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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보간환 - 김계진 원장의 처방이야기 2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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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야기만 하고 넘어가면, 이 보간환 혹은 보간탕이 그저 광범위한 어혈약 혹은 교통사고 치료에나 쓰이는 약으로 인식되고 끝날 수도 있을 듯 하여, 오늘은 어제 보간탕의 오리지날 처방 '보간환' 이야기를 좀 더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넷에서 보간환을 검색해보면 약국 제제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보간환이 검색이 됩니다. 간장보호, 숙취, 피로회복에 보간환!! 이런 것들이 검색이 됩니다. 어디는 눈 영양제라고 검색되기도 하고, 간은 생식기와 관련이 있으니 질건조증에도 쓴다는 기사도 검색이 됩니다.  허가사항을 보면 '간허증(肝虛證 : 눈이 잘 보이지 않고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며 잘 놀라는 증상)'에 쓴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의학고전 DB에서 이 '보간환'을 검색해 보면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 https://mediclassics.kr/search/result?search=보간환 )

[補肝丸]
治肝虛. 卽四物湯加防風, 羌活, 蜜丸也.
간허를 치료한다. 사물탕에 방풍과 강활을 넣고 꿀로 환을 만든 것이다.

肝虛, 宜四物湯ㆍ淸肝湯, 或補肝丸. 肝實, 宜瀉靑丸ㆍ洗肝散ㆍ當歸龍薈丸. 《海藏》
간허에는 사물탕처방은 혈문에 나온다ㆍ청간탕을 쓰거나 보간환을 써야 한다. 간실에는 사청환ㆍ세간산ㆍ당귀용회환을 써야 한다. 《해장》 

 

이 내용이 전부입니다. 심플하지요. 인용된 책들도 보면, 동의보감 외의 책들은 다 향토 명의들의 경험처방들 밖에 없는데, 이 역시 모두 동의보감을 다시 인용한 것이니 사실상 동의보감 내용 뿐이라고 봐도 될 정도 입니다. 

補肝丸으로 검색을 하면 [㿀論萃英]이라는 왕호고 선생의 책이 한권 더 검색이 되고 여기에서 역시 위와 동일한 내용이 전부입니다. 즉 肝虛에 쓴다가 내용의 전부인 셈이죠. 이어지는 간허에는 사물탕 청간탕 혹은 보간환을 쓴다는 내용의 출처가 해장 선생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볼때, 아마 왕호고 선생의 처방을 동의보감에서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밌는 건, 이후로 이 처방이 기록된 책들이 거의 동의보감 이후 한국 의학자들의 책들 뿐이라는 것이죠. 

그럼, 이 처방의 의미를 한 번 궁리해볼께요. 

 

이 처방의 방해를 궁리하기 위해 조문 한개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동의보감의 풍문에 나오는 조문입니다. 

[中風熱證]
風者, 百病之始也, 善行而數變. 行者, 動也. 風因熱生, 熱勝則風動. 宜以靜勝其躁, 是養血也. 宜大秦芃湯方見上ㆍ天麻丸. 若藏府兼見, 或表裏兼攻, 宜防風通聖散. 《入門》
풍은 온갖 병의 시초이며 잘 돌아다니며 자주 변한다. 돌아다닌다는 것은 움직인다는 것이다. 풍은 열로 생기니 열이 성하면 풍이 움직인다. [고요함으로 조급한 것을 누르는 것이 혈을 기르는 방법이다.] 대진교탕ㆍ천마환을 써야 한다. 중장과 중부의 증상이 겸하여 나타나거나 표증과 이증을 겸하여 칠 경우에는 마땅히 방풍통성산을 써야 한다. 《입문》

 

풍은 열에서 생깁니다. "고요하게하여 조급함을 다스리는 것"이 [혈을 기르는 법]이랍니다. 그러면서 쓰라고 하는 약들을 보면 풍약들이 쭉 나오지요. 이 말은 풍을 가만히 두면 혈이 소모되는 것이니, 풍을 빨리 다스려 줘야 마땅히 혈을 기를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이 됩니다. 

 

방풍통성산을 구성하고 있는 약들을 보면 풍과 열을 다스리는 약들이 쭉 나오는 사이로 '당귀 천궁 작약'이 쓰윽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방풍통성산을 설명할때 풍(風)과 열(熱)과 조(燥)를 다스린다고 합니다. 燥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가을이면 특히 성해지는 燥氣는 혈부족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혈부족을 다스리려면? 고요하게 하랍니다. 어떻게요? 풍을 제어해주는 것으로. 그리고 풍은 어디에서 생긴다구요? 열에서 생깁니다. 그럼 열은 어떨 때 생기죠? 혈허하면 발열합니다. 그래서 혈허하면 풍이 동합니다. 이런 순환 관계가 형성이 됩니다. 

 

그래서, 보혈하는 사물탕에 강활 방풍을 살짝 양념을 넣으면 어떤 작용을 하느냐? "보간"을 한답니다. 간혈이 부족하지 않게 해주어서 풍이 동하는 것을 예방하고, 풍을 조리해서 혈의 소모를 막아주는 작용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죠. 즉 보간환의 보간은 풍을 다스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그 풍을 다스려서 얻는 기대효과는 무엇이냐? 혈을 기르는 것입니다. 

 

이상하게 보간환이 한국 의학자들 사이에서 많이 사용되었다고 했자나요? 이 처방 구성을 보면 떠오르는 처방 혹시 있지 않습니까?

 

[荊防地黃湯]
熟地黃ㆍ山茱萸ㆍ茯苓ㆍ澤瀉 各二錢, 車前子ㆍ羌活ㆍ獨活ㆍ荊芥ㆍ防風 各一錢.

荊芥ㆍ防風ㆍ羌活ㆍ獨活, 俱是補陰藥. 荊防, 大淸胷膈散風, 羌獨, 大補膀胱眞陰, 無論, 頭腹痛, 痞滿, 泄瀉, 凡虛弱者, 數百貼用之, 無不必效, 屢試屢驗.


형개ㆍ방풍ㆍ강활ㆍ독활은 모두 음을 보하는 약이니, 형개와 방풍은 가슴을 크게 맑게하며(시원하게 하며) 풍을 흩어버리고, 강활과 독활은 방광의 진음을 크게 보해준다. 두통, 복통, 비만, 설사 등을 막론하고 대개 허약한 사람에게 수백첩을 써서 반드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가 없다는 것을 여러 번 시험하고 여러 번 증험하였다.

 

형개 방풍 강활 독활이 모두 음을 보한다는 개념이 이해가 되실까요? 

"고요함으로 조급한 것을 누르는 것이 혈을 기르는 방법이다."
 
이 이야기랑 같은 이야기 입니다. 

두통, 복통, 비만, 설사 등을 막론하고 허약한 사람에게 수백첩을 써서 반드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가 없다고 했는데, 보간환도 정말 그래요. 

 

이 보간환은 만성적인 위장 질환에도 놀라운 효과를 보입니다. 
비위약도 전혀 없고, 소도지제 보익지제 전혀 없는데 의외죠?

 

주로 혈색이 좋지 않은 환자의 만성적인 위장질환인데, 주로 위하수, 위축성위염, 만성신경성소화불량 이런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서 간혹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는 경우를 여러번 경험했습니다.  

처음에는 현맥을 근거로 소화불량에 사용해보기 시작했던 건데, 몇몇 케이스에서 매우 현저한 효과가 있었어요. 10년된 소화불량인데 처음으로 소화가 잘 되었다거나 이런 경우들. 제가 경험한 환자들의 경우는 '복진을 해보면 복피가 얇고, 피부가 다소 건조하고, 복부가 다소 단단하게 뭉쳐 있고, 혈색이 좋지 않은 환자의 만성적인 소화불량의 경우'가 많기는 했는데, (이런 특성은 위의 형방지황탕이 소양인 처방인 것과는 달리 오히려 소음인에게서 더 흔하게 보이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일반화 시킬 정도는 아닌것 같습니다. 

 

보간탕의 구조를 보면, 앞서 이야기한 위풍탕 (위장관의 출혈을 동반한 설사)의 개념과도 닮아 있죠. 그리고 방풍통성산과 비교해보면 보간환은 방통산의 허증 버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방풍통성산을 써서 호전을 보인 환자에게 있어 마무리 처방으로도 매우 좋은 처방이 보간환(보간탕) 입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방풍통성산 이야기를 할 때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보간환을 이렇게 정리 해본것은, 

처방의 구조가 간단하면서도 약리를 이해하기에 매우 좋은 처방이기 때문에 이런 저런 설명을 붙여서 처방을 보는 눈을 길러 보자는 의미로 조금 길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요약
1. 혈허생풍에 보간환 (열생풍. 풍생조. 조인혈소. 혈허발열.)
2. 보간환의 보간의 핵심은 '풍'을 안정시켜주는 것. 
3. 강활 방풍은 음을 보하는 약.   

 

* 본 아티클의 저작권은 사계절한의원 김계진 원장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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