱目》 本草綱目 卷十二上 > 草之一 山草類上一十三種 > 黃耆 《本經》上品 > 根 > 發明
 "장원소는 "황기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한 순수한 양으로, 다섯 가지 쓰임새가 있다. 여러 가지 허하고 부족한 것을 보해 주는 것이 첫 번째이고, 원기를 북돋는 것이 두 번째이고, 비위(脾胃)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세 번째이고, 피부의 열을 제거하는 것이 네 번째이고, 고름을 밀어내고 통증을 멎게 하거나 혈을 돌리고 생성하거나 음저(陰疽)를 내탁(內托)시키는 데에 창병의 성약으로 여기는 것이 다섯 번째이다. 또한 오장의 여러 가지 허한 것을 보해 주거나, 맥이 현(弦)하고 자한이 나는 것을 치료하거나, 음화를 쓸어내리거나, 허열을 제거하거나, 땀이 없으면 나게 하거나, 땀이 있으면 멎게 한다."라고 하였다." 

 

황기를 瘡家의 성약이라 하였습니다. 이를 다시 당귀보혈탕에 대입하여 본다면, 먹은 것도 없이 힘을 잔뜩 쓰다 보니, 몸 어딘가가 헐기 시작하면서 출혈이 나고, 그로 인해 脫血의 증상으로 발열이 나면서 입이 마르고, 맥이 부대해져 있지만 속이 텅 비어 있는 상태를 다스리는 처방이 바로 당귀보혈탕이라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의가들이 血虛에 쓰이는 약인데 黃耆의 양이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이 처방의 君藥이 무엇인가? 하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처방의 목표를 놓고 볼 때, 비록 양은 황기가 많기는 하지만, 군약은 당귀라고 봐야 합니다. 황기가 신약 좌약 사약의 역할을 모두 하고 있어 양이 많을 뿐이죠. 원기를 북돋는 역할의 黃耆, 비위를 튼튼히 하는 역할의 黃耆, 피부의 열을 제거하는 역할의 黃耆, 고름을 밀어내고 통증을 멎게 하거나 혈을 돌리고 생성하거나 음저를 내탁하는 역할의 黃耆가 각기 신약 좌약 사약의 역할을 나누어 맡고 있어 황기의 양이 많은 처방입니다. 

 

《校注婦人良方》 卷之二十 > 産後門 > 産後虛煩發熱方論第十四
"내 견해로는 앞의 병증은 陽이 陰을 따라 흩어진 탓에 氣血이 모두 虛해져서 생긴 것이다. 만약 惡寒이 있고 熱이 나며 가슴이 답답하며 가만히 있기 어렵고 갈증이 나면 급히 십전대보탕을 쓴다. 熱이 더욱 심한 경우에는 급히 肉桂와 附子를 가미하여 쓴다. 갈증이 나고 얼굴이 붉은 경우에는 당귀보혈탕을 쓰도록 한다. 만약 火의 병증으로 잘못 간주하여 서늘한 약물[凉劑]을 투여하면 화를 자초하는 것이 마치 손바닥을 뒤집듯이 쉽다." 

 

산후에 나타나는 虛煩 發熱에 쓰는 처방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조문을 비교해서 읽어 보시면서 십전대보탕과 당귀보혈탕의 닮은 점 그리고 차이점을 같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요약
1. 뼈빠지게 일하다 발생한 제반 울혈 출혈성 질환 및 증상에 당귀보혈탕
2. 밤낮 눈이 벌겋게 다니는데 허약해 뵈는 사람을 보면 일단 당귀보혈탕
3. 당귀는 군약, 신좌사약은 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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