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도씨보중익기탕 - 김계진 원장의 처방 이야기 39편
본문
요즘은 경향성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저보다 더 윗 선배님들 활동 왕성하게 하실때는 애들 봄가을로 약 먹이는 훌륭한 전통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직 더운 기운이 다 가시지는 않았지만 제법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자다가는 춥다는 느낌이 한번씩 들기도 하더군요. 봄 가을로 약을 먹는 이유가 뭘까요?
애들은 감기에 걸리는 기간동안 성장을 하지 않아요. 그래서 감기에 자주 걸리면 아무래도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1년 중에 가장 급격하게 기후의 변화가 수반되는 시기가 봄, 가을 환절기이고 그만큼 몸의 기운의 소모도 급격하게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변화되는 기후에 몸을 적응시켜야 하니까요. 각종 유행성 질환이 늘어나는 시기도 봄 가을 환절기가 압도적이"었"죠.
저 학창 시절때까지만 해도 봄 가을이면 올해 유행성 결막염이 유행한다, 장염이 유행한다, 감기가 유행한다 등등 봄 가을로 이런 뉴스가 끊임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이게 다소 연중행사 처럼 된 것 같은 양상이 분명히 있어요. 코로나라는 3년간의 팬데믹 기간을 겪어 보니 더 그런것 같아요.
이건 상한도 아니고 온병도 아니고 년중 내내 유행하는 그런 질환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통계들을 보면 대게 봄 가을 환절기 혹은 겨울철 전후로 대유행이 들어 오는 양상은 분명 있습니다.
환절기나 혹한기 혹서기가 확실하게 몸의 면역력이 약해지는 양상이 있는 거죠. 거기에 지난 3년의 기간동안 우리는 마스크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삶을 살았습니다. 성인들은 그래도 이미 후천면역을 어느 정도 갖춘 이후일테니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이것이 과연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하는 걱정이 됩니다.
각설하고, 어김없이 가을 환절기의 한 복판으로 우리는 들어가고 있습니다. 백로를 지났고 곧 추분이 다가옵니다. 추분이 지나면 사실 가을이 본격화 되니 그 이전까지를 넓은 범위의 환절기 정도로 볼 수 있겠지요.
이 즈음 사용빈도가 높아지는 처방 "도씨보중익기탕"에 대해서 알아 봅시다.
[陶氏補中益氣湯]
안으로 기혈이 상하고 겉으로 풍한이 들어와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며, 오한과 자한이 있고 몸이 노곤하여 무력한 경우를 치료한다. 원기가 부족할 때는 승마 3푼을 넣는다. 《입문》
인삼 2.8, 생지황 2.8, 황기 2.8, 당귀 2.8, 천궁 2.8, 시호 2.8, 진피 2.8, 강활 2.8, 백출 2.8, 방풍 2.8, 세신 2, 감초 2, 생강 3, 대조 3, < 총백(후하) 1.2, 승마 1.2 >
내상과 외감을 겸했을 때 쓰라고 하는 처방입니다. 그럼 내상증상은 무엇이고, 외감 증상은 무엇일까요? 외감은 두통 신통 오한 발열을 말하고, 내상은 입맛이 없고 피곤해하고 식은땀이 나는 것을 말합니다.
애들 흔하게 오는 경우들은 대게 밥을 잘 안먹는데 감기에 자주 걸리는 것 같다 혹은 아침마다 코를 훌쩍거린다거나 코가 자주 막혀 한다거나, 애가 열이 잘 오른다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거나 하는 형태로 오는데, 도씨보중익기탕을 쓰고 나서 자주 관찰되는 변화가 눈 밑의 다크 서클이 맑아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비염이나 축농증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눈 밑이 어두운 경우가 많은데 이 처방을 쓰고 나면 그게 맑아 지면서 밥을 잘 먹는 다고 하는 애들이 많아요.
지난주에 자음강화탕에 대해서 이야기 할때 밥 잘 먹는 아이들은 냄새를 잘 맡는 다고 했죠. 아마도 도씨보중익기탕을 먹고 밥을 잘 먹게 되는 아이들이 이 처방 자체의 기허를 회복해주는 작용도 있겠지만, 그것 보다는 비염 같은 증상이 없어지면서 밥을 잘 먹게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대게, 평소에 감기에 잘 걸리는 아이 보약 처방을 달라고 할때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역시 녹용을 같이 쓰는 경우가 많고, 실제 코를 훌쩍 거린다거나, 오한 발열 두통 신통 등의 증상이 있으면 '총백'을 후하로 넣어서 쓰고, 그런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으면 총백은 쓰지 않고(총백 약 맛이 살짝 맵고 텁텁해서) '승마'만 3분 정도 넣어서 쓰는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외감증상에는 총백을, 원기 부족에는 승마 이런 맥락인셈이죠.
현동선생님께서는 아이가 제왕절개로 태어났다고 하면 우선적으로 한번은 사용해줘야 하는 처방이라고 하시는데, 정상 출산의 경우에는 아이가 산도를 통과하여 나오면서 용을 한번 크게 쓰면서 입에 머금은 양수들과 탁한 기운을 뱉어 내고, 탯줄을 자르고 나면 한번 우렁차게 울음을 터트리면서 폐의 기운이 한번 확 틔이는 것인데, 제왕절개로 태어나게 되면 이 두가지 과정이 다 부실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폐의 기운을 다소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래 글은 도씨보중익기탕과 관련하여 내외상 겸증의 치료 대법을 잘 요약해 놓은 글이 있어 같이 읽어 보시도록 첨부해 놓습니다. "내증이 많은 자는 보양을 우선으로 하니 이걸 쓰라"고 했네요.
《要略》 要略 > 二因舉要方 > 內傷內因 > 辨內外傷證
외감(外感)과 내상(內傷)은 바로 병의 큰 관건이니 이것을 알지 못한다면 어찌 의사라 말할 수 있겠는가! 내상(內傷)은 원기(元氣)를 보하는 것을 위주로 하니, 가령 내상에 외감(外感)을 낀 것은 보중익기탕에 봄에는 천궁 방풍 시호 형개 소엽 박하를 가하고, 여름에는 건갈 석고 맥문동을 가하고, 가을에는 강활 방풍 형개를 가하고, 겨울에는 계지 마황 건강을 가한다. 내증(內證)이 많은 자는 보양(補養)을 우선으로 하니 "도씨보중익기탕" 가미익기탕을 쓰고, 외감(外感)이 많은 자는 발산(發散)을 우선으로 하니 구미강활탕 인삼양위탕 삼소음을 쓴다. 식적(食積)으로 상한과 유사한 증상에는 도씨평위산을 쓴다.
요약
1. 감기에 자주 걸리는 아이를 위한 처방 도씨보중익기탕
2. 외감증상엔 총백을, 내상위주엔 승마를 가미
3. 수술로 태어난 아이라면 한번은 꼭 써주기를.
* 본 아티클의 저작권은 사계절한의원 김계진 원장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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