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김계진 원장의 처방 이야기 73편 - 귀비탕의 임상 용례
본문
귀비탕의 임상 용례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1) 칠정병의 개념에서 勞傷心脾,健忘怔忡
2) 칠정병의 확장된 개념에서 脾不能統攝血心, 以致妄行, 或吐血ㆍ下血
3) 그리고 心脾虛損
이렇게 3가지 용례입니다.
최초의 귀비탕에 설립제 선생의 가미가 더해지면서, 기존의 칠정병 치료 처방의 개념에서 心脾虛損의 처방으로의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이런 관점은 경악 선생의 설명에서 자세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景岳全書》 景岳全書 卷之六十一 長集 婦人規古方 > 婦人 > 151. 歸脾湯 "治心脾虛損."
1)의 개념이라면 용안육이나 목향 같은 약재가 중요하고,
2)의 개념에서는 “황기”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3)의 개념에서는 당귀 인삼 같은 약재의 역할이 중요하겠지요.
아래 경악선생의 설명을 다시 봅시다.
《景岳全書》 景岳全書 卷之五十三 圖集 古方八陣 > 補陣 > 33. 歸脾湯
"思慮傷脾로 不能攝血하여 생긴 血의 妄行, 혹은 健忘ㆍ怔忡, 驚悸ㆍ盜汗, 嗜臥ㆍ食少, 혹은 大便不調, 心脾疼痛, 瘧痢鬱結을 治한다. 혹은 病에 用藥失宜로 剋伐傷脾하여 생긴 變症의 경우는 이 처방의 사용이 最宜하다. 人蔘ㆍ黃芪ㆍ白朮ㆍ茯苓ㆍ棗仁 各2錢, 遠志ㆍ當歸 各1錢, 木香ㆍ炙甘草 各5分. 물 2그릇에 龍眼肉 7枚를 加하여 7分이 되도록 달여서 食遠에 복용한다. ○내가 볼 때, 이 처방의 木香은 鬱結로 因한 疼痛의 경우에만 써야 하고, 鬱結ㆍ疼痛等症이 없다면 香燥를 避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木香을 除去해야 한다. 氣虛로 動血하는 경우에 어떻게 좋겠는가? 또한 遠志는 味辛하고 氣가 升하면서 散하니, 일반적으로 多汗하면서 躁熱한 경우는 역시 酌用해야 마땅하다."
실제 임상에서 쓸 때 귀비탕이 부작용이 난다고 하는 경우들에 있어서 약재로는 용안육, 원지, 목향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귀비탕에 이 약재가 불편하지 않은 경우와 불편한 경우의 가장 큰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요?
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것처럼 처방을 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 경악 선생처럼 이 처방이 심비허손이라는 개념에서 본다면, 다소 창만 소화불량등의 증상을 만들 수 있는 용안육, 목향이나 목 넘김이 따끔해지는 원지 같은 약들은 좀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약들은 칠정을 다스린다는 개념에서 본다면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약재들이죠. 원지를 제외하더라도 용안육과 목향은 귀비탕의 원 방해인 “勞傷心脾,健忘怔忡”의 개념에서 본다면 없어서는 안 되는 약재입니다.
잠시 健忘怔忡에 대해서 잠시 살펴 봅시다.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一 > 神 > 健忘
"건망이란 갑자기 무언가를 잊어버린 뒤 애써 생각하여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주로 심(心)과 비(脾)의 문제이다. 심은 생각하는 것을 주관하고 비도 생각하는 것을 주관한다. 생각을 많이 하여 심이 상하면 혈이 소모되고 흩어져서 신(神)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비가 상하면 위기(胃氣)가 쇠약해져도 더욱 골똘히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2가지 경우는 모두 갑자기 잊어버리게 된다. 치료법은 반드시 먼저 심혈을 기르고 비토(脾土)를 다스리는 것이므로 신(神)을 모으고 뜻을 안정시키는 약으로 조리해야 한다. 또한 조용한 곳에서 편안하게 즐기며 근심걱정을 끊고 육음(六淫)과 칠정을 멀리하면 날로 편안해질 것이다. 《의감》"
동의보감의 건망에 대한 설명입니다. 이 설명 그대로 귀비탕 아래에 놓아도 손색이 없는 설명입니다. 여기에서 한가지 생각을 해봅시다. 귀비탕은 血虛를 다스릴까요? 氣虛를 다스릴까요?
경계와 정충의 설명을 보면 정충은 경계가 심해진 것이고, 경계는 혈허 아니면 담에 속한다고 했습니다. 칠정(血虛)이나 칠기(痰飮)에서 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지요.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一 > 神 > 驚悸
"단계가, "경계는 때때로 생긴다. 혈이 허하면 주사안신환을 써야 하고, 담이 있으면 가미정지환을 써야 한다. 대개 경계는 혈허와 담에 속한다. 마른 사람은 대부분 혈허로 인한 것이고 살찐 사람은 대부분 담음으로 인한 것이다. 때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는 것도 혈허로 인한 것이다"라 하였다."
위 개념대로라면 귀비탕이 속하는 곳은? 血虛를 다스리는 데에 속합니다.
귀비탕이 脾虛를 다스리는 개념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心血不足 상태의 회복을 도모하는데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는 것이죠. 우리가 虛損, 脾虛라는 개념에서 보면 원래의 귀비탕 방해를 적응증으로 하는 환자들과 충돌이 발생하는 게 이 지점입니다. 脾氣虛 환자들은 귀비탕을 소화 못 시키거든요. 그리고 귀비탕의 목표가 脾氣虛를 회복하는 것도 아니구요. 귀비탕은 心火를 안정시켜서 心血의 소모를 줄여 건망과 정충을 다스리는 것이고, 이렇게 안정시킨 神이 心脾에 안전하게 잘 居할 수 있도록, 思慮라는 七情이 발하는 脾胃를 튼튼히 해주겠다는 의미를 가진 처방이니까요.
귀비탕에는 분명 사군자탕에 황기 같은 약재가 들어 있으니 사군자탕 혹은 전씨이공산 같은 처방을 생각한다면 脾胃의 虛弱을 다스리고 밥을 잘 먹게 해줄 것 같아요. 근데, 실제 귀비탕을 처방받는 사람들은 밥을 잘 먹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잘 먹지만 소화가 안 된다고 하거나, 잘 먹었는데 요즘은 통 입맛이 없다고 하지, 입맛 자체가 없는 경우는 드물어요. 그러다 보니 진짜 脾氣虛가 주원인인 환자들에 있어서 귀비탕은 대사가 어려운 처방이 됩니다.
《東醫寶鑑》 雜病篇卷之四 > 內傷 > 勞倦傷治法
"칠정으로 기가 동한 맥은 음식상과 같다. 음식상과 칠정상은 모두 삼초를 막고 폐ㆍ위(胃)와 숨구멍을 훈증한다. 이렇게 되면 폐는 기를 주관하는데 정상적인 전화(傳化)작용을 하지 못해 기구맥만이 긴성(緊盛)하게 된다. 그 증상은 구토하고 설사하며, 더부룩하고 막히며, 배가 아파 음식상과 비슷하다. 그러나 식상에는 음식을 싫어하고 칠정에는 비록 배부르더라도 음식을 싫어하지 않는다. 《입문》"
이 말을 잘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여튼 이런 이유로, 경악 선생님 말씀처럼 “내가 볼 때, 이 처방의 木香은 鬱結로 因한 疼痛의 경우에만 써야 하고, 鬱結ㆍ疼痛等症이 없다면 香燥를 避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木香을 除去해야 한다. 氣虛로 動血하는 경우에 어떻게 좋겠는가? 또한 遠志는 味辛하고 氣가 升하면서 散하니, 일반적으로 多汗하면서 躁熱한 경우는 역시 酌用해야 마땅하다.” 이런 일이 실제 생기는 셈입니다.
귀비탕 환자가 밥을 잘 못 먹는 것은 사려과도에서 脾經鬱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목향”이 매우 중요한 이유지요. 이 지점이 또한 虛損 관점에서의 귀비탕과 七情 관점에서의 귀비탕의 충돌 점이지요.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귀비탕은 칠정병 치료에 쓰이는 처방의 典型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칠정이 병이 되면 1) 神이 불안합니다. (복신 산조인) 2) 血이 소모됩니다. (용안육) 3) 七情이 발하는 臟腑의 기운이 약해집니다. (황기 인삼 감초 생강 대조) 4) 어딘가에서 鬱結이 발생합니다. (목향) 이런 부분을 두루 고려하여 구성된 명처방입니다. 그래서 칠정병을 다스릴 때 매우 훌륭한 처방이죠.
-귀비탕은 脾統血 개념을 대표하는 처방 중 하나입니다.
특히나 心脾의 勞傷을 다스리기 때문에 吐血 下血 즉 입술 구강 舌 및 陰部와 자궁 생식기 점막의 출혈 상태를 다스리는데 더욱 뚜렷한 효과를 보여줍니다.
-더불어 心脾 虛損에도 응용할 수 있습니다만, 虛損을 중점적으로 보게 된다면 七情鬱結과 心火를 안정시키는 약재들이 다소 脹滿 등의 부작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귀비탕을 임상에서 쓰실 때 위의 목적 어느 경우로 쓰느냐를 명확히 하고 쓴다면 귀비탕으로 부작용을 경험하는 일이 한결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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