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육미근환 - 김계진 원장의 처방 이야기 51편
본문
지난 시간에 공진단은 어떤 경우에 쓰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했었습니다. 그냥 황제의 보약이다는 생각밖에 안난다면, 다시 한 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그 연장선에서 육공단의 모태가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처방한가지를 살펴 볼까 합니다. 신허요통 조문에 소개되는 처방이고, 현동선생님께서 육미근환이라고 이름하셔서 저도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육미근환]
숙지황 16, 산약 8, 산수유 8, 택사 6, 복령 6, 목단피 6, 당귀 4, 녹용 4, 목과 4, 속단 4
공진단의 초기 모델 흑원 (귀룡원)의 구성이 육미에 가미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잠시 흑원의 방해를 살펴 볼께요.
"허로로 음혈이 소모되어 안색이 검고 귀가 멀며, 눈이 어둡고 다리가 약하며, 허리가 아프고 소변이 뿌연 경우를 치료한다"
흑원에서 공진단으로 넘어갈때는 사향의 힘을 빌려 미려관(수화가 공존하는 공간)의 소통을 도움으로써 수승화강을 돕는다고 했습니다. 미려관은 골반 꼬리뼈 부분이라고 할때 허리와 다리를 연결하는 요충지죠. 앞서 공진단의 방해를 한줄로 요약한다면 '독맥의 수승화강을 돕는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신장의 주약이 되는 육미지황원 (혹은 팔미원)을 합하여 신허요통 처방으로 언급되고 있는 처방이 바로 육미(팔미)근환입니다.
허리는 腎之外候라고 했습니다. 속의 오장 육부의 기운이 외부로 드러나는 공간이라는 개념입니다. 외형을 통해 내경을 살피는 곳인데 종아리 근육의 튼실한 정도를 보고 위장의 영화를 살피고, 안포의 맑음을 보고 담의 청정함을 살피고, 인중의 뻗음과 입술의 돈후함을 살펴 소장의 전도를 살피고 입술의 상태로 비위의 영화를 살피는 것등이 모두 외후에 속하는 것들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요척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腎虛한 틈으로 사기가 들어온 것이 됩니다. 이때 풍한이 들었느냐, 식적 담음 어혈이 들었느냐에 따라서 요통이 구분될 뿐이죠.
제가 임상 경력이 일천하던 시절, 지인의 요통으로 고생한다고 해서 이 처방을 썼었고,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경험이 있어요. 구성이나 개념으로 보면 어떤 요통에든 들을 것 같은데 사실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어요.
신허요통이라는 것의 개념을 잘 한번 살펴 볼께요.
[腎虛腰痛]
1. 脉大者, 腎虛腰痛也. 맥이 대(大)한 것이 신허요통이다. 《단심》
2. 腎虛者, 疼之不已者, 是也. 신허는 통증이 멎지 않는 것이다. 《단심》
3. 房慾傷腎, 精血不足養筋, 陰虛悠悠痛, 不能擧者, 六味地黃元, 或八味元加鹿茸ㆍ當歸ㆍ木瓜ㆍ續斷. 성생활로 신(腎)을 상하면 정혈이 부족하여 근을 기르지 못하고, 음허로 끊임없이 아프며 제대로 거동할 수 없다. 육미지황원이나 팔미원에 녹용ㆍ당귀ㆍ모과ㆍ속단을 넣고 쓴다. 《동원》
맥이 "대(大)"한 것이 신허요통이라고 했습니다.
허로문의 맥법을 보면 가장 처음 나오는 내용이 아래의 내용입니다.
平人脉大爲勞, 脉極虛亦爲勞. 정상인의 맥이 대(大)하면 허로이고, 매우 허(虛)해도 허로이다. 《중경》
맥이 대한 것은 허로이이다. 대맥은 맥이 큰데 누르면 그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는 맥을 말합니다. 힘을 많이 쓰다 보니 맥이 부풀어 있는 상태죠. 차가 과적을 하고 오르막길을 오를때 RPM이 급상승 하면서도 차가 힘을 내지 못하는 상태? 를 생각해보면 좀 비슷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맥이 크기만 크고 속이 야물지 못하 것은 허로의 상태를 말하고, 이 상태는 사기가 침습되기가 매우 쉬운 상태이기도 합니다.
근데, 요통의 맥법을 보면 뭐라고 했느냐.. 요통의 맥은 반드시 침현하다("腰痛, 脉必沈而弦)고 했습니다. 아래 내용을 살펴 봅시다.
"요통의 맥은 모두 침현(沈弦)하다. 침현하면서 긴(緊)하면 한요통이고, 침현하면서 부(浮)하면 풍요통이다. 침현하면서 유세(濡細)하면 습요통이고, 침현하면서 실(實)하면 좌섬요통이다. 《맥경》
요통의 맥은 반드시 침(沈)하면서 현(弦)하다. 침한 것은 기가 막힌 것이고, 현한 것은 허한 것이다. 맥이 삽(澁)한 것은 어혈이고, 완(緩)한 것은 습이다. 활(滑)한 것과 복(伏)한 것은 담이고, 대(大)한 것은 신허(腎虛)이다."
맥은 공식 같은 거니까.. 그냥 읽어 보시면 되요. 맥이 대한 것은 신허입니다. 이 상태가 되면 사기가 들어오기 쉬운 상태가 되고 어떤 사기가 들어왔느냐에 따라서 각기 맥도 증상도 조금 다른 형태의 요통이 되는데, 이 사기가 깊이 파고 들어오면 사기가 깊이 들어왔으니 맥이 침현해지는 것이죠. 그런니 요통이 심하면 맥이 반드시 침현해진다 이런 요지거든요.
이 말은 뒤집어 보면, 신허요통은 통증이 심하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아직 사기가 들어오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실지 신허요통의 단계에서는 허리가 은은하게 뻐근하고 아픈데, 동작은 그래도 되는 단계가 많아요. 그리고 특히 신수혈 있는 부위가 누르면 아파요. 이 두가지가 증상에서의 특징입니다.
1) 신수혈 부위가 누르면 아프다.
2) 허리가 은은하게 아프고 전반적으로 뻐근한데. 어떻게 해도 불편하다.
그리고 맥이 대(大)하다.
그래서 이 처방의 방해격인 설명을 보면 "성생활로 신(腎)을 상하면 정혈이 부족하여 근을 기르지 못하고, 음허로 끊임없이 아프며 제대로 거동할 수 없다." 라고 한 내용이 정말 매우 정확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거에요.
어떤 이유.. 특히 성생활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신장을 상한 상태에서, 정혈이 부족해서 "근"을 기르지 못한거거든요. 아직 골통(디스크)이 아니라 근통 단계라는 거지요. 그리고 끊임 없이 아픈것은 은은하게 계속 아픈 것이고, 제대로 거동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동작을 해도 허리가 편치 않은 거에요. 신수혈 부위가 뻐근해지면 어떤 동작을 해도 허리가 불편합니다. 아시겠지만. 신수혈은 요방형근 포인트지요. 늑골과 요추 골반에 모두 걸쳐 있어서 뭘해도 허리가 편치 않아요. 방해가 적응증을 매우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죠.
이 상태에서 정말 잘 듣는 약이 육미근환입니다.
이런 환자들이 언제 많이 오냐면 금요일에 특히 많이 옵니다.
토요일 일요일 골프라운딩 잡혀있는데, 연습하다 보니 허리가 점점 아파지는 거죠. 연습 좀 더 하다가 허리 나갈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평소 같으면 며칠 버텨보겠는데, 내일 아님 모레 골프 나가야 되요. 그래서 병원에 옵니다. 십중 팔구는 육미근환 쓰면 그냥 좋아집니다. 그냥 약 먹으면 좋아져요. 그래서 골프 잘 치고 옵니다. 조심해서 쳐서 그런지 더 잘쳤다고 하는 경우도 자주 봅니다. 이런 경험을 했던 환자들이 저에게 붙여준 별명이 골프 허준입니다. 골프 못갈뻔 했는데 골프 나갈 수 있게 해준다고 붙여준 별명이에요. 좀 쑥스럽죠.
요약
1. 골프 허준 만들어 준 처방 육미근환.
2. 신수혈 통증 과 은은요통 맥大가 특징.
3. 증상은 신허요통 같은대 맥이 大 하지 않으면 보간자신환이 더 좋음. (둔첨사물탕 설명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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