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쓰기] 급성 혈변 이후 빈혈과 기력저하, 한의치료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KCI 논문 기반 원광대 연구진 추홍민 한의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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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희 마포역한의원 마포홍익한의원 의료진이 대학 한방병원에 근무하던 시절 논문을 한편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급성 혈변 이후 빈혈과 기력저하, 한의치료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고령 환자에게 갑자기 혈변이 나타나면 출혈 자체뿐 아니라 이후의 회복 과정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평소 뇌졸중 후유증이나 만성질환이 있고 식사량과 활동량이 줄어 있는 환자라면, 출혈로 인한 빈혈이 전신 상태에 부담을 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저희 논문은 이러한 상황에서 한의치료와 경과 관찰을 진행한 노인 환자의 사례입니다.
저한테도 아주 기억에 오래 남은, 또 앞으로도 오래 남을 사례입니다.
저희는 2019년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한의약 치료를 통해 급성 혈변 및 빈혈이 개선된 노인 환자 1례에 대한 증례 보고」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참여 저자는 추홍민·이영웅·김광호·김철현·이상관·성강경 연구진이 발표했습니다. 81세 여성 환자에게 발생한 혈변과 이후 악화된 빈혈을 약 한 달간 관찰하며, 대변 양상과 혈액검사, 식사량과 보행 상태의 변화를 기록한 연구입니다.
환자는 과거 두 차례 뇌경색을 앓았고, 위약과 인지기능 저하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당뇨병도 있었으며 뇌경색 후유증과 관련해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었습니다. 입원 후에는 보행기를 이용한 걷기가 다시 가능해지는 등 회복 중이었지만, 2019년 10월 4일 갑작스럽게 다량의 혈변이 발생했습니다. 다음 날에도 검붉은 혈변이 이어졌고 식사량은 평소보다 줄었습니다.
저희는 초반에 출혈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권고했습니다. 내시경을 볼려고 했던 것인데, 다만 보호자가 기존 병원에서의 치료를 강하게 희망해, 출혈 지속이나 발열 등 상태 악화 시 전원한다는 조건으로 관찰을 이어갔습니다. 당시 혈압은 150/80mmHg, 맥박은 분당 88회, 체온은 36.6℃였으며 실혈성 쇼크를 시사하는 뚜렷한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치료는 혈변이 지속되는 시기와 출혈 후 회복 시기를 구분해 진행했습니다. 우선 재활의학과 협진을 통해 10월 5일부터 아스피린을 일시 중단하고, 한약 처방을 탁리소독음으로 변경했습니다. 단단한 변이 장 점막을 자극하지 않도록 필요한 경우 마그밀정을 투여했으며, 혈압과 맥박, 대변 상태와 혈액검사를 함께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례의 치료에는 한약뿐 아니라 복용약 조정과 입원 중 관리가 포함돼 있습니다.
탁리소독음은 『동의보감』에서 원기가 허약하고 상처가 오랫동안 아물지 않는 상황에 활용한 처방입니다. 연구진은 환자의 고령과 허약 상태를 고려하면서 출혈 부위의 회복을 돕고자 이 처방을 선택했습니다. 금은화, 황기, 인삼, 당귀, 천화분 등이 포함됐으며, 기존의 항염증 실험과 상처 회복 관련 증례도 처방 근거로 참고했습니다. 다만 이 환자의 장 점막을 직접 관찰한 것은 아니므로, 실제로 어떤 병변이 어떻게 회복됐는지까지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복용을 시작한 다음 날인 10월 6일에는 검붉은 혈변이 줄고, 소량의 혈액이 섞인 갈색 변이 관찰됐습니다. 10월 7일에는 혈변 발생 전과 비슷한 갈색 변을 보았습니다. 이후에도 육안으로 확인되는 혈변은 나타나지 않았고, 추적 대변잠혈검사에서도 음성 소견이 보고됐습니다. 10월 12일 아스피린을 다시 복용한 뒤에도 관찰 기간에는 출혈이 재발하지 않았습니다.
검사로 확인을 하니 마지막으로 마음이 놓였습니다만,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혈변이 사라졌다고 해서 빈혈까지 바로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환자는 출혈 전부터 혈색소가 9.8g/dL로 낮았으며, 출혈 다음 날에는 9.0g/dL, 10월 12일에는 7.7g/dL까지 떨어졌습니다. 혈색소는 적혈구 안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단백질로, 빈혈의 정도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입니다. 이 경과는 대변이 정상처럼 보여도 혈액검사와 전신 상태를 계속 살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저희 의료진은 10월 12일부터 빈혈과 기력저하의 회복을 목표로 각병연수탕가감방을 투여했습니다. 처방에는 인삼, 백출, 당귀, 작약, 용안육 등을 사용하고 녹용을 더했으며, 원방의 우슬은 제외했습니다. 한의학적으로 혈의 하행 작용이 있다는 점과, 근골격 증상 치료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슬을 제외하였습니다.
그렇게 투여를 한 후 혈액검사에서는 악화됐던 빈혈이 점차 회복되는 흐름이 관찰됐습니다. 혈색소는 10월 12일 7.7g/dL에서 10월 17일 7.9g/dL, 10월 28일 9.0g/dL로 상승했습니다. 적혈구 수는 10월 17일 260만/μL에서 10월 28일 303만/μL로, 적혈구용적률은 같은 기간 24.2%에서 28.0%로 증가했습니다. 다만 마지막 혈색소도 정상 범위에는 미치지 못했으므로, ‘빈혈이 완치됐다’보다는 ‘출혈 후 악화됐던 빈혈이 개선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저희가 관찰한 다른 놀라운 변화는 환자의 생활 상태에도 변화가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줄었던 식사량이 일반식 한 공기 정도로 늘었고, 10월 말에는 다시 보행기를 사용해 걸을 수 있을 만큼 기력이 호전됐습니다. 주치의였던 저에게는 참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저희가 발표한 2019년 이 증례의 의의는 혈변의 변화와 출혈 후 빈혈, 식사와 보행 상태를 함께 추적했다는 데 있습니다. 관찰 기간에 수혈은 시행하지 않았으며, 간 수치 상승이나 신기능 악화 등의 이상도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환자의 짧은 관찰에서 이상이 없었다는 결과만으로, 모든 고령 환자에게 같은 처방이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의 한계도 분명합니다. 내시경 검사가 없어 출혈의 정확한 위치와 원인이 확인되지 않았고, 비교 대상도 없었습니다. 아스피린 중단과 변비 관리가 함께 이뤄졌으며 자연적인 지혈과 회복의 영향도 구분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한약만으로 출혈을 멈추고 빈혈을 치료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연구는 아닙니다. 그러나 혈변과 빈혈 관리에서 한의치료의 역할을 더 연구해 볼 수 있는 임상 관찰 자료가 되었음은 확실합니다.
혈변이나 검은 변이 생기면 우선 출혈 원인과 중증도를 평가해야 합니다. 특히 어지럼, 실신, 호흡곤란이나 지속적인 다량 출혈이 동반되면 신속한 응급 평가가 필요합니다. 아스피린의 중단과 재개 역시 출혈 위험과 뇌졸중 재발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임의로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 논문은 의료진의 관찰 아래 진행된 특정 환자의 경과입니다.
하지만 레지던트로 많은 것을 배워나가던 저에게는 큰 경험이 되었던 증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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