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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선천귀일탕 - 김계진 원장의 처방 이야기 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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婦人 求嗣의 처방중에 先天歸一湯이라는 처방이 있습니다. 장기간 피임 후에 임신이 잘 안돼 고생하던 분에게 예쁜 딸을 선물해 준 경험이 있는 처방입니다.

 

《東醫寶鑑》 雜病篇卷之十 > 婦人 > 脉法 > 先天歸一湯
"당귀(술로 씻은 것) 1.2냥, 백출(밀기울을 넣고 볶은 것)ㆍ백복령ㆍ생지황(술로 씻은 것)ㆍ천궁 각 1냥, 인삼ㆍ백작약ㆍ우슬(술로 씻은 것) 각 8돈, 사인(볶은 것)ㆍ향부자ㆍ목단피ㆍ반하 각 7돈, 진피 6돈, 감초 4돈. 

이 약들을 썰어 10첩으로 나눈다. 생강 3쪽씩 넣어 물에 달여 빈속에 먹고, 찌꺼기는 다시 달여 잘 때 먹는다. 

월경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5첩을 먹고, 월경이 시작된 후 5첩을 먹는다. 약을 다 먹으면 효과가 나타나서 월경이 고르게 되고 맥이 화평해져 곧 잉태하게 된다. 《의감》" 

 

당귀(酒洗) 48, 백출(麩炒) 백복령 생지황(酒洗) 천궁 각 40, 인삼 백작약 우슬(酒洗) 각 32, 사인(炒) 향부자 목단피 반하 28, 진피 24, 감초 16, 생강 40

위 약을 10첩 분량으로 해서 빈속에 먹는데, 초탕해서 아침에 먹고, 재탕해서 잘 때 먹습니다. 그러니 상기 분량을 2배량으로 해서 10일분으로 탕전하여, 아침 공복에 1번 자기 전에 한번을 먹되, 생리가 이르기 5일 전부터 먹기 시작해서 생리가 끝날 때까지 먹으면 됩니다. 

 

처방 구성이 무난하고 깔끔해서, 꼭 임신이 아니더라도, 부인의 제반 精血이 부족한 경우에 사용해도 좋은 약입니다. 부인이 자식이 없는 것은 대부분 혈이 부족하여 정(精)을 거두지 못하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을 해소하는 것은 비단 求嗣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죠. 受胎가 된다는 것은 부인이 건강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니 婦人의 제반 질환 예방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월경통을 치료한 후, 이런 처방으로 조리해 주면 특히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東醫寶鑑》 雜病篇卷之十 > 婦人 > 求嗣
"부인이 자식이 없는 것은 대부분 혈이 부족하여 정(精)을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월경을 고르게 하고 혈을 길러야 하니 백자부귀환ㆍ호박조경환ㆍ가미양영환ㆍ가미익모환ㆍ제음단ㆍ승금단ㆍ조경종옥탕ㆍ선천귀일탕ㆍ신선부익단ㆍ조경양혈원ㆍ온경탕을 써야 한다." 

 

의학입문의 선천도를 생각해 봅시다. 앞에서 볼 때 완벽한 원 모양을 이루고 있는데, 이것을 옆에서 보면 어떤 모양일까요? 위 선천도라는 그림과, 先天歸一 이라는 맥락을 같이 놓고 이미지를 만들어 보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용수철 코일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선천은 腎을 말하고, 귀일이라는 것은 腎水가 一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겠지요. 처방의 목적이 腎水를 회복하여 精을 거두어 들일 수 있게 만들어 주겠다는 것을 설명한 이름일 것입니다. 이 先天의 근본적인 하나로 돌아간다는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므로 결국 하나라는 뜻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정면에서 보면 다시 선천도가 나타날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다시 여름이 왔습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 겨울이 이어져 오다 다시 봄이 오는 것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지만은, 지금, 이 여름은 한 번도 같은 여름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올해 여름은 날씨가 더운 것보다도, 추웠다 덥기를 반복하는 少陽之氣가 유독 강한 여름입니다. 아마 한 여름이 되면 相火가 더욱 치성하려나 봅니다. 또다시 여름이 찾아 왔지만, 작년의 여름과는 또 다른 여름입니다. 생명의 이어짐도 마찬가지죠. 같은 DNA가 이어져 가지만, 그 어떤 DNA도 같은 것은 없습니다. 

 

0번을 지나 다시 1번으로 가면 청서익기탕입니다. 그렇지만, 작년에 봤던 청서익기탕은 지금 보는 청서익기탕과 다르게 보이게 마련입니다. 공부가 그런 것 같아요. 

 

‘處方’이라는 말이 참 묘한 의미가 있는 말입니다. 어떤 처한 상황에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처방이라는 말의 뜻이죠.

그간 처방의 리뷰는 거의 이런 상황들을 구체화해 보려고 했던 시도들입니다. 난간전을 정리할 때 ‘월경통 같은데, 통증 양상이 패턴이 없다면 난간전’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해보려고 했던 시도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만, 그러려면 일단 구슬 서 말은 있어야지 않겠나 해서 시작한 reviews입니다.

이렇게 상황들을 구체화해 가다 보면, 처방의 흐름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 처방을 쓰고 나면 이런 처방으로 이어져야 해 하는 것입니다. 오늘 先天歸一湯 이야기에, 월경통을 치료하고 나면 이런 처방으로 조리해 줘야지 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간의 review를 반복해서 보면, 이런 상황에 대한 이해와 흐름까지는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처한 상황에만 집중하면 통치방에 가까워지기 쉽습니다. 통치방이 된다는 것은 변통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왜 변통이 필요할까? 그 처지에 누가 빠져 있는지가 또한 중요한 인자이기 때문입니다. 남자가 빠졌냐, 여자가 빠졌냐, 노인이냐, 소아냐, 열이 많은 사람이냐, 몸이 찬 사람이냐, 성격이 급한 사람이냐, 매우 조심스러운 사람이냐 등등에 따라서 각기 다른 처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만 보고 상황을 간과하는 것 역시 통치방으로 흐르게 됩니다. 이 사람은 어떤 병에 걸려도 이 처방이면 된다는 것 역시 통치방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변증은 ‘處方’에 좀 더 강점이 있고, 한국의 체질은 ‘사람’에 좀 더 강점이 있어 보입니다. 동의보감 편제가 중국 의서들과 차이가 나는 지점이 이런 부분입니다.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우리가 처방을 내리기 위해 診斷하는 것들입니다. 여기에 생각이 이르면, 처방하는 과정은 사실 종합 예술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처방으로 서 말의 구슬을 얻었으면 그것을 꿰는 것은 ‘진단’이라는 것을 빙빙 돌려 이야기했습니다. 그간 함께 해주심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 많은 진전을 통해, 환자에겐 건강을, 한의원과 한의계에는 발전이 함께하는 행복이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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