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wave

[기타] 쌍금탕 쌍패탕 - 김계진 원장의 처방이야기 33편, 34편

본문

처서가 지나감과 동시에 아침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침기온 앞자리가 바뀌어 18-19도까지 내려갑니다. 절기라는게 참 재밌는 것 같아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달력은 태음태양력입니다. 그리고 음력은 보정된 태음력, 그리고 절기는 태양력입니다. 태양의 황경에 따라서 정해지는 것이 바로 절기죠. 그래서 절대적인 기후 예측에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절기입니다. 운기를 논할때 절기를 기준으로 하는건 필연적인 것이죠. 

 

입추이후로 시작된 가을 환절기가 본격화 됨에 따라 감기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겠지요. 환절기의 특징은 일교차가 크다는 것인데, 낮밤이 다 더우면 서병이 걸리고, 낮밤이 다 추우면 상한에 걸립니다. 그리고 낮밤의 일교차가 크면? 四時感冒에 걸립니다. 우리가 感氣라고 하는 그것이지요. 일교차가 큰데 그때 유행하는 氣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그 氣에 感했다고 하여 감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감기약은 무엇일까요?

 

여러분 다 아시겠지만, 예전에 이런 기사가 있었지요. 

https://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5969

 

의협신문에서 예전에 의사패널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던 모양입니다. 2010년도 기사니까, 상당히 오래된 기사인데, 이 기사에서 감기약으로 가장 선호하는 약으로 '광동쌍화탕' 소화제로 가장 선호하는 약으로 '까스활명수'로 1위에 올랐었습니다. 이후로 쌍화탕은 의사도 선호하는 감기약으로 여기 저기 알려졌었죠. 

 

그런데 어쩌다가 쌍화탕은 감기약이 되었을까요?

 

저는 쌍패탕과 쌍금탕 이라는 처방의 영향이라고 봅니다. 아마 처방 출전을 찾기는 어려운듯 한데, 이런 처방의 존재는 조선 한의학내에서 상한이 갖는 독특한 특징 때문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중국은 '상한론' 전통이 강했던 것에 반해서 조선에서는 상한론이 그다지 위력을 발휘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마 선생께서도 활인서를 높게 평가 하셨는데, 실제 조선에서 위력을 떨친 책은 상한론이 아니라 남양활인서 입니다. 이 책이 위력을 떨친 가장 큰 배경은 상한을 음양표리로 나눠보는 그 개념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에서는 상한 자체의 주요 약재인 계지도 마황도 감초도 모두 국내에서 자생하지 않으니, 상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한계가 명확했을 겁니다. 특히나 감기, 상한은 모두 전염병이고, 이를 국가에서 국민들의 보건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약재가 대중적이어야 하는데, 상한론의 약재는 민간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향약집성방이나 동의보감에 모두 향약 향약 하는 이유였겠지요. 그런 관점에서 상한론은 조선에서 대중적으로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다른 방도가 필요했지요. 그때 그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해준 의서가 바로 남양활인서 입니다. 이제마 선생께서 주굉 선생을 높게 평가한 이유는 이제마 선생께서 주굉선생을 특별히 잘 보신 것이 아니라, 그게 조선 상한에서 주요 텍스트 였기 때문입니다. 실지 동의보감의 상한 서술의 구조를 보면 상한론 서술을 따르는 듯 하지만, 실제론 표리음양의 구분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때, 상한음증의 대표방이 불환금정기산이고, 상한양증의 대표방이 패독산입니다. 

 

거기에, 내상기혈부족의 근 몸살 증상에 통용할 수 있는 쌍화탕이 결합하는 것은 사실 상한론의 전통이라기 보다는, 조선 상한을 관통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거지요. 이 특징이 체질의학까지 발전해 가는데 분명 한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봅니다.

사상 처방들의 특징이 이런 쌍패탕 쌍금탕의 구조와 매우 비슷하거든요. 일전에 보간탕의 개념과 형방지황탕의 개념처럼요.

소음인 보기 하면서 계지탕 구조로 발산, 소양인 보신 하면서 패독산 구조로 발산, 태음인 보음 하면서 마황탕 구조로 발산 하는 이런 형태의 처방이 나온 배경에 조선 상한의학의 특징이 반영되어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이제마 선생님께서 의원론에서 밝혔듯이 과거에 선인들이 밝혀 놓은 것에서 사상의학의 단초를 얻었다고 하는 개념이 "영추의 통천편"과 더불어 "조선 후기의 상한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조선 후기에 백성 민초들이 가장 많이 앓았을 병이 뭐였겠습니까? 지금도 그렇지만 고뿔, 감기가 제일 많았겠지요. 그리고, 조선 상한학에서 내경에서 양감상한을 설명하던 개념인 음경과 양경이 동시에 상한에 걸린 것에서 내외상 겸증의 상한 개념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 체질의학의 씨앗이 이미 뿌려져 있었던 것이죠. (조선 상한의학의 특징에 대해서는 "양감상한(兩感傷寒)을 통해 본 조선 후기의가(醫家)들의 상한(傷寒) 인식. 오준호. 의사학 제 21권 제1호 2012년 4월" 를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상한음증 양증의 대표처방과 결합한 쌍화탕 버젼이 바로 쌍금탕 쌍패탕인데, 여러 선생님들께서 즐겨쓰신 만큼 버젼도 되게 다양합니다. 딱히 이게 더 좋고 덜 좋고 그렇지도 않습니다. 입방의 배경이 그렇다는 것만 잘 이해하면 되지요. 

 

제가 즐겨쓰는 쌍패탕은 장경한의원 이동수 원장님께 배운 처방입니다. 쌍패탕의 일반 형태에 향소산 개념을 부가하여 가쌍패탕이라고 하셨는데, 향소산이 습을 다스리는 작용을 겸하다 보니, 이 쌍패탕은 사시상한, 사시감모에 두루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어서 저는 현재 이것을 쌍패탕 버젼으로 주로 사용하고 있고, 쌍금탕의 경우는 배원식 교수님 처방집의 것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쌍패탕]
작약 10, 향부자 8, 자소엽 6, 창출 6, 진피 4, 사삼(잔대) 4, 시호 4, 전호 4, 독활(땃두릅) 4, 지각(거육) 4, 길경(야생) 4, 천궁(일) 4, 복령(백,중국) 4, 감초 4, 숙지황(주중,중) 4, 당귀(일) 4, 황기(1년,국산) 4, 계지 2.8, 생강 4, 대조 4

[쌍금탕]
백작약 10, 숙지황 6, 당귀 6, 천궁 6, 황기 6, 계피 6, 창출 6, 백출 6, 후박 6, 진피 6, 감초 4, 곽향 4, 반하(제) 4, 생강 4, 대조 4

 

쌍패탕과 쌍금탕은 각기 양증상한의 패독산과 음증상한의 불환금정기산을 쌍화탕과 함께 쓴 처방들입니다. 이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 알아야 하는 몇가지를 정리하고 넘어가볼까 합니다. 조선 상한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알아야할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傷寒의 大法이고 둘째는 傷寒의 표리음양 개념인데, 구분해서 이야기 했지만 사실 이 두 내용은 동일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傷寒大法]
傷寒大法有四, 曰傳經, 曰專經, 曰卽病, 曰鬱病. 
夫卽病者, 多爲專經. 鬱病者, 多爲傳經.

상한 대법이란 위 내용을 말합니다. 傳經이란 상한론의 6경이 전변되는 것을 말합니다. 상한론에서 배운 '태양 양명 소양 태음 소음 궐음' 이렇게 6경의 전변이 이루어 지면 상한은 점점 열이 심해지게 됩니다. "傷寒變熱 상한은 열병으로 변한다."고 하는게 이를 말합니다. 傳經이 되면 열이 쌓이게 되는데 이렇게 열이 쌓이는 현상을 鬱病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專經이란 직중된 것을 말합니다. 삼양경이든 삼음경에 직중된 상태를 말합니다. 그 한 경락의 병증이 위주가 되는 상태를 말하는데, 병이 든 초기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러니 卽病이 됩니다.  寒氣가 삼음경으로 바로 들었다 하는 내용이 專經과 卽病의 개념에 속하는 표현입니다.  

그래서 卽病은 專經이 많고, 鬱病은 傳經이 많다고 하는 것이죠. 이를 다른 개념으로 설명한 것이 바로 상한의 표리음양 병증입니다. 

상한의 표증과 양증은 사실상 같은 내용입니다. 리증과 음증은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표증과 양증은 한기로 인해 두통 신통 오한 발열 하는데 그 사기가 表 즉 陽經 부위에 있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발산을 해서 사기를 해소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리증은 표의 사기가 리로 傳經되어 가면서 鬱熱이 쌓인 것이니 오직 下法 한가지만 있습니다. 승기탕을 쓰는 경우를 말합니다. 傳經이 되어 가면서 鬱病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음증은 한기가 음경에 바로 들어온 것이니 溫中散寒 형태의 치법을 사용합니다. 이중탕 같은 약들을 쓰는 경우를 말합니다. 삼음경에 卽病이 專經 형태로 발한 것을 말합니다. 

상한의 대법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위의 내용입니다. 

상한 음증이든 양증이든 두통 신통 오한 발열 하는 증상이 마찬가지로 나타납니다. 이 때 한기가 양경락에 있느냐 음경락에 있는자를 구분한 개념입니다. 이를 어떻게 구분하느냐?

양증은 맥이 부한 것을 말합니다. 
음증은 맥이 침한 것을 말합니다. 

그 중에서 음증은 한기가 속으로 바로 든 것이기 때문에 "凡傷寒, 四肢厥冷, 吐利不渴, 靜踡, 此陰證之常也." 하는 증상이 같이 나타나게 됩니다. 손발이 차고 구토 설사 하는 것이지요. 

이것을 환자들에게 설명할때, 음증 양증 이렇게 설명할 수가 없으니, 저는 단순하게 이렇게 설명합니다. 

오한 발열 하는 감기 상태가 상기도 감염으로 오셨느냐, 장염으로 오셨느냐의 차이입니다. 환자분은 맥이 촥 가라앉아 있고 손발이 차고 설사를 하시는 것으로 보니 장염 형태의 감기인데, 옛날에는 이를 속감기라고 합니다. 한기가 겉에 있느냐 속으로 들었느냐의 차이인데, 환자분은 한기가 속으로 바로 들어갔네요. 평소 위가 虛寒한 환자분들에게서 자주 관찰되고, 아니면 찬것을 자주 먹는 사람들에게도 종종 보입니다. 이 때는 속을 따뜻하게 데워서 치료해주면 잘 낫습니다. 

이게, 음증 양증을 환자한테 설명할때 하는 이야기 입니다. 

 

자 그러면, 쌍금탕은 어떨때 쓸 수 있는 처방일까?

두통 신통 오한 발열 하는데 구토 복통 설사 증상에 곽향정기산, 불화금정기산, 인삼양위탕 다 좋은 처방입니다. 우리가 지금 보는 것은 '허로'의 쌍화탕을 합방한 쌍금탕을 보고 있는데, 음증 상한이 허로와 겸하면 쉽게 발하는 증상이 바로 칠상증입니다. 이 칠상증은 모두 생식기의 병을 말하는데 쌍화탕을 합방한 이유지요. 

[七傷證]
虛損之疾, 生自五勞, 卽生六極, 復生七傷. 一曰, 陰寒. ○二曰, 陰痿. ○三曰, 裏急. ○四曰, 精漏. ○五曰, 精少. ○六曰, 精淸. ○七曰, 小便數. 又一曰, 陰汗. ○二曰, 精寒. ○三曰, 精淸. ○四曰, 精少. ○五曰, 囊下濕痒. ○六曰, 小便澁數. ○七曰, 夜夢陰人. 其病皆小便赤熱, 或如鍼刺. 《入門》
허손으로 인한 질병은 오로에서 생겨 육극이 생기고, 다시 칠상이 생긴다. 첫째는 음부가 차가운 것이고, 둘째는 음경이 발기되지 않는 것이고, 셋째는 뱃속이 당기는 것이고, 넷째는 정이 새는 것이고, 다섯째는 정이 부족한 것이고, 여섯째는 정이 진하지 않은 것이고, 일곱째는 소변이 잦은 것이다. 혹 첫째는 음부에 땀이 나는 것이고, 둘째는 정이 차가운 것이고, 셋째는 정이 진하지 않은 것이고, 넷째는 정이 부족한 것이고, 다섯째는 음낭 밑이 습하고 가려운 것이고, 여섯째는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잦은 것이고, 일곱째는 꿈에 여자를 보는 것이다. 칠상에는 모두 소변이 벌겋고 열이 나거나 바늘로 찌르듯이 아프다. 《입문》


이 중에서 가장 임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陰汗입니다. 아마 젊은 원장님들은 거의 경험해본 적이 없으실 것이고, 중년 이상의 원장님들은 설사 할때 한번 쯤 느껴 보신 분들 많을 겁니다. 변을 보고 뒤를 닦으려고 하면 엉덩이가 축축하게 젖어 있는 그런 경험. 

 

이를 잘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옮겨 봅니다. 
《醫宗損益》 醫宗損益 卷之二. 丑集 > 津液 > 症治
 ○ 땀에는 음증과 양증이 있다. 양한(陽汗)은 열이 나면서 생기는 땀이고, 음한(陰汗)은 몸이 차가워지면서 나는 땀이다. 사람들은 열이 땀을 나게 한다는 사실만 알뿐, 한(寒)도 땀을 나게 한다는 점은 모른다. 이른바 '한(寒)'이란 밖에서 들어온 찬 기운을 일컫는 것이 아니고, 바로 양기가 몸속에서 허하여 몸속에 찬 기운이 생겨 음 가운데 양기가 없는 것을 말한다. 음 가운데 양기가 없으면 음이 주관할 것이 없어서 땀이 기를 따라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러므로 대개 매우 놀라거나 두려워하거나 조심하다 보면 모두 땀이 날 수 있다. 이것은 모두 양기가 갑자기 줄어들어 원기(元氣)를 잘 지키지 못한 것이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다. 이런 증상이 심한 경우, 예를 들면 병을 앓은 뒤, 출산한 뒤 또는 구토나 설사, 피를 많이 흘린 뒤에 반드시 땀을 많이 흘리는데, 이것이 어찌 원기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장중경이 "한기가 극성할 때 오히려 땀이 나는 법이니, 몸은 틀림없이 얼음같이 차다."라고 말한 것은 모두 '음한'을 일컬은 것이다. 그러므로 대체로 음한을 치료하려면 기가 허한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 기가 조금 허할 때는 정기(正氣)를 약간만 도와주면, 땀이 나는 증상이 저절로 멈출 것이다. 그러나 기가 매우 허할 때 빨리 원기를 돕지 않으면 안 되니, 이럴 때는 건강ㆍ육계ㆍ부자 같은 약재를 반드시 써야 한다.

 

여기 말한 것처럼, 正氣를 약간만 도와주는 처방이 바로 '불환금정기산'이요, 기가 매우 허할 때 빨리 원기를 돕지 않으면 안되니 이럴 때는 건강, 육계, 부자 같은 약재를 쓰라고 한 것에 '쌍화탕'을 쓴 셈입니다. 

 

음한은 생식기에 땀이 맺히는 것을 말하는데, 설사를 오래 앓으면 같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설명에서 보듯이, 한기로 인해 땀이 나는 것을 말하는데, 현동선생님께서 이를 설명하실때 주로 하시는 설명이 한여름에 찬물이 담긴 컵에 물이 맺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하십니다. 전음에는 "불알"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불을 머금은 알인데, 그 뒤로 한기가 맺혀 있으니 생식기 혹은 항문 즉 전음 후음의 二陰 부위에 땀이 맺힙니다. 음낭에 땀이 찰 때 국방안신원 같은 양기를 회복해주는 처방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쌍금탕은 이럴 때 씁니다. 음증 상한의 경우를 자주 당하는데, 허리 밑이 축축한 음한증을 비롯한 칠상증 (생식기가 차다, 눅눅하다, 발기가 안된다, 정이 샌다, 소변 줄기가 짧아졌다 등등등) 이 있는 경우에 적용하기 좋은 처방이 바로 쌍금탕입니다. 


요약
1. 허로자의 겉감기 머리에 땀이 나요. 쌍패탕. 
2. 허로자의 속감기 엉덩이에 땀이 나요. 쌍금탕. 
3. 이때 허로를 살피는 기준은 칠상증. 

 

* 본 아티클의 저작권은 사계절한의원 김계진 원장에게 있습니다.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