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난간전&대영전 - 김계진 원장의 처방 이야기 98편
본문
온경탕, 조경종옥탕 처방 설명을 쭉 보다 보면 두 처방 모두 調經도 하고, 求嗣도 하고, 虛寒한 것도 해소하고 하니, 두 처방이 대동소이해 보일 수도 있고, 이 처방만 있으면 모든 부인과 질환을 다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김사물, 최오적 선배님처럼 박온경, 정조경 이런 분이 나오지 말란 법 없지요.
처방에 집중해서 보다 보면, 이 처방 한 개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처방들이 있습니다. 십전대보탕 같은 처방은 이름부터가 이걸로 萬機에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죠. 그러나 아무리 제일 중요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전부인 경우는 없습니다. 사람이 숨을 쉬지 않고 세상을 살 수 없다고 해서, 공기만 있다고 사람이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도 있어야 하고, 밥도 있어야 합니다. 밥을 먹지 않으면 세상을 살 수가 없지만, 그렇다고 밥만 먹고 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처방도 그렇습니다. 처방에 깊이 빠지면,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처방에 빠져 있으면, 오늘 오는 환자가 다 그 처방 환자로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처방 공부를 할 때는 항상 그 처방이 처한 곳(處)의 상황을 전제하고 봐야 합니다.
조경종옥탕이라면 “七情에 傷한” 상황, 온경탕이라면 “衝任脈이 虛寒한” 상황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처방이 그 처한 상황을 빠져나가는 방법(方)이 어떤지를 잘 살펴야 합니다.
조경종옥탕은 “사물탕”을 중심에 두고 氣의 鬱滯를 해소하고, 血의 凝結을 풀어주면서, 衝任의 虛寒한 상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처방을 끌고 가고 있습니다. 전에 七情을 이야기할 때 누누이 강조했지만, 모든 七情 치료의 기본처방은 사물탕입니다.
온경탕은 “인삼 반하 작약 감초” 같은 약재들을 통해서 충임맥 약화의 중요한 고리가 되는 陽明脈의 중심을 잡는 것을 기반으로 衝任虛寒 상태로 인한 上熱 下寒의 상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처방의 이름이 溫經湯이라고 하여, 단지 따뜻하게만 하는 처방이 아닙니다. 온경탕을 설명할 때, 생리가 이르거나 느리거나 하는 것을 調經해준다고 설명합니다. 생리가 이르다는 것은 熱이요, 느리다는 것은 寒입니다. 만약 온경탕이 溫만 한다면 생리가 이른 것을 다스린다 하기는 어렵겠지요. 온경탕 구성의 중심을 일부 의서에서는 사물탕으로 보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 그 보다는 中土를 잡아 주는 약들이 중심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구분해서 보면, 두 처방이 많이 달라 보이지 않습니까?
온경탕, 조경종옥탕으로 모두 좋아질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으니까 이런 소리를 하는 중입니다. 오늘 소개할 처방은 난간전과 대영전입니다. 우선 처방을 먼저 보겠습니다. 이 처방은 둘 다 동의보감에 나오지 않는 처방으로, 장경악선생의 처방입니다.
《景岳全書》 景岳全書 卷之五十一 德集 新方八陳 > 熱陣 > 15. 煖肝煎
"肝腎陰寒으로 因한 小腹疼痛, 疝氣 등의 症을 治한다.
枸杞 3錢, 當歸 2, 3錢, 茯苓ㆍ小茴香ㆍ烏藥 各2錢, 肉桂 1, 2錢, 沈香 1錢(혹은 木香도 좋다). 물 1그릇 반에 生薑 3, 5片을 넣고 7分이 되도록 달여서 食遠에 溫服한다.
○가령 寒甚한 경우는 吳茱萸ㆍ乾薑을 加하고, 더욱 甚한 경우는 附子를 加한다."
라고 하였고, 방약합편에는 活套로 ‘허한 경우에는 인삼을 더하여 쓰고, 찌르듯 아픈 경우에는 전갈가루 3푼을 더하여 섞어서 먹인다.’고 한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난간전입니다. 疝氣를 다스리는 처방입니다. 疝은 남자에게는 疝이라 하고, 여자에게는 瘕로 부르지만 같은 병입니다. 생식기에 생기는 통증을 주소로 하는 병입니다. 疝이 발하는 부위가 소복의 생식기 부위이므로 주로 厥陰病으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런 疝症은 寒이라고 하는 병리가 주요한 병리가 됩니다. 생식기가 위치한 부위 자체가 인체에서 寒氣가 가장 성한 부위입니다. 앞은 前陰, 뒤는 後陰이라 하고, 대장 소장 방광등 傳導之官의 마지막 부분으로 아무래도 溫氣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장부가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寒은 오래되면 鬱熱될 수 있어 濕熱을 다스리는 처방 또한 많이 활용됩니다. 용담사간탕 같은 처방이 대표적입니다. 궐음의 부위라도 통증이 옆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기 때문에, 疝을 설명할 때는 小腸氣 膀胱氣 腎氣 라는 표현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氣’라는 표현을 붙여 쓴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면 좋습니다. 통증이 形을 이루고 있다면 고정된 통처가 있거나 일정한 형태가 있을 것인데, 통증이 쉽게 옮겨 다니거나, 통처가 모호하거나, 통증이 심했다 덜했다가 하는 것이 종잡을 수가 없으므로 ‘氣’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다 보니, 월경과 관련하여 통증의 패턴이 예측되는 일반적인 월경통과는 다른 형태를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처방이 바로 난간전입니다. 어떤 때는 배란기 때 아프다가, 어떤 때는 생리할 때 아프기도 하다가, 어떤 때는 생리 끝날 무렵에 아프기도 하고, 배가 아프기도 하고, 회음부가 아프기도 하다가, 골반 허리가 아프기도 하고, 항문이 아프기도 합니다. 瘀血이 통증의 원인이라면 이렇게 변화 무쌍하지 않겠지요. 이것은 ‘氣’가 병이 된 것입니다. 난간전이라는 처방에 ‘오약, 침향(목향), 소회향’같은 이기제가 중요하게 활용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대영전을 보겠습니다.
《景岳全書》 景岳全書 卷之五十一 德集 新方八陳 > 補陣 > 14. 大營煎
"眞陰精血의 虧損 및 여성의 經遲血少, 腰膝의 筋骨疼痛, 혹은 氣血虛寒으로 心腹疼痛한 등의 症을 治한다.
熟地 3, 5, 7錢, 當歸 2, 3錢 또는 5錢, 枸杞ㆍ杜仲 各2錢, 牛膝 1錢半, 炙甘草ㆍ肉桂 各1, 2錢. 물 2그릇으로 7分이 되도록 달여서 食遠에 溫服한다.
○가령 寒滯在經으로 氣血이 流通되지 못해 筋骨疼痛이 甚한 경우는 반드시 製附子 1, 2錢을 加해야 효과가 있다.
○帶濁ㆍ腹痛하는 경우는 破古紙 1錢을 加하는데, 炒用한다.
○氣虛한 경우는 人蔘ㆍ白朮을 加한다.
○中氣虛寒으로 嘔惡하는 경우는 乾薑(炒焦) 1, 2錢을 加한다."
대영전은 원래 精血이 몹시 허약한 사람에게 쓰는 처방입니다. 이런 허약한 사람이 생리를 하고 나면 온몸이 아픕니다. 가뜩이나 정혈이 부족한데, 下血을 했으니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픕니다. 허혈성 통증들이 생기는 셈입니다. 일반적으로 생리가 끝난 후에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흔한데, 생리할 때가 되면 이유 없이 아픈 데가 많아지는 분들도 종종 있습니다. 보통 생리 주기가 긴 편에 속하거나, 생리 양이 매우 적거나 한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인 생리통과 달리 팔 다리를 비롯해서 여기 저기가 쑤시고 아픕니다. 통증 외의 증상도 많아서 월경통보다는 월경전증후군 같은 진단을 가지고 오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이 피부 혈색이 윤택하지 못하고 정혈 부족의 소인이 많이 보인다면 꼭 고려해 볼 만한 처방이 바로 대영전입니다.
이런 여성분이 임신이 잘 될 리가 없겠지요. 이런 경우라면 임신 준비를 위한 처방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혹 숙지황 소화가 안 될지 싶어 이 처방을 못 쓸 것 같은 사람이라면, 위 가감법에 나오는 것처럼 ‘인삼 백출’을 가미해서 쓰면 좋습니다.
폐경 이후에 유독 정혈 부족으로 고생할 때도 좋은 처방입니다. 더불어 난간전을 쓰고 좋아진 환자들 조리할 때도 대영전을 쓰면 좋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약
1. 월경통 같은데, 통증 양상이 패턴이 없다면 난간전
2. 피부 모발이 윤택하지 않은 사람이 생리 전후로 몸살이 잦다면 대영전
3. 난간전으로 좋아진 환자라면 대영전으로 마무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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