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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사백산 - 김계진 원장의 처방이야기 5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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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가을이 깊어 지면서 이제 바람이 불면 낙엽이 휘날리는 날씨가 되었습니다. 낙엽이 날린 다는 것은 나무에 물이 말라 간다는 것을 말합니다. (엄밀하게는 물이 위로 오르지 못하고 뿌리로 모여들어가는 것에 가깝습니다. 겨울을 대비해서 물을 뿌리에 모으는 것으로 겨울에 腎臟이 藏精한다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다 보면 드러난 곳은 燥氣가 왕성해지는 시기가 가을인데요, 그래서 이번 주에는 燥氣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아마 요즘에 많이 보는 환자군 중에 기침 환자들 많이 있을 거예요. 요즘 기침 환자들 특징들이 있지요. 가래가 있건 없건 간에 코나 인후부의 건조 이물감이 잘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건조함이 사라지지 않으면 기침이 잘 잡히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약 먹을 때 괜찮아졌다가 금방 재발하곤 하죠. 그래서 요즘 시기에는 특별히 이 처방을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 

 

어제 환자 한 분이 오셨습니다. 한 2~3주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여 숨을 쉬기가 어렵다고 찾아오셨습니다. 맥이 침세삭하고 얼굴이 다소 검게 그을린 듯 焦한 양상이 있는 40대 후반의 여자 환자였습니다. 이 증상이 해 질 무렵이 되면 심해지면서 열이 오르고 열이 오르면 땀이 나고 땀이 나면 증상이 더욱 심해져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 합니다. 혹시 심장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닌지, 큰 병원에 가야 하는 것 아닌지 문의하러 오신 환자입니다. 

 

혹시 코나 입이 많이 마르지 않으신지 물어봤더니, 코나 입이 마른 지 2~3주 정도 되었고, 상열감 한출 증상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혹시 감기 걸리셨었냐고 물었더니, 이 증상이 있기 전에 독감을 앓았다고 하더군요. 

이 환자에게 처방한 약이 바로 사백산(활투 포함)입니다. 

 

사백산은 참 묘한 처방입니다. 사백산이 燥를 다스리는 방식이 독특하거든요. 사백산은 상백피 지골피 감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폐가 실한 것을 다스린다고 하는데, 사백산이 다스리는 것은 燥가 아닌 濕이거든요. 이 濕이 熱을 만나 폐를 훈증하여 병이 된 '폐실증' 으로 결과적으로 '폐가 燥한 상태'를 다스리는 약이 바로 사백산입니다.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三 > 肺臟 > 肺病虛實
"폐기가 허하면 숨이 잘 통하지 않으며 기운이 없고, 실하면 숨이 차고 가슴이 그득하여 고개를 뒤로 젖혀 숨을 쉰다" 

폐가 실하면 숨이 차고 가슴이 그득해서 자꾸 크게 숨을 쉬어야 숨을 쉰 것 같아 집니다. 

 

사백산중의 상백피에 대해서 이시진은 "상백피는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장점이 있으니, 곧 실(實)하면 그 자(子)를 사하(瀉下)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폐에 수기(水氣)가 있거나 폐화(肺火)가 남아 있는 증상에 써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물을 빼서 화를 제거해 준다는 의미이죠. 

 

《東醫寶鑑》 雜病篇卷之五 > 咳嗽 > 嗽作有四時早晏之異
"기침은 봄에는 봄의 오르는 기운 때문이고, 여름에는 화의 타오르는 기운 때문인데 가장 중하다. 가을에는 습열이 폐를 상하기 때문이고, 겨울에는 풍한이 겉에서 속박하기 때문이다. 《단심》" 

이 조문은 기침이 계절에 따라 발생하는 이유가 다른 것을 언급한 것인데 가을에는 습열이 폐를 상하기 때문에 기침을 한다고 했습니다. 가을에 무슨 습열일까요? 아래 조문 까지 읽어 보고 정리해봅시다.  

 

《東醫寶鑑》 外形篇卷之二 > 鼻 > 鼻痔
"콧속의 군살로 냄새가 나서 가까이 갈 수 없고 아파서 건드리지도 못할 경우 백반 가루에 약간의 망사(䃃砂)를 넣어 군살 위에 불어넣으면 잠시 후 물로 변하여 없어진다. 그런 후에 승습탕이나 사백산을 투여한다. 이것은 기름진 음식이 쌓여서 생긴 습열이 폐문(肺門)을 훈증하기 때문이다. 마치 비가 개인 후 갑자기 버섯이 올라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의감》" 


 
일전에 濕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습은 외습과 내습이 있다고 했습니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는 장하라는 장마철이 있습니다. 요새는 가을 장마도 있지요. 하늘은 이미 가을이 되었는데 땅은 아직 습열이 성한 기운이 남아 있어서 발생하는 외습의 습열일 수도 있고, 기름진 음식이 쌓여서 생긴 내습의 습열일 수도 있습니다. 외습이든 내습이든 사백산은 이런 습을 다스리는 처방입니다. 그래서 식적에도 사백산을 쓰라는 이야기가 나오지요. 

 

《東醫寶鑑》 雜病篇卷之五 > 咳嗽 > 嗽作有四時早晏之異
 "새벽에 기침이 많은 것은 위(胃) 속에 식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가 되면 화기가 폐 속으로 흘러드니 사백산에 지모를 넣은 것이나 이모산을 쓴다. 오경수(五更嗽)와 같다" 

形寒飮冷하면 폐를 상한다고 했습니다. 외습이 들었든 내습이 쌓였든 간에 가을을 당하게 되면 일단 形이 寒한 상태를 당하게 됩니다. 이 때의 문제는 날이 추워지면 몸의 열이 밖으로 발산이 되지 않고 속에 머물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폐기가 실하면 자꾸 물을 마시려 합니다. 이때 찬 것이든 기름진 것이든 술이든 이런 것으로 속에 습이나 담이 차 있는 상태가 되면 이것이 열과 함께 폐를 훈증하게 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 지금 계절의 특징이 됩니다. 폐가 실하지 않았던 사람도 감기 같은 것에 걸린 후에 후유증 처럼 유사한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감기 자체가 열병이기 때문입니다. 

 

形寒飮冷이라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람의 체온은 36도의 항온을 유지하는데, 형체가 차가워지고, 찬 것을 먹는 다는 것은 우리 몸이 외부와 접하는 곳들 코 입을 통해서 내부와 온도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 들어오면 폐가 무리가 된다는 의미죠. 환절기 처럼 일교차가 클 때 감기 잘 걸리는 이유이고, 특히 가을 겨울에 한기가 문제가 많이 되는 이유입니다. 

 

동의보감의 비문에 비창 비치 비옹등의 경우에 사백산을 쓰고 있는데, 비창 비치 역시 감기 후유증으로 잘 발생하는 병증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사백산을 쓰는 병증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코-인후-기관-폐와 같은 부위가 건조해지는 상태입니다. 상기도부터 하기도까지 모두를 포괄합니다.

 

감기에서는 상기도에서 건조감이 많고 이것은 가벼운 것이지요. 독감이나 코로나 같은 경우는 하기도까지 건조해지는데 폐실, 비창, 비치, 비옹 등의 병증과 같이 생각해 보면, 마치 아토피 피부에서 피부가 헐면서 진물이 나는 과정이 코와 기관지 폐실질등에서 발생하는 것과 유사하다 할 수 있습니다.

 

드러나는 증상은 건조하지만, 출혈이 나든 진물이 나든, 객담이 쌓이든 하는 습이 엉겨 있는 양상이 반드시 공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습이 열을 만나면 끈적해지면서 울체되는 양상이 생기게 됩니다. 마치 침이 가래가 되는 과정 처럼요. 그래서 습이 많은데 결과적으로 더 건조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피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피부가 헐어서 딱지 않고 인설 가피가 덕지 덕지 한 것이 겉보기는 엄청 건조해 보이니까 물을 부어서 치료하면 더 악화되고, 오히려 평위산 같은 약으로 가볍게 조리할 때 훨씬 잘 좋아 지는 경우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런 환자들 중에 특징적인 경우가 요즘 코로나 후유증으로 숨쉬기 힘들어 하는 환자들이 대표적일 거에요. 코로나 후유증으로 내원했는데 숨쉬는게 불편한 느낌이 있으면 어떤 약을 쓰더라도 그 약을 쓰기 전에 사백산을 10여일 정도 먼저 꼭 써보시기 바랍니다. 코로나 환자들이 산소포화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데 아마도 코가 헐어서 숨쉬기 힘들 듯이 기관지 폐실질 어딘가가 헐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지요. 

 

사백산 쓸 환자의 특징을 몇가지 정리해보면, 

1) 사백산 환자의 기침 소리 숨소리는 조금 독특합니다. 마른 기침 같은 소리 끝에 가래 소리 혹은 수포 터지는 소리, 걸걸한 소리 같은 그런 소리가 납니다. 폐의 깊숙한 곳이 건조해져 있을 수록 이런 걸걸한 소리가 끝에서 들립니다. 어딘가 깊은 곳에 잘 뱉어지지 않는 가래가 있는 것이죠. 

 

2) 그리고 사백산을 쓰는 환자들은 코에서 비릿한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이 비릿한 냄새는 출혈된 피의 냄새이거나, 혹은 그게 딱지 져서 생기는 악취입니다. 그리고 코가 헐어 있고 딱지가 있으니 코를 가볍게 쥐어보면 아파하겠죠. 코 후비다 코피도 많이 날거구요. 

 

3) 등이 잘 아파요. 폐가 실하면 등이 아프거든요. 심하면 등이 굽어요. 그래서 어깨 아픈 환자들에게도 사백산이 기묘한 효과를 보여줄 때가 엄청 많습니다. 실제로 구흉이라고 해서 등이 굽은 데에 사백산을 씁니다. 

 

요약
1. 코-인후-기관지등이 말라 들어가는 증상에 사백산. 
2. 물을 넣어 주는 것이 아닌 물을 빼서 건조함을 다스리는 처방임. 
3. 코로나 후유증에 숨쉬기가 불편하면 일단 사백산부터.  

 

*사백산 활투*

 瀉白散
 사백산

一名瀉肺散. 治肺實. 桑白皮ㆍ地骨皮 各二錢, 甘草 一錢. 右剉, 作一貼, 水煎服. 或加知母ㆍ貝母ㆍ䓀莄ㆍ梔子ㆍ麥門冬ㆍ生地黃, 亦可. 《入門》
일명 사폐산이다. 폐실을 치료한다. 상백피ㆍ지골피 각 2돈, 감초 1돈.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물에 달여 먹는다.
여기에 지모ㆍ패모ㆍ길경ㆍ치자ㆍ맥문동ㆍ생지황을 넣어도 괜찮다.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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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김계진원장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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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를 다스리는 법으로 이어서 나오겠지만.. 임상례가 나와서.. 부연하면..

맥이.. 침세한 분은 사백산을 쓰고 나면.. 궁극적으로는 보혈 보음 하는 약으로 꼭 마무리를 해주시는 것이 포인트 입니다.

사백산으로 증상을 잡고.. 육미계열이든.. 사물탕 계열이든.. 보음사화 하는 형태의 자음 보혈 하는 약으로 마무리 해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