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wave

[기타] 경옥고 - 김계진 원장의 처방 이야기 49편

본문

아마 이번 한가위를 앞두고 친인척분들 선물용도로도 가장 많이 처방된 약이 아마 경옥고 아니면 공진단일텐데요. 그래서 한가위를 앞두고 경옥고와 공진단에 대해서 살펴볼까 합니다.  

 

그중 오늘은 마른 기침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경옥고에 대해서 알아 보겠습니다.

 

경옥고는 동의보감 제1처방, 연년익수의 대표방으로 알려져 있는 처방입니다. 요즘 처럼 가을 기운이 깊어져 가면서 하늘에 燥한 기운이 왕성해 가는 즈음에 상복하기 좋은 처방입니다. 

 

먼저 이 처방의 구성을 보지요. 

생지황 16근(찧어서 즙을 짜낸 것 8Kg), 인삼  24냥(곱게 가루 낸 것 750g), 백복령 48냥 (곱게 가루 낸 것 1.5Kg), 꿀 10근 (졸여 찌꺼기는 없앤 것 5Kg) 

뒤에 무게로 환산된 용량은 한의방제학각론의 경옥고 설명을 인용한 것입니다. 방제학 각론의 내용과 비교하면 백복령의 양이 49냥과 48냥인 것을 빼고는 동일하므로 전체적인 용량은 대략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생지황과 꿀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지요. 실제로 경옥고의 군약은 생지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법을 감안해서 본다면 사실상 숙지황 일 수도 있습니다. 

 

地黃 이라는 이름이 사실 보통 이름이 아니죠. 땅이 土가 되고 土가 黃이니, 지황이라는 표현 자체가 땅의 기운의 정수라는 표현입니다. 지황의 이명을 地髓라고 하는데, 이 역시 이 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떠했는지를 설명하기에 좋은 이름이라고 보입니다. 

 

본초강목에 지황을 먹는 법으로 서술된 내용을 한번 살펴 보겠습니다. 

"지황을 복용하는 방법:지황 뿌리를 깨끗이 씻고 찧어 짜낸 즙을 뻑뻑해질 때까지 달인 다음 꿀을 넣고 환약을 만들 수 있을 정도까지 다시 달여서 벽오동씨만 한 환약을 만든다. 이것을 새벽에 따뜻한 술로 30환씩 하루 세 번 복용한다. 또는 청주(靑州)에서 나는 대추에 개어 환약을 만든다. 혹은 건지황 가루를 따로 준비하여 앞에서 달였던 고(膏)를 넣고 환약을 만들어 복용해도 된다. 복용한 지 100일이 되면 얼굴이 봉숭아꽃처럼 되고, 3년이 되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는다."

 

경옥고와 매우 닮았죠? 

중경선생 시대에도 이미 사물탕과 팔미에서 숙지황을 중용해서 썼던 것으로 볼 때 지황을 법제해서 숙지황으로 만들거나, 지황즙을 졸여서 먹는 것은 매우 오래된 경험의 산물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숙지황과 생지황을 같이 쓰는 경험도 연단법 환단술 등에서 매우 오래된 경험이 쌓여 있었던 것 같아요. 

 

인삼고본환이라는 처방에 나오는 설명입니다. 

"자양하여 보하는 약으로는 생지황과 숙지황보다 나은 것이 없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단지 생지황과 숙지황을 먹을 줄만 알고 맥문동과 천문동이 이것들을 끌고 간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생지황은 심혈을 만들되 맥문동이 심혈을 만드는 곳으로 이끌고, 숙지황은 신정(腎精)을 보하되 천문동이 신정을 보하는 곳으로 이끈다. 4가지 약이 서로 작용하는데, 인삼은 주로 심기(心氣)를 통하게 한다." 자음보혈 하는 약재들 사이에 인삼을 살짝 섞었네요. 

 

전에 삼일신기환을 할때 고본환 보음환 신기환을 합하여 삼일신기환이라 하였다고 했는데, 이떄 고본환류가 숙지황 생지황 천문동 맥문동에 인삼이 가미된 형태의 처방이고, 보음환은 숙지황 지모 황백 형태의 처방으로 "고본환은 가슴이 그득하고 담(痰)이 있는 사람에게는 쓰지 않고, 보음환은 비허로 습이 있는 사람에게는 쓰지 않는다." 는 설명이 삼일신기환 방해에 나오는 설명입니다. 

 

이 설명과 숙지황에 대한 설명을 비교해볼께요. 동의보감 본초문에 언급된 숙지황에 대한 설명중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생지황은 위(胃)를 상하게 하니 위기(胃氣)가 약한 사람은 오래 먹으면 안 되고, 숙지황은 가슴을 막히게 하니 담화가 성한 사람은 오래 먹으면 안 된다. 《정전》"

 

위 삼일신기환의 설명과 매우 닮았죠? 숙지황 생지황이 자양하여 보하는 약으로 쓰인지는 매우 오래된 것 같은데, 이 약을 쓰면 자꾸 가슴이 그득하고 담이 생긴다는 것이죠. 이런 증상이 없이 생지황 숙지황의 精을 취하는 방법으로 여러가지 방법들이 나왔던 것 같아요. 

 

우리가 보통 膏라고 하면. 오곡의 진액을 말하기도 하고, 脾의 精을 膏라고 하기도 합니다. 오곡의 정화를 졸여낸 것을 膏라고 하는데, 사실 오곡을 졸여내는 장기가 비장이지요. 비장의 부숙하는 작용의 결과가 바로 膏가 되니까요. 경옥고의 제법은 다들 아시겠지만, 비장의 부숙하는 작용을 인체 밖에서 수행하고 그로 인해 가장 정순하고 정미로워서 잡물이 섞이지 않은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제법이지요. 심지어 개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에서 만들라고 하는 것 처럼요. 

 

여하튼, 이 처방의 구성과 제법을 보면 지황의 精을 취하고 싶다는 욕망이 느껴집니다. 당연히 "補精藥餌"에 앞서 언급한 인삼고본환에 이어서 경옥고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인삼고본환은 補精生血하고, 경옥고는 生精補氣 한다고 설명합니다. 정혈을 보하는 고본환, 정기를 보하는 경옥고. 

 

그래서 경옥고의 1차적인 작용은 '養性延年藥餌'입니다.  

'정을 채우고 수(髓)를 보하며 진기(眞氣)를 고르게 하고 성(性)을 기르고, 노인을 아이로 돌아오게 하고 모든 허손을 보하고 온갖 병을 없앤다. 온갖 신(神)이 모두 충족되고 오장의 기가 차고 넘쳐 백발이 검게 되고 빠진 치아가 다시 나며 걸음걸이가 달리는 말처럼 빠르게 된다. 하루에 몇 차례 먹으면 하루종일 배고프거나 갈증나지 않으니 그 효과를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이 얼마나 놀라운 효능입니까? 심지어 만약 27년 동안 먹으면 360살까지 살 수 있고, 64년 동안 먹으면 500살까지 살 수 있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이어져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어딘가에서 와전된 내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옥고의 최초 출전으로 보이는 '洪氏集驗方'에서의 기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人年二十七歲以前,服此一料,可壽三百六十歲;四十五歲以前服者,可壽二百四十歲;六十三歲以前服者,可壽百廿歲;六十四歲以上服之,可壽至百歲.'

27세 이전에 이 약을 먹으면 360세를 살고, 45세 이전에 먹으면 240살을 살고, 63세 이전에 먹으면 120살을 살고, 64세 이상이 되어 먹으면 100세를 산다. 

역시 과장이 지나친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그나마 좀 더 합리적인 설명으로 보입니다. 

 

경옥고의 특이점은 그러나, 위의 장수에 더해서 아래 부분에 있다고 보입니다. 

 

'이 약을 5제로 나누면 반신불수가 있는 5명을 구할 수 있고, 10제로 나누면 노채가 있는 10명을 구할 수 있다.'

 

이 중에서 특히 노채라고 하는 부분에 특이점이 존재하는 처방이기도 합니다.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三 > 蟲 > 治諸蟲藥 > 瓊玉膏
治勞瘵, 滋血補氣, 固元氣之聖藥. 本方云, 以一料分十劑, 可救十人勞瘵. 正謂此也. 方見身形
노채를 치료한다. 혈을 자양하고 기를 보하니 원기를 든든하게 하는 성약(聖藥)이다. 이 처방의 내용에서 '이 처방대로 만든 양을 10등분하면 노채가 있는 10명을 구할 수 있다'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을 말한 것이다. (처방은 신형문에 나온다)

 

노채를 다스리는 성약이 되는데, 노채는 요즘 같으면 폐결핵과 유사한 증후를 보이는 병증으로 음허화동의 증상과 대동소이한 상태입니다. 조열 도한 해수 객혈 유정 등의 병증을 보이는데 과거에 이런 상태에 이르면 대부분 요절한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마른 기침을 하다가 피를 토하던 사람이 '경옥고'를 먹고 되살아 나는 사람이 있으니 실로 장수하게 해주는 약으로 등극하는데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이를 기반으로 "27세 이전에 이 약을 먹으면 360세를 살고, 45세 이전에 먹으면 240살을 살고, 63세 이전에 먹으면 120살을 살고, 64세 이상이 되어 먹으면 100세를 산다. " 이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시다. 

 

고전 문헌을 보면 천수로 이야기 되는 나이가 대략 120세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27세 정도에 폐결핵 노채로 요절할 뻔한 사람이 천수를 누리게 된다면 대략 살아온 기간의 3배 정도의 나이를 더 살게 되겠죠. 45세에 죽을 사람이라면 대략 2배의 기간을 더 살게 되고, 63세 이전에 먹으면 대략 살아온 만큼의 시간을 더 살게 됩니다. 그러면.. 27세를 타고난 수로 요절 했을 사람에게 남은 세월은 360년과 같고, 45세에 운명했을 사람에게는 240년을 산것 같고, 63세에 돌아가셨을 사람에게는 천수를 다 누린 것 같다는 은유적 표현이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실제, 경옥고는 건수, 야수, 노수를 비롯하여, 성생활 과도로 기침, 옹저(癰疽)와 노채(勞瘵)와 타혈(唾血) 등의 증상을 비롯해서 제반 건조한 상태의 회복을 돕는데 매우 훌륭한 수단이 되고, 지금이야 이런 병증으로 요절할 일이 없는 세상이지만, 과거에는 이 약이 지금의 생리식염수 같은 역할을 해주는 그런 약이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의 경옥고 임상 케이스를 공유해볼께요. 

저의 부인이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대략 6-7개월 즈음 되었을 때 임신중독증 진단을 받았었어요. 혈압이 올라가고, 다리가 퉁퉁 붓는데, 피부가 갈라지면서 진물이 줄줄 흐르는 상태인데, 병원에서 출산 하면 좋아진다고 그냥 버티라고 하더군요. 근데 이걸 어떻게 버티나요. 임신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진액이 매우 부족해서 그런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경옥고를 쓰기로 했어요. 일단 그 상태에서 산모를 설득하기에 가장 용이하기도 했고 약 맛도 좋으니까. 

 

근데.. 경옥고의 효능이 얼마나 좋았냐면.. 3-4일이 지나기 전에 다리의 붓기가 싹 빠지면서 피부가 다 아물었어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병원에서는 스테로이드를 쓰면 금방 좋아질건데 지금은 쓸 수 없으니 출산때까지 잘 버텨보다가 출산 해도 그러면 그때 약 씁시다 정도로 다루어졌던 것이. 경옥고 며칠 먹고 싹 좋아진거죠. 아마 제가 약을 쓰면서 최초로 접한 신효한 경우로 기억합니다. 경옥고가 스테로이드 만한 효능을 보인셈이죠. 

 

이 임신중독이라는 것이 고혈압이라는 고리를 갖고 있는데, 이 때 고혈압이란 것이 힘이 딸려서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첨으로 이해하게 되었지요. 대부분의 본태성 고혈압이 힘이 딸리면서 혈압이 오르는 것일 수 있겠구나. 마치 자동차가 과적을 하고 오르막을 오르면 차의 RPM이 왱 하면서 확 오르자나요. 그런 것과 같은 상태로 이해가 된 것이죠. 

 

각설하고, 刪補名醫方論 卷之二 > 瓊玉膏 > 〔集註〕의 설명에 보면, "나를 깊은 병에서 일으켜서 그 보배로움이 옥돌에 비할 만하니 고로 瓊玉이라 이름한 것이다" 라 는 주를 달아 놓기도 했어요. 실로 정혈진액을 회복하는데 매우 중요한 처방이라 할 수 있지요. 

 

* 본 아티클의 저작권은 사계절한의원 김계진 원장에게 있습니다.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