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wave

[기타] 인삼양영탕 - 김계진 원장의 처방이야기 36편

본문

오늘은 인삼양영탕이라는 처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쌍화탕 십전대보탕과 더불어 기혈양허를 다스리는 대표적인 처방이며, 건중탕 쌍화탕과 마찬가지로 백작약을 군약으로 하면서 계지 감초가 배오된 처방들에 속합니다. 저는 선배님들에게 인삼양영탕은 여자 쌍화탕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중국 쪽의 자료를 보면, 인삼양영탕은 대부분 십전대보탕과 비교를 많이 합니다.

다만, 이 처방을 쌍화탕의 연장에서 보느냐와 십전의 연장에서 보느냐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인삼양영탕이라는 처방의 세계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인삼양영탕에 대한 기본 설명을 보고 넘어가볼께요. 

[人參養榮湯]
허손이 되어 기혈이 부족하고 몸이 마르며, 나른하고 숨이 짧으며 잘 먹지 못하거나, 한열, 자한이 있는 경우를 치료한다. 

백작약(주초) 8, 당귀 4, 인삼 4, 백출 4, 황기(밀초) 4, 육계 4, 진피 4, 감초(구) 4, 숙지황 3, 오미자 3, 방풍 3, 원지 2, 생강 4, 대조 4

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처방은 동의보감에서는 만병회춘의 처방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실제 만병회춘의 인삼양영탕은 위 처방과 구성이 다릅니다. 아래는 만병회춘의 인삼양영탕입니다. 

백작약(주초) 8, 당귀 4, 인삼 4, 백출 4, 황기(밀초) 4, 육계 4, 진피 4, 감초(구) 4, 숙지황 3, 오미자 3, 복령 3, 원지 2, 생강 4, 대조 4

약재 한가지가 다르죠. 회춘의 인삼양영탕은 '복령'인데, 보감의 인삼양영탕은 '방풍'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방풍 대신 복령을 그 자리에 넣고 보면, 이 처방은 이공산이라고 하는 처방의 구성을 고스란히 갖게 됩니다. (인삼 백출 복령 감초 진피) 비위 허약에 쓰는 처방이기 때문에 쌍화탕 계열 처방의 建中이라는 개념에 補中이라는 개념을 부가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서 십전대보탕과 약재 구성이 천궁의 유무를 빼고 상당히 동일해지는 구조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중국의서들에서는 인삼양영탕의 백작약 용량을 그냥 등분으로 기재하고 있는 의서들도 있더군요. 십전대보탕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십전대보탕과 비교하는 설명을 볼께요. 

 

《刪補名醫方論》 刪補名醫方論 卷之一 > 人參養榮湯 > 〔集註〕
"柯琴이 말하기를, 고인들은 氣虛는 사군자탕으로 치료하고 血虛는 사물탕으로 치료하며 氣血이 모두 허한 경우는 팔진탕으로 치료하고, 여기에 다시 황기와 육계를 가하면 십전대보탕이라고 하여 萬에 들어 써도 萬에 마땅하다. 그러나 십전대보탕을 써도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補氣劑만 사용하고 行氣시키는 약물(진피)을 사용하지 않으면 氣虛가 심한 경우에는 운동시킬 기운이 거의 없고, 補血하면서 또한 行血시키는 약(천궁)을 같이 쓰면 혈허가 심한 경우에는 더욱 흘러갈 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피를 가해서 行氣시키면 補氣하는 효과를 모두 얻고, 行血하는 약인 천궁을 빼야 보혈하는 약의 공효가 나타나게 한다. 치료를 잘하는 자는 단지 하나를 더하고 하나를 빼서 바로 조화의 기기를 돌릴 수 있다." 

 

십전대보탕과 좀 다른 방식으로 기혈을 보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딱 와닿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다른지가 명확하지가 않아서요. 

그래서 다른 처방과 비교를 다시 해보겠습니다. 동의보감 허로문의 간허약에 나오는 자보양영환입니다. 인삼양영탕과 마찬가지로 '養榮'이라는 표현을 공유하고 있는 처방입니다. 

[滋補養榮丸]
허로로 기와 혈이 모두 부족하여 정신이 밝지 못하고 비위가 허약한 경우를 치료한다. 오로지 간혈을 보한다. 

원지ㆍ백작약ㆍ황기ㆍ백출 각 1.5냥, 숙지황ㆍ인삼ㆍ오미자ㆍ천궁ㆍ당귀ㆍ산약 각 1냥, 진피 8돈, 백복령 7돈, 생건지황 5돈, 산수유 4돈. 이 약들을 가루내고 꿀로 반죽하여 오자대로 환을 만든다. 맑은 미음에 70~90알씩 먹는다. 《집략》

 

회춘의 인삼양영탕과 구성 약재가 거의 비슷한데, "산약과 산수유" 그리고 "천궁"이 더 가미되어 있네요. 이 처방의 설명이 독특합니다. 비위가 허약한 것을 치료하는데 오로지 간혈을 보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상의 설명들을 종합해서 보면, 인삼양영탕은 이공산이라는 비위허약을 다스리는 처방 구성을 가미하였지만, 궁극적인 공효는 "혈허"의 회복을 돕는다는데 있지 않을까 하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요. 인삼으로 대표되는 '기허' 혹은 비위허약을 다스림으로써 궁극적으로 "養榮"에 이르게 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처방이라는 것이죠. 이런 형태의 처방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 혈부족 증상들이 주소가 됨에도 불구하고 기허한 상태 때문에 보혈하는 약을 온전히 쓰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를 좀 더 부연하기 위해 아래 조문 한 개를 더 살펴 보겠습니다.  

《東醫寶鑑》 雜病篇卷之三 > 火 > 辨陽虛陰虛二證
.... 양은 음을 겸하되 음은 양을 겸하지 않기 때문이니 자연의 이치이다. ...
 기혈이 모두 허하면 달고 따뜻한 약으로 그 기를 보한다. 기가 성해지면 혈을 만들기 때문이다. 혈만 허하고 기가 허하지 않으면 달고 따뜻한 약으로 기를 보하는 것을 금해야 한다. 기가 성하면 음혈이 더욱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양허와 음허에 단맛과 쓴맛의 약을 골라 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방광》 ..

 

위의 글과 유사한 개념을 가진 처방이 있죠. 익위승양탕이라는 처방입니다. 이 처방을 설명할 때 나오는 표현중에 '혈이 없어지면 기를 더해주는 것은 옛날 성인의 방법이다. 이것이 양이 생기고 음이 자란다[陽生陰長]는 뜻이다.'라 하였는데 이 개념의 허로 버전 처방이 바로 인삼양영탕인 셈입니다. 

 

인삼양영탕을 설명할 때 백작약이 더 들어 갔고 거기에 원지 오미자 등이 더해져서 십전보다 '양영'에 더 부합하다고 설명하다 보면, 인삼양영탕 본질의 '건중'하는 개념을 '보중'하는 개념으로 치환해버리는 한계가 생기기 쉽습니다. 이는 십전과 비교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근데 백작약이 군약이 되는 이유는 보중이나 보혈을 하기 위해 군약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앞서 건중탕을 쭉 이야기 하면서 반복해서 했던 이야기지요.

백작약보다 당귀 숙지황의 보혈작용이 더 좋은데, 보혈을 직접 할 것 같으면 당귀 숙지황을 더 증량해야지 백작약을 굳이 증량할 이유가 없지요. [難經]云, 損其肝者 "緩其中" 하라고 하였는데, 이 緩其中 역할을 하는 것이 백작약이고, 그 효과가 建中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보혈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된다는 것이고, 당귀 숙지황을 써서 보혈하는 것과 다른 개념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복령'을 '방풍'으로 바꾼 것은 의도적인 변형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 처방에서 '방풍'은 '황기 백출 방풍' 이라는 관점에서 옥병풍산의 개념으로 볼 수도 있을 듯 하고, 앞서 살펴봤던 보간환의 '사물탕가 강활 방풍'의 개념으로도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공히 혈의 소모를 막아 주어 養榮을 돕는 역할을 하겠지요. 

십전대보탕이 허로, 허약의 개념에 더 부합한다면, 
인삼양영탕은 허로, 긴장의 개념에 더 부합한 것이죠. 

 

앞서 소건중탕에서부터 가미건중탕까지의 "건중" 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대게 이런 환자군들은 변이 굳어 지고 땀이 납니다. 애가 타고 피가 말라요. 소건중탕에 황기 당귀를 넣어서 각기 기허자한과 혈허자한에 쓴다고 하는 것이나, 노심상에 황기건중탕을 쓰고 노력 노심을 겸한데는 쌍화탕을 쓴다고 한 것이 모두 이런 연장선 상에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여자는 남자보다 기병이 많다고 합니다. 기의 울체도 많고 칠정상도 흔합니다. 거기에 생리와 임신 출산을 하는 등 혈의 소모도 많지요. 노권상에서 기를 상한데 혈까지 상하면, 노권상이 허로에 가까워지면 쌍화탕을 쓰라 했는데, 칠정상에 기허를 겸하면? 칠정상이 지극해서 허로가 되었다면? 인삼양영탕을 써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여자 쌍화탕이라는 표현이 나왔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이 처방이 여자에게만 쓴다는 개념이 아님은 명심!


요약
1. 애가 타는 사람의 허로 병증 인삼양영탕 
2. 기허를 회복하되 목표는 혈허의 개선.
3. 노력노심상의 쌍화탕. 칠정상허로의 인삼양영탕. 

 

* 본 아티클의 저작권은 사계절한의원 김계진 원장에게 있습니다.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1

김계진원장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십전대보탕과의 비교 설명에서, "補氣劑만 사용하고 行氣시키는 약물(진피)을 사용하지 않으면 氣虛가 심한 경우에는 운동시킬 기운이 거의 없고, 補血하면서 또한 行血시키는 약(천궁)을 같이 쓰면 혈허가 심한 경우에는 더욱 흘러갈 혈이 없기 때문이다." 를 부연해 보면,

기허한 상태가 지극하게 되면, 스스로의 힘으로 약력을 소통시키지 못하니, 진피를 넣어 약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보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천궁은 뺐다는 이야기이므로,

십전대보탕의 경우보다 더욱 허약한 경우에 마땅하다는 개념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귀룡원 과 공진단을 비교할때에, 공진단에는 "사향"이 들어가는 것도 장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진기가 겁약한 경우는 선천 품부가 본디 매우 허약한 것이니 하는 것과 같은 개념입니다. 즉 공진단이 귀룡원보다 더욱 허약한 경우를 다스린다는 개념이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의 언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