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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소건중탕 - 김계진 원장의 처방이야기 3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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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지요. 날씨가 선선해지면 보약을 찾는 사람도 늘어나곤 합니다. 쌍화탕이 나온 마당에 쌍화탕과 관련된 보약 처방에 대해서 몇가지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오늘 이야기할 처방은 소건중탕을 먼저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소건중탕은 보약 라인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 하는 약입니다. 아마도 보약의 원조라고 봐도 될 정도지요. 계지탕에서 백작약을 증량하고 교이를 가미하면 소건중탕이 되기 때문에 계지탕을 보약의 원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계지탕 자체를 보약으로 쓰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굳이 나누자면 계지탕은 보약의 시조, 소건중탕은 보약의 원조 정도로 볼 수 있겠지요.  

 

이 소건중탕에 황기를 넣으면 황기건중탕, 당귀를 넣으면 당귀건중탕이 되고, 
황기건중탕에 사물탕을 넣으면 쌍화탕이, 
황기건중탕에 팔물탕을 넣으면 십전대보탕이 된다고 하니, 
가히 보약 라인업의 원조라 할만하지요. 

 

<Tip) 처방의 기원을 살펴 보면, 십전대보탕의 출전이 팔물탕의 출전보다 150년가량 더 빠르다고 합니다. 마치 팔미에서 부자 육계를 빼서 육미가 나왔듯이 말이지요. 그래서 팔물탕에 황기 육계를 가한 것이 십전대보탕이라는 표현은 약재의 구성을 설명할때는 맞는 말이지만, 처방의 기원으로는 그 반대 즉. 십전에서 황기 육계를 뺀것이라고 하거나, 사물에 사군자탕을 합한것을 팔물탕으로 한다 정도가 더 적합한 설명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약물의 구성이라는 것을 놓고 볼 때 소건중탕이 보약 라인업에서 중요한 구성과 위치를 차지 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특히나, 소건중탕처럼 백작약을 군약으로 하는 처방들의 라인업이 상당히 막강합니다. 앞서 언급된 황기건중탕, 쌍화탕, 인삼양영탕, 황기십보탕 자음강화탕 등등이 모두 백작약 군약의 소건중탕 라인업을 보여주고 있지요. 

 

한때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고 하는 어린이 영양제 '키디'가 바로 소건중탕을 기반으로 하는 어린이 영양제 입니다. 키디 광고 문구를 한번 살펴 봅시다.

"동의보감 소건중탕 원방 그대로! 40년 전통의 어린이 보약, 키디' 

체질 허약으로 피로하기 쉽고 혈색이 좋지 않으며 복통, 두근거림, 손발이 화끈거리거나 냉하고 빈뇨 또는 다뇨 등을 수반하는 증상에 효능·효과가 있습니다. 소아허약체질, 피로권태, 신경질, 만성위장염, 소아야뇨증, 야제증(어린이가 밤에 울고 보채는 증상)

 

소건중탕을 쓸만한 경우에 대해서 상당히 자세하게 써놓았는데요, 이 내용을 좀 다른 각도에서 한번 살펴 볼께요. 

[小建中湯] 
東醫寶鑑 > 雜病篇卷之四 > 虛勞 > 虛勞通治藥
治虛勞, 裏急腹中痛, 夢寐失精, 四肢痠疼, 手足煩熱, 咽乾口燥. 

金匱要略 > 血痺虛勞病脈證幷治 第六 
虛勞裏急, 悸, 衄, 腹中痛, 夢失精, 四肢痠疼, 手足煩熱, 咽乾口燥, 小建中湯主之.

동의보감과 금궤요략의 소건중탕에 대한 설명입니다. 대동소이 한데, 금궤요략에는 코피와 가슴 두근거림을 더 설명하고 있네요. 이 증상을 어떻게 이해 할 수 있을까요?

건중이라는 것은 중기를 튼튼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중기라는 것은 비위의 기운이기도 하면서 내 몸의 중심이 되어 주는 기운이지요. 중기가 튼튼하면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를 순 우리말로 풀어 쓰면 '뱃심' 정도 될겁니다.

즉 소건중탕이라는 말을 순 우리말로 풀어 써 본다면 '서서히 뱃심을 든든하게 해주는 약'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중기가 허약하면 주변 상황에 휘둘립니다. 그러면 당연히 가슴이 두근거리겠지요. 배도 사르르 아프면서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지만 그래도 뒤가 무겁습니다. 잠 자리가 편치 않아 몽정을 하기도 하고, 잠시도 손발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안절 부절 하니 마치 불안증 같아 보이기도 하고 손발에 땀이 나거나 화끈거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입도 바짝 바짝 마릅니다.

자 이 상황을 누구나 한 번쯤은 다 경험해보지 않았겠습니까? 저 학창시절에는 ABS 라고 불렀어요. Anal Burning Syndrome 이라고. 시험 보기 전에 똥줄 타는 상황을.. 그렇게 묘사했었지요. 

조금더 고상하게 표현해본다면, 애간장이 녹는다, 애가 탄다. 하는 상황이지요. 소건중탕의 건중의 개념에서 백작약이 군약이 되고, 교이가 가미되는 것을 살펴본다면, 肝苦急 하면 急食甘而緩之하라는 표현과 부합하지요.

소건중탕은 간의 긴장을 조절함으로써 중기의 건립을 돕는 약입니다. 비위가 허약한 것이 원인이 된데 쓰는 약이 아닌 것이죠. 그것이 不思飮食에 이공산을 쓴다고 하는 것과 소건중탕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위가 허약해서 입맛 자체가 없는 경우의 이공산, 잔뜩 긴장해서 밥 생각이 없는 소건중탕이 다른 셈이죠. 그래서 소건중탕은 虛勞 裏急腹中痛이라 설명이 되고, 이공산은 脾胃虛弱, 不思飮食이라고 표현합니다.   

간이 급하면 血이 안정이 안되고 망행하겠지요. 그래서 금궤요략에 코피를 다스린다는 표현도 있었겠지요. 이를 肝藏血을 시켜 궁극적으로 비위 즉 중기의 안정을 도모하는 처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걸 키디에서는 '신경질' 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는데, 소건중탕이 잘 듣는 아이들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고 보입니다. 사실 신경질이라는 표현보다 우리 개념으로는 木克土하여 土가 눌려서 펴이질 못하는 구나 하는 개념인 것인데, 이런 아이들은 좀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긴 합니다. 아이들은 특히 성정이 아직 여리고 장부가 연약하기 때문에 조금 강한 상대가 주변에 있으면 주눅이 들어서 이런 일이 쉽게 생기지요. 우는 아이 사탕 준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 때 사탕같은 약이 바로 소건중탕인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소건중탕을 쓰는 제일 중요한 임상 지표로 2가지를 살핍니다.
기본적으로 허증이라는 전제 하에 첫째는 배가 자주 아프냐 (허증의 복통은 배를 누르면 아프면서도 힘들어 하지는 않지요. 실증은 거안하고 허증은 희안한다는 다 아시는 내용입니다.) 둘째는 입술이 잘 마르느냐 하는 두가지 입니다.

왜냐면, 내가 힘이 부족한데 먼가 부담스러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가장 두드러지는 증상이 이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 자꾸 입술을 물어 뜯고 있지요. 입술은 비위의 영화가 드러나는 곳이기 때문에 비위가 튼튼한 아이들은 입술이 튼실합니다.

반대로 비위가 허약하면 입술이 파리하고 먼가 기세가 부실하지요. 근데, 소건중탕은 비위가 허약한 것이 핵심이 아니라 木克土 하는 상황 혹은 肝苦急 한 상황에서 비위가 펴이지 못하는 상황을 해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입술이 마르고 갈라지고 물어 뜯는 상황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걸 키디에서 신경질로 설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소건중탕이 약맛이 괜찮은 약이라서 어린아이 약으로 많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어른들에게도 매우 좋은 약이지요. 아마 주변에서 위의 증상에 부합하는 사람들 많이 보실겁니다. 컨디션이 안좋아지면 입도 짧고 배가 사르르 아프면서 입술 잘 마르는 여자분들 흔하지요. 이런 여자 분들이 생리주기에 큰 문제가 없다면 최우선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처방도 소건중탕 입니다. 

요약
1. 허로에 애간장이 탈 때 쓰는 약 소건중탕
2. 배가 잘 아프고 입술이 마른다. 
3. 서서히 뱃심을 길러주는 약인데, 핵심은 肝苦急의 해소로 비위의 기운을 되살리는 약이다.  

 

* 본 아티클의 저작권은 사계절한의원 김계진 원장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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